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큰 장벽(barrier)은?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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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22:40


발달장애가 아닌 다른 장애인 분들은 물리적으로 필요한 무언가를 잘 만들어 주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자립이 해결이 될 수 있단 말이죠. 시각장애인들한테 점자유도블록을 만들어 주거나 흰지팡이를 주거나 안내견을 주거나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주거나, 청각장애인들한테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주거나 자막을 주거나, 휠체어 장애인을 위해서 경사로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만들거나 저상버스를 제공하거나 하면, 장애로 인해서 생긴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혼자 턱을 넘어갈 수 있게 해 주는 것들이잖아요. 대부분 물리적인...거죠. 근데 발달장애인들에겐 물리적인 걸로 조건이 만들어 지는 게 아니거든요. 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의 장애이기 때문에.



관계맺음에 필요한 어떤 기능이든, 원초적인 행동 방식이든 혹은 뭐가 되었든, 거기에 있는 어떤 장벽을 걷어내 주는 일은, 물리적인 도구나 환경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에요. 그게 매개체가 되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겠지만요. 그래서 사람이 그 부분을 해결해 줘야 되는 건데, 그럼 그걸 위해서 맨날 사람을 붙여줘야 되느냐? 그게 아니라,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쪽 분야에서 '중요한 타인(significant others)'이라고 부르는 ——,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같이 지내는 사람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마음에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그 벽, 턱을 없애고 경사로를 만들어주는 일, 그 작업이 필요한 거죠. 물리적인 작업이 아니라.

(발달장애인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 해야 되는 그 주변 사람들——그들이 부모이든 비장애인이든 지체장애인이든 시각장애인이든—— 과 관계맺음을 할 때, 발달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바로 그 사람들이 장벽을 가지고 있는 거에요. 그 벽을 허물어 줘야 상호작용도 되고 교류도 되고 의사소통도 되고 하는 거거든요. 그 방법밖에 없다고 봐요.

아무리 돈을 많이 투자해도, 건물에다, 공간에다, 발달장애인 참여인원수에다 돈을 아무리 투자해도 잘 안되잖아요. 사람에다, 그들과 함께 있는, 있어야 되는, 사람들의 마음에다 투자를 하면 발달장애도 관계맺음이 될 수 있거든요. 근데 우리의 복지는 사람한테 투자를 안해요. 사람의 마음에다 투자를 안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 맨날 사회복지 프로그램들 보면 평가받을 때 연인원 몇 명한테 혜택이 갔네, 공간을 얼만큼 확보했네, 몇 회기를 했네, 어쩌구 저쩌구… 맨날 이런 거 가지고 얘기하는 거에요. 발달장애라는 건 눈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 장애의 본질상 '보이지 않는 장애'인데… 발달장애인이 드나들 수 있게 허물어야하는 그 벽이라는 건… 함께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그의 마음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을 때, 그게 벽인거죠.

발달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발달장애 자체를 벽으로 본다면 그게 없어지길 바라는 셈이죠. 그걸 없앨 수 있다면 좋겠죠. 근데 그게 어떤 방법으로 없어질 수 있는 거라면 그건 장애가 아니죠. 그럼 그건 치료가 되는 질병인 거죠 그냥. 그게 안되니까 장애라고 부르는 거 잖아요. 영구적으로 가지고 가야 되는 거고, 머리 색이나 피부색, 아니면 얼굴에 날때부터 있는 큰 점처럼 계속 가지고 가야되는 거잖아요. 하지마비나 전맹인 시각장애, 뇌성마비, 뭐 이런 거는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발달장애는 그 장애상태를 바꿀 수 있다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저는 잘 이해가 안되요. 단지 (발달장애는) 정신적인 기능, 내적인 상태에 큰 점이 있는 거라구요. 그걸 바꾸거나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걸 없애거나 바꾸겠다는 건 '나 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줘!'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죠. 부모든 선생이든 비장애인 동료든 발달장애라는 현상 자체를 그렇게 여긴다면 그게 바로 발달장애인을 가로막고 있는 턱이란 얘기죠.


그러면 그 상태(발달장애 상태)에서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 주는 건 뭐냐 이거죠. 다른 사람들이 발달장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게 턱이잖아요. 그러니까 제대로 발달장애라는 현상의 본질을 보지못하는 사람들이 발달장애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거, 그게 턱을 없애는 출발점이죠.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죠. 그치만 그게 안되면 다 안될 수도 있는데 어떡해요. 저는 그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출처: 김성남 박사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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