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재활/복지는 네모난 발달장애인을 동그란 구멍에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다.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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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21:13





네모난 패그를 자꾸 동그란 모양의 구멍에 맞춰 그곳을 통과시키려고 애쓰는 것...이것은 아동중심의 창의적인 교육이 아니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이나 재활 또는 복지는 더더욱 이래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아이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종종 우리는 교육의 목표를 아이의 필요가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에 맞추어 그곳에 도달시키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그것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 때가 많다. 도구와 환경의 변화만으로 그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때가 아주 많다. 즉, 때로는 아이를 바꾸기보다 아이가 접근하고 사용해야 하는 도구, 환경, 상황을 바꿔줌으로써 아이가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기 어려웠던 것을 할 수 있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면 그 환경을 어떻게 수정해 줄 것인가? 여기에는 아주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물론 그 아이디어는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없이는 잘 나오지 않는다.


우체국에 취업해 규격봉투의 정해진 지점에 도장을 찍는 단순한 업무를 맡게된 중증의 지적장애인 청년에게 그 업무는 그냥 봉투와 도장만 가지고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견습기간동안 지원고용이니 직업훈련이니 하는 명목하에 하루에도 몇 시간씩 봉투의 정해진 위치에 도장을 선명하게 찍는 훈련을 시킨다. 몇 주를 해도 눈과 손의 협응이 잘 되지 않는 그에겐 잘 익숙해 지지 않는 과제다. 이럴 때 우리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수행해야 하는 그 기능이나 과제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원하는 정확한 위치에 도장을 잘 찍는 것이 목표이므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좀더 쉬운 방법, 그 지적장애인의 능력에 맞는 방법으로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미국에서 예전에 사용되었던 방법중에 하나는 이런 거였다. 나무로 된 여행 가방같은 모양의 상자를 하나 짜서 위쪽에는 도장을 고정시키고 아래쪽에는 몇 가지 규격봉투를 끼워 놓을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끼웠다. 그렇게 해서 큰 가방의 아래 틀에 봉투를 엊어놓고, 가방을 쾅 닫았다가 열면 도장과 봉투는 항상 고정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원하는 지점에 찍히는 장치를 만들어 그에게 주었다. 그는 단 몇 십분만에 그 간단한 장치의 사용법을 익혔고, 그 전에 힘들게 도장을 손에 쥐고 찍어내던 봉투의 몇 십배 분량의 일을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유능한 일꾼이 되었다.


아주 많은 경우 우리가 가르치려고 하는 것들이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해결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그런 필요를 잘 못느끼거나, 우리가 가르치려는 아이에게 혹은 장애인에게 중요한 것은 기존의 도구나 방법이 아니라 그 어떤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목표를 더 쉽게 더 적은 능력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 대안을 고민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애로 인해 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특수교육은 과학이어야 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특수교사는 우수하고 창의적인 인재여야 한다. 쉽게 그 내면을, 그 필요를 파악하기 어려운, 그래서 비장애아들처럼 기능이나 능력의 습득이 원활하지 않은 장애아동들을 위한 교육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특수교육 요구(special needs)라는 말이 실은 필요라는 말의 다름 아니므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주기 위한 새로운 고민과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능력이야 말로 특수교사에겐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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