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동화] 특별한 오빠를 갖는다는 것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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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7 18:13







"특별한 오빠를 갖는다는 것"


※ 이 글은 비장애형제의 마음을 담은 도서 "Oh, Brother! - Growing up with a special needs sibling"의 일부를 해석, 요약한 것입니다.


 

가끔 오빠가 불쌍해요
 
가끔 오빠를 보고 있으면 많이 슬퍼져요.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피하기도 하고 오빠일에 신경쓰지 않는 척하기도 해요. 이 세상에는 오빠가 절대 할 수 없는 일도 너무 많고 오빠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많아요. 그렇게 기분이 안좋을 때면 내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요. 내가 오빠를 생각하는 것처럼 오빠도 자기자신을 생각한다면 … 오빠도 슬플까요?


가끔 오빠는 오빠가 스스로 만든 작은 행복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 세상에는 분명 음악도 있을 거예요. 오빠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니까요. 오빠는 닥치는 대로 들어요. 랩, 오페라, 락, 재즈, 그리고 클래식까지요.
녹음을 하지 않을 때면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추곤 해요. 그리고 오빠는 걷질 않아요.
오빠는 늘 뛰어다니고 특히 기분 좋을 때는 깡총깡총 뛰어 다녀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 오빠는 오빠가 갖고 있는 장애가 슬프지 않은 거 같아요. 난 가끔 슬프지만요.
 


나한테도 관심을 주세요
 
아빠가 말씀하시기를, 나는 태어날 때부터 어떻게 하면 관심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었대요.
아주 갓난아기였을 때는 엄마가 안아주지 않으면 큰소리로 울었대요.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좀더 다른 방법으로 관심을 받았구요.

엄마, 아빠의 관심을 받는 일은 쉬운 게 아니예요. 오빠가 장애가 있다는 거는 마치 가족들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쇼를 지켜보는 기분과 같아요. 엄마와 아빠는 늘 오빠를 보살피고 가르치느라고 신경을 많이 쓰세요. 또 오빠가 저질러놓은 사고를 수습하느라고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하시죠.


그런 일이 있을 때면 난 잠시 투명인간처럼 사라져버리곤 해요.
엄마와 아빠는 온 관심을 오빠에게 쏟아붓지만 난 도와드릴 일이 없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엄마와 아빠가 오빠한테만 관심을 보이는게 난 싫어요.
 
엄마, 아빠. 나 여기 있어요. 난 안보이나요?

이 문제는 엄마와 아빠도 신경을 많이 쓰세요. 엄마, 아빠는 내가 질투하는게 당연한 거래요. 그래서 우리는 같이 시간을 보낼만한 일을 찾기로 했어요. (아빠는, 내가 작은 틈새 사이로 떨어져 버리는 게 마음아프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셋은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가고 오빠는 아는 분이 그동안 봐주시기도 하세요. 하지만 자주 그러지는 못해요. 매주마다 나는 엄마랑만, 혹은 아빠랑만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나는 그런 시간이 너무너무 행복해요.

 

엄마와 아빠가 오빠에게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만, 이렇게 엄마, 아빠와 단둘이 외출을 하고 나면 서운한 마음이 많이 없어져요. 좀더 우리 가족을 이해하게 되고 참을성도 생기는거 같아요. 오빠는 지금 엄마와 아빠의 관심이 필요하잖아요. 언젠간 제 차례가 온다는 걸 알고 있어요.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까?
 
'만약 내가 아이를 낳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나도 오빠 같은 아이를 낳게 될까요, 엄마? 아빠한테는 장애를 가진 형제가 없나요? 아니면 엄마는요?” 

엄마는 웃으셨어요. 

“그렇지 않아, 민아. 삼촌들은 쌍둥이긴 하지만 장애는 없단다. 이모 중에서도 장애를 가진 사람은 없어”

 

“엄마, 나는 좀 무서워요. 가끔 현이오빠 때문에 힘이 들 때도 있거든요. 만약 내가 엄마라면 난 아마 엄마처럼 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란다. 하지만 넌 아직 어리잖니. 지금은 아기들을 돌볼 필요가 없어. 그 아이가 장애가 있건 없건 말이야. 그런 일은 훨씬 나중에 너가 엄마가 되었을 때의 일이잖니”

 

“그치만 엄마, 언젠가는 나도 어른이 되잖아요. 만약에 그 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죠?”

엄마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어요. 

“어떤 장애는 가족들끼리 계속 생겨나는 것들이 있어. 하지만 다른 장애는 그렇지 않단다. 만약에 한 장애가 가족들한테 자꾸자꾸 생겨나면 그걸 유전이라고 하는거야. 할아버지한테 생긴 일이 엄마나 아빠한테도 생기고 그 아이한테도 생기는 거지. 하지만 어떤 장애는 전혀 상관없이 갑자기 생겨나곤 해.”

"어떤 아가이든간에 아마 엄마라면 분명 사랑해주고 아껴줄거야.."
"난, 자신없어요, 엄마."

엄마 이야기를 들으니까 조금 슬프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했어요.

"난 현이오빠가 정말 좋아요. 그리고 실은 오빠를 화성에 보내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렇지만 만약 내가 오빠같은 아기를 갖게 된다면 잘할 자신이 없어요. 만약 내가 못하면 어쩌죠?"
"못한다고 해서 나쁜 엄마가 되는건 아니야.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를 아는게 더 중요하단다. 만약 너가 힘들어할 때면 너를 도와줄 사람들이 많을거야."
 
엄마가 불을 끄고 나간 후에 창문 너머로 보이는 별들을 바라보았어요. 너무나 평화로와 보였어요.
어쩌면 .. 내 아이도 장애가 없을지도 몰라요. 아무 문제 없이요.
만약에 .. 장애가 있더라도 ... 잘될 거예요. 만약에 ... 만약에 ...
그래요. 머리 속으로 고민하는 거는 그만해야될 거 같아요.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나만의 공간을 가졌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으면 난 다른 방법을 쓰곤 해요.

한번은 내가 어렸을 때 오빠가 내 인형을 망가뜨려 놓아서 내가 굉장히 화가 난 적이 있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막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 때 나는 너무 어려서 그런 기분을 말로 잘 할 수가 없었어요.

엄마는 내가 화가 난 걸 알고 종이와 크레파스를 갖다 주셨어요. 

“민아. 니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림으로 보여줄래?”


나는 빨간색 크레파스를 쥐고 꾹꾹 눌러서 여자아이를 그렸어요.

그리고 화가 나서 온몸에서 광선이 나가는 것처럼 삐죽삐죽한 선을 여러 개 그렸어요. 

“이게 나야, 엄마” 

“우와, 정말 잘그렸구나. 그럼 이번에는 이 새 종이에다가 우리 가족을 그려줄래?”
나는 크고 길쭉한 사람을 그렸어요. 

“이게 나야”

조금 작은 사람을 그렸어요 “이건 엄마구…”

좀더 작은 사람을 그렸어요 “이건 아빠야.”

그리고 종이 귀퉁이에 아주 조그만 사람을 하나 그렸어요 

“이건 뭐니, 민아?” 

“그게 현이오빠야.”

오빠를 그렇게 안보이게 그리니까 기분이 좋아졌어요.


 

난 엄마, 아빠가 아니야!

 

“민아~” 엄마가 큰소리로 불렀어요. 

“오빠한테 그렇게 하면 안돼. 넌 엄마가 아니잖아”

이크, 내가 오빠 방에서 오빠를 야단치고 있는 걸 엄마가 들었나봐요. 우리집에서는 절대 그렇게 하면 안되거든요.

왜냐면 난 아직 어린아이니까요. 그래요. 나도 그건 좋아요. 언젠가 내가 어른이 되면 내가 현이오빠를 더 많이 돌봐줘야 하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나도 그냥 어린아이처럼 지내는 게 좋아요.


하지만 난 정말로 오빠를 도와주고 싶어요. 오빠가 어릴 적에 말하는 거를 배울 때에는 내가 많이 도와줬어요. 오빠가 발음하지 못하는 소리가 많았거든요.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의 언어치료 선생님을 그거 때문에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나도 오빠를 많이 도와주었어요. 난 그 때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꼬마아이였는데두요. 내가 발음을 해주면 오빠는 열심히 따라했어요.

엄마 아빠는 내가 그러는 걸 좋아하셨지만 너무 지나친 거는 원치 않으셨어요.

그래서 오빠 혼자 연습해야 하는 거는 나도 중간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지금도 오빠 일에 너무 참견하거나 선생님처럼 가르치려고 하는 거는 안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도 몰라

 

“내 친구들 중에는 현이오빠 같은 오빠를 가진 친구는 없어” 난 아빠한테 말했어요.

“그 친구들은 몰라요. 오즈의 마법사는 내가 정말 좋아하던 영화였는데 오빠가 하도 여러 번 틀어봐서 이제는 지긋지긋하다구요. 내가 친구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도 그 얘들은 이해 못해요”

“만약에 그 친구들도 너처럼 여러 번 봤더라면 아마 지긋지긋하다고 했을거야”

“그렇죠, 아빠? 제 친구들은 몰라요. 내 기분이 어떤지.”


“어떤 친구들은 너를 이해해 줄거야.”

"이 동네에, 현이같은 오빠나 동생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도 어려운 점을 서로 도와주는 모임이 있어."

"정말이요?" "그럼~. 만약 그 모임에 관심이 있다면 아빠한테 물어보렴"

 

며칠을 생각해본 후에 나는 그 모임에 한번 나가보기로 결심했어요. 첫날 모임에서 나는 호야를 만났어요. 호야는 나랑 동갑이고 호야네 형도 우리 현이오빠처럼, 늘 똑같은 것만 몇시간씩 쳐다본대요. 호야네 형하고 우리 오빠하고 너무너무 비슷해서 정말 놀랐어요. 호야랑 나는 서로의 형과 오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나는 물건 고치는 걸 좋아해. 그리고 정말 잘 고친다구. 다만 .. 우리 형은 .. 못고쳐"

호야가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나도 내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재미있는 이야기요.

현이오빠가 화재경보등을 울린 이야기, 방안 가득 연기를 피운 이야기들 말이예요.

호야도 자기가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우리끼리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죠. 우린 늘 그렇게 사니까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아요. 얼마나 슬픈 일인지도 알고 .. 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도요.

가끔은 그런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참 다행이구나 .. 하는 생각도 해요.

어떤 친구들의 형제들은 아예 말을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럼, 현이오빠처럼 춤추거나 뛸 수 없죠. 게다가 형제들하고 한마디도 나눌 수 없는 경우도 있는걸요.



 

 

언젠가는 ...

 

어느날 엄마가 나를 발레교실에 데려다주는 길에서 유명한 연예인이 그려진 광고판을 지나쳐 간 적이 있어요. 

"민아, 저거 봤니?" 엄마는 광고판을 가리키며 물었어요 "저 사람 눈을 좀 봐."

그 광고판에 있는 사람은 환하게 웃고 있었어요. 그냥 광고때문에 웃는게 아니라 정말 밝게 웃고 있었어요. 

"글쎄요. 환하게 웃고있는 얼굴인데요, 조금 슬퍼보이기도 해요"

 

"저 사람의 딸도 장애아란다."

"참 많이 힘들었겠어요"

"그럼~ 물론이지.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다 힘들어."


휴우! 그런 말을 듣고 나니까 저런 걱정을 하는게 나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많이 위안이 돼요.


"현이오빠는 민이 너를 참 많이 좋아해. 너가 어른이 되면 장애를 가진 오빠와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될거야. 물론 화가 나는 일도 많지만 말이야"

"그럴까요?"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걸 너는 이해할 수 있어. 장애를 가진 오빠와 생기는 어려움을 그 사람들은 모르잖니. 그리고 오빠가 너를 많이 괴롭힐 때에도 너는 잘 참아주었고. 어려움이 닥쳐도 잘 해결할 수 있을거야. 그런 연습을 많이 해왔으니까. 그리고 무언가를 바꾸지 못해서, 무언가를 이해하기 힘들어서 화가 나고 답답한 기분을 너는 벌써 잘 알고 있어. 어떻게 하면 그런 기분을 잘 다스리는지도 잘 알고 있지. 그렇지? 만약에 어떤 사람이 화가 많이 났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열심히 잘 들어줄거고. 어떤 느낌인지 아니까 말이야."

 

그래요. 엄마 말이 맞아요.

난 앞으로도 웃으면서 지낼거고

엄마 아빠와 특별한 데이트도 가질거고

잠깐 쉬었다 가기도 할 거고

특별한 방법으로도 생각해 볼거고

글을 쓰거나 그림도 그릴거고

가끔은 아이처럼 굴기도 할거고

그리고 ... 언제나 자유롭게 춤출 거예요 ...



번역 : 정유진 / 유아특수교육 전문가 / 행동중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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