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초등학교 입학준비 묻고 답하기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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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23:16




해마다 여름의 끝자락부터 부모님들의 고민은 초등학교 입학에 쏠리게 됩니다. 아이에게도, 부모님에게도 학교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은 엄청난 긴장과 걱정을 안겨주는 일입니다. 특히 특수교육대상 아이들의 경우 부모님들께서 별도로 준비할 절차도 많고 아직 다가오지 않을 미래의 변수와 환경을 모두 고려하여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어떤 선택이 현명하였고 정답이었다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였을 선배부모님들의 이야기로 도움을 얻고,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님들끼리 응원해가며 학교생활을 준비해나간다면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의 글은 내년도 그리고 1-2년 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님들과 함께 고민을 나눈 대화를 글로 정리하고 살을 붙인 것입니다. 


Q >> 비장애 형제인 언니가 다니고 있는 같은 학교로 진학시키는 게 좋을까요?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언니가 동생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걱정됩니다. 그동안 장애를 가진 동생의 존재를 맘 편하게 공개하지 못했었는데 오히려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동생의 사정을 친구들에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A >> 발달장애와 관련해서 비장애 형제에 대한 주제는 가장 조심스럽습니다. 부모님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결국 부모의 생각일 뿐 비장애형제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읽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위 상황을 보면 거의 대부분은 비장애형제와 같은 학교를 보내지는 않습니다. 질문에서처럼 같은 학교를 다니다보면 장애를 가진 형제의 문제를 다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나누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이가 이 문제를 단단하게 받아낼만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어려운 문제를 버텨내야 하는 상황에 닥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수교육대상인 동생이 같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이 아이의 정체성은 ‘장애를 가진 동생을 가진 아이’로 좁혀져 버립니다. 누구보다 장애를 잘 아는 아이로 다루어지면서 반강제로 반친구에게 기꺼이 도움을 나누어주어야 하는 입장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바람직한 모습이라도 자발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하다면 비장애 아이들에게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장애 형제들 각자가 가진 성향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대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오히려 장애를 가진 자녀의 상황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부대끼며 살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장애자녀가 있다는 점을 미리 동네사람들에게 공개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받는 일도 많습니다. 장애자녀의 성장과 삶을 온 마을이 나서서 거든다는 것은 그리 거창한 개념이 아닙니다. 


Q >> 아이를 처음 접하게 될 선생님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장애와 관련한 이야기를 미리 말씀드리면 오히려 선입견을 갖게 되시진 않을까요?


A >> 오히려 반대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에 대한 정보와 필수적인 지원의 내용을 부모님께서 공유해주시지 않는다면 선생님 입장에서는 난감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전문가이니 알아서 해보라는 도전적인 메시지로 읽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학생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개별화된 지원을 제공해야한다는 점이 선생님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이런 정보를 선생님과 나눈다는 의미는, 우리 아이가 필요한 것이니 무조건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자세가 아니라, 아이가 가진 잠재력의 최대치를 학교라는 환경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가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아이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함께 나눈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학교에 입학하기까지 아이가 받아온 다양한 치료교육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와 접근방식, 성과에 대해 선생님과 공유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Q >> 아이를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정말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A >> 우리가 흔히 학교에 들어갈 준비기술이라고 일컫는 읽기, 쓰기 등등의 능력을 입학이라는 데드라인까지 해내기 위해 아이들을 다그치는 준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통합학급의 경우 수업환경의 형태를 고려할 때 선생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문제행동이 있는 아동입니다. 입학을 앞둔 자녀의 행동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면 이에 대한 대비는 하루빨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학생보다 기본적인 교실생활을 위한 규칙을 거부하고 피해나 위험을 불러일으킬 행동을 하는 학생의 경우가 더 난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관련해서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상대방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최적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지금부터 입학 전까지 찾아내고 연습하는 시간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학교는 단순히 읽고 쓰고 말하고 공부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학교는 생활하는 곳입니다. 선생님과, 또래와 함께 부대끼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있는 곳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더불어 생활하기 위한 방식이 무엇일지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학교 입학을 준비한다는 의미를, 몇 가지의 국한된 기술을 습득하고 마스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유진 :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행동분석가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교육위원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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