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자폐인은 감정이 결핍된 것이 아니다.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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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11:26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오래된 오해중에 하나는 자폐로 진단받은 사람은 분석적이고 논리적이지만 감정은 완전히 배제하고 행동하는, 영화 스타트랙의 '스팍'이라는 가상인물처럼 감정이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폐인들은 그들의 감정을 특이하게 표현하거나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문제 풀이와 표현에 주로 능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감정이 결핍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매우 많은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약 절반 정도로 추정) 사람들이 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불안과 우울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아직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의 원인과 이 어려움을 어떻게 완화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자폐인들이 높은 불안을 갖게 만드는 요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그들 대다수가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불안 증상들과 감정표현 상의 장애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Alexithymia in Autism: Psychophysiological Correlates and a Possible Route to Anxiety. S. B. Gaigg · G. Bird · D. M. Bowler, 2014).


예를 들어, 여러분이 매우 싫어하는 거미와 맞닥뜨렸을 때 여러분의 감정 반응이 얼마나 심한지 이야기 해보도록 요청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보통의 경우라면, 손바닥에 땀이 배이거나 놀라서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얼굴이 벌개지거나 동공이 확장되는 등의 생리적인 반응을 통해 거미에 대한 강한 공포심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러한 반응을 감정으로 표현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객관적인 감정 반응과 주관적인 감정 표현 사이의 연관성은 매우 적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이들은 반응에 있어서는 비교적 차분한 상태이면서도 무언가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고 표현하거나 때로는 매우 긴장 상태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기분은 차분한 상태라고 보고하기도 합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은 사람들과 자폐가 아닌 일반 대중들 모두에게, 그들 신체의 반응 상태에 대한 인식의 붕괴는 불안 증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불안과 감정파악 능력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되어야 할 질문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감정에 의해 촉발되는 신체의 반응과 상태에 대한 인식의 결핍이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은 논리적으로는 다소 모순적이라는 것입니다. 즉, 감정인식 결핍이 심한 이들이 어떠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인식은 하지만, 그게 어떤 감정인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불안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의식적인 인식체계에서는 분명한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날 수 없는 강한 감정을 자신이 느끼기를 기대한다고 해서 불안이 야기될 수 있을까요?


어떤 인과관계가 밝혀지든지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많은 자폐인들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한 쪽으로 치워놓고 무시할 수 있는 ‘스팍 ’이 되기 원할 것이며, 감정이 그들의 삶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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