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응용행동분석(ABA)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치료하는 기법이 아니다

더스페셜님

0

18090

2016.08.22 11:53




많은 미국의 특수학교와 치료실에서는 자폐아들을 교육 또는 훈련하기 위해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 기법을 사용합니다. ABA는 논란이 있어왔던 기법인데 어떤 측면이 논란이 되어 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ABA는 사실 자폐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기법은 나이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으며 아이들뿐 아니라 장애 정도가 심한 자폐인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중재 방법이죠. 또한 자폐성 장애 이외의 교육과 행동치료의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인 육아에도 이와 같은 원리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ABA는 전문적인 운동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일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합니다.



다른 장애처럼 자폐성 장애도 ‘차이’일 뿐 ‘질병’이 아니다.


비평가들은 ABA가 자폐적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하거나 자폐아동의 바로 그 본성과 성향을 제거해 ‘정상적’이라는 우리의 생각에 그들을 맞추는 것이라고 하는 등 논쟁을 벌이곤 합니다. 분명한 것은 자폐 전문가들이 ABA가 아이들에게서 “자폐증을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교육현장의 실무자들이 ABA를 “개를 훈련하는 것”에 비유하며 비판하는 것이나 자폐인 당사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들입니다.

만약 이런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수치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자폐증은 ‘차이’이지, ‘질병’이 아니며, 자폐증이 있다는 것으로 누군가를 조롱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들은 사실에 부합하는 것일까요?


어렸을 때 ABA에 기반한 중재를 받았던 몇몇 자폐인들은 그들이 겪은 부정적 경험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ABA의 개척자인 Ivar Lovaas에 의한 한 유명한 연구는 강력한 ABA 처치 이후에 학교와 일상생활에 참여할 수 있었던 아이들을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또래들로부터 “구분할 수 없는” 아이들이 되었다고 묘사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ABA 실무자(주로 치료사)들은 가끔 이를 자폐증을 위한 치료(treatment)라 묘사하기도 하며, 이 방법이 분명한 “회복”의 요인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ABA가 아이들의 자폐증을 없애기 위한 시도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연구자들과 행동 분석가들은 ABA를 정확하게 묘사하지 않고 있으며, 그 와중에 매우 도움이 되고 효율적인 여타의 기법들을 폄하하기도 합니다. 지지자들과 비판자들 모두 이 기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더 좋은 방법을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ABA란 무엇인가?


과학적 연구로부터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새로운 행동을 배우는지를 알게 되었는데, ABA는 이러한 행동과학으로부터 발전했습니다. 의사와 심리학자들은 이 학습의 원리를 새로운 기술(skill)을 배우고, 문제가 되는 행동을 줄이는 데 활용하는 등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사용해 왔습니다.


자폐아들에게 이러한 기법을 적용하는 1차적인 목표는 새로운 행동과 기술들을 습득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수행하는 주된 방법은 복잡한 행동 기술들을 더 간단한 단계로 쪼개어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가르치고 성공을 보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그들은 복잡한 행동들을 더 많이 배울 수 있게 됩니다.


ABA는 1960년대에 미국에서 자폐아들에게 사용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영국에서는 복잡한 ABA 교육 프로그램들을 적용하는 학교는 드물었습니다. 몇몇 ABA의 지지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주당 40시간 이상 더 강도 높게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질적으로 보장된 ABA 기법이 아이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강도 높은 시행이 필수조건인 것은 아닙니다.



ABA는 자폐증을 바꾸는가 행동을 바꾸는가?


지지자들은 ABA가 개입의 초점과 목표이 무엇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어떤 행동들이 변화되어야 하고 어떤 기능들이 개발되어야 하는지는 ABA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학습이나 훈련의 목표들은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자폐인과 그들의 가족들 대부분은, 그들이 삶에서 성취하고 싶은 것을 질문받았을 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가족과 사회적 관계, 직업, 좋아하는 활동, 의사소통 능력, 자기결정, 가능한 자립하여 살기 등이라고 답합니다. 그들은 자폐증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부모들이 바라는 것과 당사자인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은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가 의사소통 능력을 우선 갖기를 바라는 반면, 아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법을 배워 친구의 집에 방문하기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자폐아에게 무엇을 가르칠지를 결정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전형적인 아이들의 발달을 토대로 그것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발달과정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성취하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인지, 그리고 그들이 다음으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국가나 학교수준에서 제시되는 교육과정 또한 아이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취 목표들 속에는 독립성과 자기 결정 기술을 갖도록 도와줄 의사소통, 사회성 기술, 일상생활 기술, 기초학력 기능과 같은, 미래의 발달에 도움이 될 중추적인 행동 목표들이 제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비평가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ABA에서는 상동 행동과 같은 특정한 행동들이 꼭 감소되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손뼉을 치는 행동 같은 몇몇 행동은 아이의 불안을 감소시켜주기도 하는 등,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심각하게 문제가 되거나 위험하지 않고, 학습과 목표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 행동들이 굳이 ABA의 중재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만일 그 행동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문제가 되고 방해가 된다면, 아이가 그 행동으로 달성하려는 것과 기능적으로 같은 것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바꿔주는 것이 윤리적으로도 더 타당한 조치일 것입니다.



교육과 자폐증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많은 자폐아들을 성공적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교육 방법에 대해서 늘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방법들이 시도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교육이나 재활치료 현장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액체형태가 아닌 음식을 거부할 때 그것을 먹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윤리적으로도, 행동적으로도 적절한 것일까요? 10살이 넘어서도 계속 이렇게 음식을 거부한다면 튜브로라도 주입해 주어야 할까요? 계속 ABA 같은 행동수정 프로그램을 강도 높게 시행해야 하는 걸까요?


여전히 상당수의 자폐아 부모들은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의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그 행동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부정적 반응으로 인해 다른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보다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분야에서 중재법들에 대한 이러한 논란 그 자체는 각 접근법들을 지지하는 사람들간의 싸움으로 비친다는 점에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육 시스템과 재활치료 서비스 분야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논의해야 하며, 그 올바른 방법을 찾아야 할 책임이 전문가와 실무자들 모두에게 있습니다. 이것은 자폐성 장애가 질병처럼 치료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보는 의학적 모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차이 모델을 택한 것인가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적어도 모든 당사자와 관계자들이 공통점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전생애에 걸쳐 자폐인들의 교육과 재활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관점이니까요.


원문: http://theconversation.com/behavioural-method-is-not-an-attempt-to-cure-autism-19782


번역: 김성남 / 특수교육학 박사 /(주)쌤스토리 행복한마음발달연구소



twitter facebook googl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