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는 없다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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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5 16:54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에 누군가를 '디스'시킨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disrespect 라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이 표현처럼 'dis-' 라는 접두사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접두사다.

영어로 장애를 뜻하는 말은 'disability' 이다. 이것을 의역하지 않고 그대로 번역한다면, '무능력', '할 수 없는 상태' 쯤으로 해석될 것이다. 이 말은 능력을 디스시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어권의 어떤 이들은 이 말이 장애인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므로 '다르다'는 뜻의 different 와 능력을 뜻하는 abililty를 합성해서 "differability" 라는 신조어로 장애라는 용어를 바꿀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장애 학생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장애로 인한 '차이'와 '다름'에 집중하기보다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공통점' 또는 남들과 똑같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만 한다. 남들과 다른 부분에만 지나치게 중점을 두게 되면 그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할 수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장애'에 집중하지 말고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 '장애'에만 집중하면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디스시키게 된다. 지적장애가 심한(지능지수 30정도의) 학생들을 지도하는 특수교사나 장애인 직업훈련을 하는 교사들조차도 그 아이를 처음 지도하는 시기에는 '이 아이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분명히 아무리 장애가 심한 아이라 해도 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아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 남아있는 능력을 교사가 찾고 활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최중도(profound)의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특수교사나 직업훈련 교사가 그에게 작업에 필요한 훈련을 시키고 있다. 과제는 편지봉투에 우체국 소인을 찍는 일이다. 규격봉투의 우표를 붙이는 위치에 도장을 찍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인지기능으로는 그 정도 과제는 아무리 그 기술을 가르쳐도 습득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이 학생은 이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거나 '이 과제는 이 학생의 장애 수준에 맞지 않는 너무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하고 그 과제는 포기하고 더 단순하고 쉬운 과제로 목표를 바꿔 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의 장애에만 집중하지 말고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여행용 트렁크 형태의 나무 상자를 하나 준비해서 아래쪽에는 봉투를 껴 넣을 수 있는 틀을 만들고 뚜껑부분에는 그 틀에서 도장이 찍혀야 하는 위치에 맞춰 도장을 고정시켜 놓은 다음 뚜껑을 닫으면 도장이 원하는 위치에 찍힐 수 있도록 만들어 그 상자를 사용하는 방법을 아이에게 훈련시키면 아이는 그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도장을 잡고 목표 지점을 찾아 흔들림없이 정확히 찍히게 하는 기술은 그 학생에게 없는 능력이다. 커다란 상자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기능은 인지기능이 매우 낮은 수준의 학생들도 가능한 기술이다. 훈련의 목표는 그 상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바지에 자크를 채우는 기술을 가르치려고 할 때, 그 아이의 능력과 기술을 과제에 맞춰 바꾸려 하는 것만이 교육이 아니다.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아들은 자크를 혼자서 올리는 일이 아무리 가르쳐도 안되는 일일 수 있다. 아래 사진처럼 자크에 고리를 만들어 주고 그것을 사용하도록 하게 지도한다면, 그 아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한 교육이 되는 것이고 아이는 전에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우리가 가르쳐야 하는 것들 대부분이 그렇듯 활동의 목표는 그 기능 자체가 아니라 도장을 원하는 위치에 찍는 것에 있다. 아이의 능력을 바꾸려는 생각 이전에 아이가 해야 하는 과제와 그것을 둘러싼 환경을 먼저 생각해 보자.

궁하면 통하고, 이없으면 잇몸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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