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ADHD에 관하여

김성남님

0

5700

2017.08.29 09:18



 

저희 집 큰 녀석이 8살 때 쯤 ADHD로 진단을 받고 꽤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었고, 제가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인지치료사로 임상경험을 1년 정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 주로 제가 맡았던 아이들이 ADHD가 있는 아이들이었기에 준전문가 정도는 될 겁니다. 물론, 아래 내용 중에는 제 주관적인 사견이 포함되있을 수 있고, 최근에 새로이 밝혀진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포함시키지 못하였음을 전제로 하겠습니다.


1. ADHD는 장애가 아닙니다.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이라는 용어 때문에 이를 '장애'로 알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ADHD는 '장애'가 아니고 '질환'입니다. 이 말은 ADHD는 교육적 조치보다 치료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2. 특수교사들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 ADHD 학생을 장애 학생으로 보고 특수학급에 보내려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심지어, 특수교사들 중에도 ADHD 학생들을 특수교육 대상자로 보고 있는 분들까지 있다고 합니다. 교육청이나 학교 관리자가 이 아이들을 특수학급에 배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특수교육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는 여러 장애유형중에 ADHD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대상자 유형중에 정서행동장애 학생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과 ADHD는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ADHD가 있을 경우 학습장애가 같이 발생하는 비율은 꽤 높은 편입니다. 학습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는 특수교육을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3. ADHD는 의학적으로 공식적인 진단이 이루어지는 생물학적인 뇌의 질환입니다. 완벽하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신경학적으로 전두엽과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을 원인으로 보고 있고, 약물치료에 사용되는 1차 치료제들도 그 부분에 영향을 주는 약물들입니다.


4. 부주의하고, 산만하며, 과다하게 행동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모두 ADHD는 아닙니다. 많은 아이들, 특히 남아들은 보통 어릴 때 이런 특성들을 흔히 보입니다. '미운 7살'이라는 말이 이런 행동특성이 특별히 드문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 수준이, 보통 어린 남자 아이들이 이 시기에 보이는 그 정도의 산만함과 충동성으로만 볼 것인지, 그 수준을 넘어서서 ADHD라고 의심이 될만큼 심하게 문제가 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이 부분이 모든 부모와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판단의 기준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나 교사가 소아정신과 전문의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겠나 라고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행동이 지나치게 산만하고 충동적이거나 부주의하다고 생각되고 그로 인해 가족과 친구들 등 주변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데 지장을 계속 준다고 판단이 되면 전문의와 상담하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ADHD가 아니라면 다행이고, ADHD로 진단이 된다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향후에 더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전세계적으로 ADHD에 대한 과진단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얼마전에 유럽에서 이루어진 조사에 따라 언론에도 소개되었던 이야기인데,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인지치료사로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제가 보기에 우리 나라도 ADHD에 대해 의사들이 지나치게 과진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삿속으로 그럴 수도 있고, ADHD 성향이 약간이라도 있으면 치료를 받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죠. 게다가 우리 나라 언론들이 심심치 않게 일부 의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서 전체 초중고생 중에 ADHD가 10%가 넘는다 어쩐다 하는 보도도 내보내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ADHD로 진단을 받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지금 아이의 상태가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 힘들 정도이고, 일상생활과 또래관계, 자존감 형성, 학업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는 상황인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진단명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와 상담 그리고 적절한 심리, 행동치료는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런 행동이 가정환경이나 부모님의 부적절한 양육태도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6.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아직 정신과 진료나 상담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많습니다. 이것은 빨리 사라져야 할 선입견입니다. 서양사람들은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거나 결혼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조금만 심해져도 당장 심리학자나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습니다. 마치 감기가 걸렸을 때 병원에 가서 약도 처방받고 주사도 맞는 것과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몸이나 마음이나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죠. 그런데 아직 어린 아이들이 여러 가지 심리적, 행동적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과 치료가 빨리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7. ADHD 질환에 사용되는 약물은 주로 메칠페니데이트 계열의 약물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약물은 심혈관질환(심장질환이나 고혈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복용할 수 있으며, 복용 초기에는 환자에 따라 수면시간이 조금 감소하거나 식욕이 저하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복용시간과 복용량을 조절하면 대게 사라집니다. 약물에 대한 의존성도 없으며, 성장지연도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수십년간 이미 아이들에게 임상에서 사용되어 오고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복용량을 아이의 행동이나 일상생활을 관찰하며 조절해야 하는데 이것은 전문의와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양을 조절해야 하는 것입니다. 장기 복용하는 경우 간혹, 부모님이나 아이 스스로 임의로 복용량을 늘이거나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심리치료나 행동치료 등으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겠지만, ADHD라고 진단을 받을 정도의 행동수준이라면 대부분 약물치료가 동시에 필요한 정도의 상태라고 판단됩니다.


이 약물치료와 기타 심리, 정서적 치료를 적절히 병행하면 대부부의 경우 ADHD 증상은 완화되거나 완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가끔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까지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조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히 치료가 이루어지면 오히려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모든 면에서 더 안정적으로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ADHD 아이들의 상당수가 머리회전이 빠르고 지능도 평균이상으로 높으며, 창의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적절히 해소가 되면 이러한 장점들은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는 요인이 되어 줄 겁니다.


8.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ADHD가 아이의 성격이나 정서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뇌신경학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기에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비난하고 야단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것입니다.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부주의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지, 아이의 성격이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그대로 방치한 채, 가정에서 학교에서 부주의하고 산만한 행동,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 등으로 인해 매일 야단맞는 아이가 되어버릴 경우, 그 악영향은 매우 큽니다. 교육관계도, 학업성적도, 본인의 자존감도 모두 떨어집니다. 결국 그대로 청소년기와 사춘기를 보내게 되면 흔히 말하는 엇나가는 아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가능한 치료방법이 있음에도 이런 결과까지 가 게 되지 않도록 해 줄 책임이 우리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자라는 아이들의 신체건강만큼 정신 건강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불행해 집니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 질환으로 인해 불행한 아이로 자라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twitter facebook googl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