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과 일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



발달장애인이 성공적으로자립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정답이 없는 질문이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답이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누구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원한다는 가정, 발달장애인도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평범한 삶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가정은 해 볼 수 있습니다.


자기 혼자 아무도 없는 집에서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살면서 혼자서 갇혀 지내는 것을 자립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자립이기보다는 '독거'에 가까운 삶이죠. 그런 삶이라면 좋은 시설보다 차라리 못할지도 모릅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자립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와 함께 잘 지내는 것입니다.


집 밖에만 나가면 길건너에 편의점이 있고 그 옆으로조금만 더 내려가면 자주 가는 상가 건물 1층에 삼겹살 집이 있고 또 그 삼겹살 집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내가 일주일에 한 번 씩 방문하는 반찬가게가 있고 그 옆에는 한 달에 한 두번씩 군것질하고 싶을 때 들르는 닭강정 집이 있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파트 상가 건물에는 세탁소가 있고요.


이 동네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으면 자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나는 발달장애가 있어 요리를 잘 할 줄 모르지만 우리 동네 반찬 가게에 가면 반찬 가게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보고 만원짜리 한 장만 주면 내가 좋아하는 반찬 4가지 팩을 알아서 싸주고, 가끔씩은 그날 넘기면 안되는 것들은 저녁 늦게 오면 더 싸게 줄테니 저녁 때 오라고도 알려주는 분이라서 반찬 걱정은 안해요.


나는 빨래를 하고 옷을 말리는 것도 잘 못해요. 그래서 빨래를 모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아파트 상가에 있는 세탁소에 갖다주면 세탁소 아저씨가 빨래를 해서 우리 집에 배달까지 해줘요.


이렇게 이 발달장애인 분이빨래 걱정이나 반찬 걱정 같은 것을 하지 않고 살 게 된 것은 그 반찬가게 아주머니, 세탁소 아저씨, 편의점 알바생, 치킨강정집 아주머니와 잘 지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발달장애인과함께 만나는 상황을 자주 경험한 평범한 동네 이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가장 큰 자립생활의 초석인 것입니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립생활이든, 커뮤니티 케어든, 탈시설이든 그것은 모두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여전히 많은 관계자들과 당사자의 가족들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준비시키고, 훈련시키고, 적응력을 향상시켜야 자립생활이 가능할 것처럼 생각하고는 합니다.


당사자의 기능이나 적응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특히, 성인기에 이미 돌입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그 나이에 무슨 새로운 기능이나 능력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까요? 언어능력이든, 인지능력이든, 상황판단력이든 그런 것이 성인기에 누군가 훈련해서 장애가 없는 사람만큼 변화될 발달장애인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것이 그렇게 쉽게 발달되고 습득될 것이었으면 진작에 되었을 것이고, 그는 발달장애인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마치 이동에 장애가 있는 지체장애인이 자립을 하려면 두 다리로 걷는 연습을 더 해야한다거나, 시각장애인이 자립을 하려면 앞을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걷는 훈련'이나 '이동능력을 위한 재활 훈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든 휠체어로도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과 편의시설이 필요한 것임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많은 이들조차 왜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의 기능이 향상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과 만나는 동네 사람들이 발달장애인과 소통이 잘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소통은 절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양방향적인 것이므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소통방식을 이해하고 그들과 적절하게 소통할 줄 아는 비장애인들이 그 사람과 그사람이 사는 곳 주변에 많아질 때 자립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발달장애가 있다해도 그 주변사람들과 서로 잘 지낼 수 있다면 자립은 경제적 지원만으로, 집안 살림을 도와주는 정도의 지원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인지와 언어에 장애가 있고 정보처리와 상황판단력에 장애가 있어도 그 장애를 가진 그 상태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방법을 찾고 그런 기능에 장애가 있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도록 당사자와 그 주변사람들을 함께 변화시키는 적절한 방안과 방법을 찾고 그것이 제대로 실행되고 이루어졌을 때 발달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고 확보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왜 아직도 많은 복지관에서는 기능향상팀을 두고 발달장애인의 기능으르 향상시키고 재활시키려는데 많은 돈과 사람과 시간을 쓰는 것인가요? 아직 어린 조기교육이 필요한 발달장애 영유아라면 모르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이 그 나이에도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분의 그 기능을 향상시키는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요?


발달장애인의 장애는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그 '장애'와 다른 것인가요? 그들의 장애는 장애가 아니고 '고쳐지거나 더 나아져야 할 무엇'인 건가요?


- 작성자: 발달장애지원전문가 포럼 대표 김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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