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문제행동 수정은 긍정적행동 지원으로

김석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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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7 12:03




“심심하면 사고 친다.”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흔하게 하는 말이다. 엄마가 청소하느라 방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으면 아이는 부엌에서 식용유를 쏟아 미끄럼을 타고 있고,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있으면 아이는 큰 방에서 싸인펜으로 벽지에 대작을 그려 놓는다. 아빠가 셀프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있으면 아이는 장바구니에서 과자를 꺼내 봉지째 카시트에 쏟아 가루를 날린다. 그나마 이 정도면 아이 나름대로이유있는 놀이이니 이해할만 하다.


감각추구가 심한 어떤 자폐아동들은 엄마가 운전하는 동안 뒷좌석에서 손에 침을 뱉아 좌석 등받이가 축축하도록 계속 문지른다. 꺅꺅 까마귀 소리 같은 괴성을 연신 질러대기도 하고, 갑자기 엄마를 잡아당겨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는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덥썩 잡아버리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툭툭 치고 놀래키는 바람에 꾸중을 듣기도 한다. 집안에서는 연신 껑충껑충 뛰어서 아래층 이웃과 경비실에서 수시로 연락이 오기도 한다.


문제행동들을 나열해놓고 보면 도무지 풀어낼 답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웃에게서 눈총과 비난을 듣는 것도 한두 번이지, 집에서조차 마음 편히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계속 문제를 일으키니 부모들로서는 조급한 마음에, 한두 번의 강력한 처벌로써 행동을 고쳐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야단도 쳐보고 때려도 봤어요”


자녀의 문제행동으로 고심하는 부모님들과의 상담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다. 이렇게 강한 처벌로 급하게 행동을 막으려고 했던 경우, 대부분 문제행동을 더 심하게 키워놓기 일쑤다. 잘못된 훈육방식을 취하게 되는 첫째 이유는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행동만을 고치려는 관점 때문이고, 둘째는 말로 야단쳤다가 매로 때렸다가 그리고 미안함에 끌어안기도 했다가 또 지쳤을 때는 포기하듯 내버려두기도 하는 불규칙한 대응으로 아동을 더 혼란에 빠뜨렸기 때문이고, 셋째는 자녀를 때려도 된다는 비윤리적인 관습의 악순환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동들을 어떻게 하루 빨리 고칠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 부모나 교사들에게 되물어 보자.


‘사회적’이라는 말에서 타인의 사회적 기준에 앞서 아동의 사회적 인지 수준은 충분히 고려되었는가? ‘하루 빨리’라는 말에서 아동의 장애로 인한 느린 발달의 시간은 고려되었는가? ‘고칠 수’라는 말에서 아동의 행동 이면에 숨은 건강한 욕구와 표현의 기술에 대한 지원은 고려되었는가?



문제행동의 원인, 즉 아동이 행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숨은 목적은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눈다. 힘든 과제를 회피하기 위함, 자신의 필요를 요구하기 위함, 심심한 일상에서 관심을 끌기 위함, 감각적 불균형 해소를 위한 자기자극을 추구함, 그리고 신체적 불편함이나 약물의 부작용 등이다. 이와 같이 행동의 동기를 정확하게 관찰하고 파악할 수 있으면 해결방법은 자연스레 찾아지게 된다.


힘든 과제는 아동의 수준에 맞도록 더 쉽게 제시하고 짧은 시간으로 잘게 나눠주어야 한다. 자신의 필요를 요구하려는 건강한 의도는 언어적 소통방식 외에 손짓이나 그림 또는 사진 카드, 그리고 간단한 신호를 가르쳐서 표현케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관심을 끌려는 사회적 욕구는 매우 지지해야할 발달과정이므로 문제행동이 아닌 바람직한 대체행동, 예를 들어 가만히 앉아 있는 순간만으로도 격렬하게 칭찬하며 관심을 주어 강화해야 한다.


감각불균형으로 인한 자기자극은 신체를 상하게 하거나 공적인 공간에서 크게 방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면 가능한 한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시간을 예방적으로 마련하여 감각 이완과 자극을 충분히 경험하고 균형있게 해소할 수 있도록 신체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 외 신체적 불편함이나 약물의 부작용은 당연히 충분한 수면과 휴식, 그리고 섭식이 이뤄지도록 일과 및 약물 성분과 용량을 조정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해결과정이 유난히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변화의 시간에 대한 막연함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도 변화된다는 충분한 증거와 확신만 선다면 괜찮을 것이나 그 정도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고, 또 과정 중에 뒤로 후퇴하는 시행착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양육자나 교사의 불안감은 늘 한켠에 혼란스럽게 남게 된다.



그러나 윤리적인 지침과 통계적인 증거 기반들에 근거하여 최선의 방식을 시도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교육적 태도이며, 적어도 성급함과 무지함 또는 잘못된 방식으로 인한 치명적인 마이너스를 최소화하는 바른 지름길일 것이다.


다시 첫문장으로 돌아가보자. “심심하면 사고 친다.”


대부분의 부모와 교사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문제행동을 최소화하는 가장 바르고 빠른 길은 심심할 때 사용할 긍정적 대체행동들을 평소의 일상 속에서 얼마만큼 많이 가르치고 지원해주었느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인들의 의도적인 설정으로 제시하고 유도하고 반응하고 지지하여 바람직한 행동의 레파토리들을 충분히 반복적으로 형성한 후에, 아동이 홀로 있을 때도 습관적으로 그 행동을 즐겨 해낼 수 있도록 스스로 동기부여 되기까지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제서야 엄마가 방청소를 하든 부엌일을 하든, 아빠가 주유를 하든 운전을 하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아동은 바람직한 놀이로 스스로 만족스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발달장애아동이 이렇게 자립적인 놀이와 행동을 하기까지는 몇 년 혹은 십 년, 이십 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스무 살, 서른 살이 넘어서도 문제행동들만으로 회피하고 요구하고 관심을 끌게 하지 않으려면, 때와 장소와 상황과 대상에 맞는 다양한 대체행동과 놀이기술들을 보다 더 충분히, 일관되게 지원해야만 한다.


* 글쓴이: 김석주(자폐청년의 부모/ 음악치료사/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산지부장)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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