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

정유진님

0

5100

2018.05.30 23:46




가정의 달 5월. 

휴일도 많고, 학교 재량휴업일도 많고, 챙겨야 하는 사람들과 가족행사들로 눈코뜰새 없는 하루하루가 가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이맘때 엄마, 아빠와 손잡고 거닐던 뚝방길엔 아카시아 냄새가 가득했는데...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며 아쉬운 마음에 가정의 달 오월! 나의 가족을 돌아보고 오월 한 달 동안 만난 분들과의 대화를 상기하며 오늘은 상동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발달장애인이 왜 상동행동을 하는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발달장애인들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하겠습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오감의 균형이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뇌의 불균형으로 인해 어려운 문제를 만들곤 합니다. 눈을 사선으로 뜬다든지, 무조건 냄새부터 맡는다는지, 까치발을 들고 걷는다는지, 하루종일 끈을 돌린다든지 하는 특정한 패턴의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상동행동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비장애인에 입장에서 그런 행동이 참 쓸모없고 무의미한 일들로 느껴져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부모라는 이름으로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모든 상동행동을 꼭 고쳐야 하는 걸까요? 저는 꼭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 스스로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쓰는 그 마음과 행동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는 없을까요? 물론 건강과 직결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상동행동은 긍정적 접근으로 다른 행동으로 유도하고 지도하는 것이 맞겠지요.


올해 오월 저를 찾아와 상담하신 어린 발달장애 자녀를 두신 부모님 중에는 손을 파닥거린다거나 하는 아주 귀여운 수준의 상동행동조차 유난히 민감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인줄 모를텐데 손을 파닥거리니 그 행동이 너무 싫다고 하십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싫은 정도가 죽고 싶을만큼 이라고 이야기 하시는 그 부모님의 모습 속에서 저의 옛날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행동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상동행동에도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아들과 딸의 상동행동이 이해되지 않고 고치고만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란 노래의 안무처럼 다리를 흔드는 상동행동을 하는 딸을 따라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왠지 중독성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아이의 패턴을 잘 이해하고 딸이 그런 행동을 할 때 같이 상동행동으로 대해주고 마음을 읽어주니 딸아이가 빤히 저를 쳐다보더라구요. 그때 그 눈빛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엄마가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네”라는 눈빛이 마치 “엄마는 나를 이해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발화가 안되는 아들은 “아” 소리 하나로 모든 것을 표현하고 음성 상동행동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 아들처럼 둘이 “아”로 대화를 했습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아들이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이더군요. 


'너를 이해해. 그리고 사랑해'라는 마음을 담아 가끔은 아이의 상동행동을 따라해 보세요. 그리고 그 맘속에 찬찬히 들어가 보세요. 뭐라고 꼬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가족만이 느낄 수 있는 울림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정의 달 오월이 또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향기 나는 오월. 부모님 손을 잡고 뚝방길을 걷던 그 어린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임신화 / 장애인권활동가 / 사회적경제 컨설턴트 / 부모협동조합 이사 / 발달장애인 남매의 엄마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twitter facebook googl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