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자폐아의 부모님들께

김성남님

0

5692

2017.04.05 18:30




자폐인의 관점과 자폐인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부모님들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상하거나 특이하다고 불리울 정도로 능력치와 개성이 다양한 자폐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 세계를 인식하는지를 최대한 깊이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십시오.


사람들이 "기능이 저조함" 또는 "기능이 우수함"과 같은 표식으로 아이를 묘사한다면 그런 용어나 표현들이 자폐인 본인에게는 거의 아무런 의미도 쓸모도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하십시오.


말을 못하는 무발화인 아이에게 그것만을 이유로 언어 치료와 행동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그런 접근법만 고집하다가는 십대가 되고 성인이 되어도 말은 몇 마디 못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는 권리와 적절한 대안은 제공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음을 설명하십시오.

자녀가 하는 모든 것들을 자폐라는 장애로 인한 것으로 가정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십시오. 자기 몸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고, 대화를 통째로 암기하고, 엘리베이터의 모든 버튼들을 누르기 좋아하는 행동처럼, 자폐증이 아닌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그것이 아이에게 주는 충족감과 타인에게 주는 불편감 사이에서 가능한 한 아이의 흐름을 따라 균형을 잡아가도록 하십시오.

자폐인을 위한 편의제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세요. 소음을 줄여줄 헤드폰이 필요하다면 준비해 주세요. 어떤 소리를 참기 어려워한다면, 집중하기 위해 조용한 공간이 필요하다면, 외부 자극을 조절하기 위해 자기를 "자극"할 물건이 필요하다면, 구두로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전제로 그들이 불안하거나 고통스럽지 않게 기능하고 소통하는데 필요한 어떤 세팅이나 도구라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셔야 하고, 정기적으로 자녀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폐인에게 이러한 편의는 휠체어 이용자에게 경사로처럼,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합니다. 당당하게 주장하세요.

자폐증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거나 그게 안되면 패배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이의 삶에서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과 전투를 벌이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부모는 먼저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야 하며 그러면 그 친절함을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발달장애아를 키운다고 해서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야만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좋아질 거라는 생각은 부모가 완벽해지면 걷지 못하는 아이가 걷게 될 거라는 생각과 비슷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자신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부모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쓴 글을 하나 들려드릴게요.


나는 당신의 숙제가 아니에요 / 김성남


나는 당신의 숙제가 아니에요
나는 당신의 아이에요
당신이 싸워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같은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이에요.

나는 당신의 숙제가 아니에요

세상의 많은 하찮은 것들이
나를 통해 소중한 것들로 바뀔 거에요.
산을 올라 정상을 정복하는 삶보다
낮은 곳으로 흘러 흘러 넓은 곳에서
함께 만나는 삶이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나와 같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모든 아이들에게 행복한 세상임을
나를 통해 알게 될 거에요.

나는 당신의 숙제가 아니에요
나는 당신의 드림캐처에요.
나쁜 꿈은 걸러내고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줄 드림캐처에요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꿈꿔야 하는지
나를 통해 알게 될 거에요.

빛은 상처 난 곳을 통해 들어 온데요.
당신이 허용한다면요.

제가 그 빛이 되어 줄게요.


twitter facebook googl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