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발달장애인의 역량강화와 지역사회 통합에 대하여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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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14:36

하나. '역량'의 의미와 조건


장애를 ‘능력과 무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포함될 수 있는 상황과 환경, 도구가 제공되는 것만으로도 장애인들이 ‘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많은 것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뀝니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들도 그들 각자의 잠재력과 장애로 인한 제약을 전제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이 필요합니다. 그런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전제되어야만 그들의 역량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해 ‘물리적인 턱’을 제거해 주었듯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보도블록에 점자를 만들어 주었듯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심리적인 턱’(비발달장애인이 가진)을 제거해 줄 수 있는 실행 방안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둘. 보조공학, 주류공학 그리고 모두를 위한 디자인


보조공학은 좁은 의미로 보면 장애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공학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조공학을 이야기하기 전에 일반대중들이 이용하는 주류 공학이 먼저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그것을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또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 부릅니다. 누구나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과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대중을 위한 도구와 환경과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장애인들을 소비자로, 사용자로 껴안는다면 보조공학이 장애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술중심의 사회에서 이것은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기본 조건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셋. 말과 글이 아닌 의사소통 수단에 대한 고민


발달장애아들에게 가장 부족한 역량은 의사소통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우선, 생활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도구와 방법을 가족과 주변인들이 직접 고안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그림카드 수십장을 일상적인 요구표현이나 감정표현의 수단으로 도입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사자가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동작이 가능하다면 표현해야할 단어들에 해당하는 그림이나 글자를 폰에 저장해 두고 이미지 파일을 열어 필요한 표현을 찾아 사용하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표현이나 가르쳐야 할 표현들을 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주변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려면 가족과 교사, 조력자들이 우선 다양한 기법과 도구의 적용 방법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넷, 자립과 심리적 통합


자립을 위해 그들의 요구와 필요를 파악하는 일부터 가족들과 지역주민, 그리고 관계 종사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관계종사들의 또 하나의 중요한 책무는 이 과정을 통해 이들의 요구와 역량을 엄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지역주민들에게 알려내고,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지역주민들에게 발달장애인들은 아직 미지의 사람들이고 그렇기에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것은 마치 휠체어 이용자들 앞에 놓인 계단이나 턱처럼 발달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생활에 놓인 또 다른 장애물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거나 대체할 수 있는 마음의 경사로를 만들어주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발달장애인의 작은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비장애인인 지역주민들에게 ‘이상한 것', ‘두려운 것’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심리적인 통합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얘기죠. 



 

김성남 / 특수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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