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편안하고 여유있게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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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5 22:16




글 : 최미란 / 장애청년엄마 / 흰돌종합사회복지관 사회성교실


나는 고양시에서 경기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일산IL센터와 함께 장애부모로 구성된 인형극단 <어깨동무>에서 통합교육현장으로 찾아가는 인형극과 장애인식개선 교육활동을 5년째 매주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도 장애자녀를 둔 신입단원 몇 명과 재미있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한회원이 모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자꾸 생기기 시작했다. 병원에 입원한 큰아들의 병간호 때문에, 또는 학교에 가지 않은 둘째를 챙기기 위해 연습에 불참하기도 했다. 혹시 연습에 매진할 수 없는 속사정이 따로 있을까 싶어 따로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들 둘과 막내딸을 둔 이 엄마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다며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3남매 중 둘째가 장애자녀인데 이 둘째보다도 큰아들의 문제가 더 걱정스럽다는 것이었다. 몸에 원인모를 통증이 심해 입원까지 하며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몸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이 잦아 보건실과 병원 신세를 자주 지고 있는 것이다. 허약한 체질인데다가 친구관계에도 어려움이 있고, 장애동생에 대한 부담감도 심했을 것이다. 게다가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엄마와 소통을 하려 하지 않고 말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보건실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은 큰아들이 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영양제를 주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큰아들의 통증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사정에 대해 정작 엄마는 어떻게 대처해왔을까? 학교에서의 어려움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엄마가 어떻게 해왔는지를 듣는 순간 나는 마음이 아파왔다. 


“너도 원인제공을 했다“ 며 힘들어하는 큰아들의 마음을 감싸주지 못하고 오히려 앞뒤 관계를 조목조목 따지듯 알려주었다고 한다. 


엄마에게조차 하고 싶은 말을 다 털어놓지 못하는 큰아들에게 엄마는 오히려 잘잘못을 일깨우듯 대해주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엄마가 큰아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으로도 따뜻한 치료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울 수조차 없었던 큰아들을 위해 엄마가 대신 울어주는 것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을 텐데


엄마는 장애자녀에게만 신경을 집중하며 치료실과 재활스포츠 센타에 다니느라 비장애 자녀에게는 마음을 제대로 나누어주지 못하였다고 한다. 오히려 나머지 자녀들은 스스로 잘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시간에 쫓기고 집안일조차 미루며 겨우겨우 살아가는 삶의 반복이 지쳐서 도망치고 싶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렇게 지쳐버린 엄마의 삶 위에 큰아이의 아픔가지 더해져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다른 친구들과의 경쟁 속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이런 불행이 싹트기도 하고 그 중압감 때문에 아이의 감정이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고 놓치고 마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나는 그 엄마에게도, 그리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부모님들께도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조금은 뚱딴지같은 것 같지만 분명 효과가 아주 효과가 있다.


1. 우리집 수입 지출을 분석하고 

2. 가계부를 거꾸로 계획해 보고, 

3. 계획을 6개월 동안 실행해 보고 체크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시간이 정리되고, 집안이 정리되고, 인간관계도 정리되고, 당연히 돈도 정리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편안하고 여유있는 생활을 찾게 되며 비로소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될 것이다.


장애가 있고 없고 상관없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나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을 때 눈이 맑아지고 입가에 웃음을 띄울 수 있게 된다. 반드시 번듯한 무언가가 되려하지 말고 지금의 모습 그대로 별 탈 없이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기 위해 이 지구에 온 것이다.

장애로 인해 힘들어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장애가 뭐? 


살아가는 동안 장애를 편안하고 다정한 마음자세로 평생 친구처럼 알아가면 좋겠다.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해줘, 너와 함께 해서 행복해, 라고 말해주자.

내 이쁜 새끼들과 남편과 아내, 내 가족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그리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달콤한 사탕 같기도 하고 

성난 사자 소리 같기도 하고

음악 같기도 할 것이다.


장애와 비장애, 모두 주어진 삶을 웃으며 살아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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