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발달장애를 위한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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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6 18:22




늘 보조공학사 강의 중에 또 흥분했다. 흥분하며 했던 얘기다.

"장애인은 소수집단이잖아요. 그래서 그 소수집단을 위한다고 정부에서, 복지부에서 많은 사업들을 하잖아요. 정보격차를 해소한다는 많은 일들도 하구요. 웹접근성을 의무적으로 준수하게도 하구요. 근데 웹접근성은 지적장애와 관계가 별로 없거든요! 그 소수집단중에 또 소수집단인 지적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의 정보격차를 위해서는 무얼 한 게 있습니까? 장애인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6년인가 7년동안 계속해왔지만 한번도 그 조사 대상에 지적장애나 발달장애인을 포함시킨적이 없습니다. 왜입니까? 그들의 수가 너무 적어서요? 소수집단을 위해서 사업을 한다면서요. 그 소수집단중에서 또 더 소수라고 차별하는 겁니까? 아니면 무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건가요? 제대로 기초조사나 기초연구 한 번 한 적이 없으니 그럴지도 모르죠.

건물의 턱을 없애고, 점자를 설치하고, 홈페이지의 접근성을 확보해 주는 것만으로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인들은 그걸 이용할 수 있게 돼요. 접근이 가능하게만 해 줘도 그걸 이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게 되는 거죠. 근데 접근이 가능해 져도 그걸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도 있잖아요. 지적장애나 발달장애, 읽기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 건물을 저절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니고, 홈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다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게 되지를 않자나요. 그네들한테는 어려우니까요! 복잡하니까요!

왜 AAC 라고 있잖아요? 앞의 다른 강의에서 배우셨죠? 지적장애나 자폐아들에게 사용하게 하는 보완대체의사소통 체계에서 사용하는 그림 심볼 있잖아요? 건물이나 홈페이지에서 표지판이나 메뉴를 그런 심볼로 표시해 놓은 거 보신 적 있으세요? 건물 곳곳에 점자는 있어도 그림심볼로 표지판이나 안내문을 만들어 놓은 건 본 적 없으시잖아요. 시각장애인, 지체장애나 청각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게 잘 만들어진 홈페이지는 있어도, 지적장애나 발달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게 그림심볼로 만들어진 홈페이지는 없자나요! 그건 새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구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잘 고민해보면 홈피마다 그런 걸 새로 만들지 않고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방법도 있어요.

영국에 한 회사에서 만든 웹브라우저 중에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그 사이트의 문장들을 자동으로 그림심볼로 변환해서 보여주는 웹브라우저가 있어요. 정부가 아닌 한 업체에서 만든 거고, 그 업체는 그림심볼을 이용한 AAC 관련 소프트웨어만 가지고도 돈 잘 벌고 회사 잘 운영하고 있어요. 최근 뉴스나 개봉영화나 글들을 그런 그림심볼로 작성해 제공하는 블로그같은 홈피도 운영하고 있구요.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못하는 겁니까! 그 나라에는 발달장애인이 엄청 많고 우리나라는 적은가요? 아니잖아요!

정부에서 언제 이들을 위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나 홈페이지를 만들어준 적이 있습니까? 보조공학이요?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한테 정말 필요한 게 보조공학인가요? 접근공학인가요? 아니에요! 사용하기 쉽고 편하게 해주는 공학, 그런 소프트웨어, 그런 콘텐츠가 필요한 거죠! 

이런 일을 공공기관이나 비영리 단체에서 하는 게 맞다구요? 저는 좀 생각이 다르거든요. 민간 기업에서 제품으로 이런 걸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저는 장기적으로 더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분야에서 우리나라처럼 민간산업을 다 죽이고 정부가 주도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없어요. 그것이 퀄리티도 다양성도 더 떨어지는 이유고요. 앱스토어를 한 번 보세요. 다 기업이나 개인들이 만들어서 올리자나요. 특수교육용 콘텐츠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좀 흥분했네요. 지적장애나 발달장애 얘기만 나오면 잘 흥분해서요^^;; 죄송해요. 자, 넘어갑시다..."

2013년 6월 27일 보조공학사 자격연수중에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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