인권과 인식


경험과 접촉의 중요성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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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7 15:55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며 느끼는 점 중 하나!

바로 과거에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면 “참 어리석고 부끄럽기 그지없구나.” 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어리석고 부끄러운 행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이 말인즉, 과거에는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기 때문에 서툴렀고, 다가가기 어려워하고, 해결하는 방법이 매우 어설픈 것이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저런 경험이 쌓이니 그런 부분이 좀 더 원숙해지고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발달장애인과의 첫 만남..


아주 부끄러운 얘기일 수 있지만, 시간을 거슬러 대학시절 수원의 한 장애인 복지관에서의 자원봉사를 하던 때의 이야기를 한 예로 들어보려고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12년 전입니다. 

자원봉사자로서 장애인 복지관에 첫발을 내딛었던 그날.  

저의 어린 학창시절만 해도 특수학급이 흔치 않았고, 장애인과의 만남이 분명 처음은 아닐 터인데 괜히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동안 들어왔던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로는 “폭력적이다.”, “돌발행동을 잘한다.”, “지저분 하다.”, “충동조절이 안된다.”, “의사소통이 어렵다.” 등 부정적인 말들만 들어왔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상황에 직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자원봉사에 임하면서 다양한 활동(작업활동, 기본생활훈련, 지역사회적응훈련, 캠프 등)을 할수록 발달장애인도 평범한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껴가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단지 ‘다르거나, 느릴 뿐’ 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깨달았습니다. 


자원봉사를 한지 일 년쯤 지났을까요? 그동안 저는 장애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함께 운동을 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러 외부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저도 그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 잡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요. 그 후,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어 아쉽게도 자원봉사를 지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생활을 하는 내내 내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 안에서 저는 장애인복지에 대한 갈망이 확고해졌고,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견해 없이 외부 영향만으로 자신만의 색안경을 끼는 것은 참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 색안경을 벗어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경험한 부분 안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기에 경험을 해보지 않은 영역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겁내거나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카더라’ 통신을 전파하여 와전된 사실을 전달하곤 합니다.

이런 와전된 사실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건 바로 다양한 경험, 접촉일 것입니다.


아직은 발달장애를 비롯한 다른 장애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고 함께 어울려 살다보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냥 평범함 사람이구나... 라는 걸 알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선형 / 장애인재활상담사 / 평택대 재활상담학과 겸임교수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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