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발달장애아 교육의 키워드 '메타'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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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15:25

학령기 특수교육 대상자의 80% 이상은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학습장애 학생들이다. 이들 대다수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중요한 키워드는 Meta- 라는 접두어다.


Meta-cognition 은 지적 능력에서 중요한 인지기능이다. 쉽게말해 메타인지란 '생각에 관해 생각하는 능력' 이라 할 수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장애가 없다면 이 메타인지기능은 만 3세 이전에 습득된다. 즉, 특별히 교육을 받지 않아도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능력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메타인지능력은 일상생활부터 학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고등한 사고와 새로운 사실과 정보의 습득(학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적장애와 학습장애인이 갖는 핵심적인 현상 중에 하나는 이 메타인지 기능을 자발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80년대부터 이루어진 여러 가지 교수법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지적장애와 학습장애인에게 이러한 메타인지 기능을 교육시켜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컨대, 학습내용을 습득시키는 교수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그와 동시에 기억과 학습에 필요한 메타인지 전략과 방법을 함께 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특수교육 분야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특수교육계에서는 이론적인 수준에서만 이런 접근법이 연구되었을 뿐 학교현장과 교실수업 실제에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Meta-communication은 '의사소통에 관한 사고' 또는 '의사소통에 관한 의사소통' 이라 설명할 수 있는데, 이것이 주로 문제가 되는 장애는 자폐성 장애이다. '말은 주고 받는 것' , '몸짓과 억양, 표정 등도 의사표현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 '말을 사용하기 어려울 때는 글을 써서 전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등이 메타커뮤니케이션의 예가 될 수 있다. 메타커뮤니케이션도 메타인지처럼 인간이 선천적으로 매우 어린 나이에 습득하게 되는 능력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함과 같은 맥락에서 메타커뮤니케이션 기능에 결핍이나 부족이 발생한 자폐성 장애인이 '발화 또는 발화로 볼 수 있는 행위의 적절한 사용'이라 할 수 있는 '화용(pragmatics)'에 대한 이해, 농담과 유모어의 이해, 비유나 상징의 이해 등이 어려운 이유다.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아들은 메타인지와 메타커뮤니케이션에 동시에 장애가 발생한다.


사고와 언어라는 두 가지 매우 중요한 인간의 고등 정신기능에서도 가장 고등한 능력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메커니즘은 분명 발생학적으로 생의 초기에 만들어지며, 인간의 뇌기능에 아로새겨져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아직 뇌의 어떤 부위의 어떤 작용에 의해 이런 기능이 발현되는지는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학령전기와 학령기 특수교육 대상자의 대다수인 이들의 고등한 정신기능이 교육에 의해 새로이 습득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적어도 이러한 기능의 의미와 그것을 장애가 없는 수준으로까지는 아니라도 현재 수준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으로 발달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문제는 그 방법과 도구다. 아직 우리의 특수교육은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의 실행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실의 습득 위주의 기초학습기능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와 학습장애 학생들에게 좀더 고등한 정신기능을 사용하고 추상적인 개념과 사고를 다루는 방향으로 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러시아의 학자 Vygotsky 가 약 100여 년 전에 러시아 특수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주장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주장이다.

100년 전이나 20년전이나 특수교육 대상자들의 교육적 요구는 크게 바뀌지 않았고, 우리의 특수교육의 현실도 바뀌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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