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여가


음악과 언어-4. 리듬의 묘미


근래의 인기 있는 대중음악들 중에 랩송이 있다. 음악의 3요소를 리듬과 멜로디와 화성이라 보는데, 화성이 결여된 단선율 음악도 가능하고 멜로디가 결여된 랩송도 가능하지만, 리듬이 결여된 음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인지신경과학적 실험연구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빠른 템포의 음악에 주로 기쁘고 즐겁고 쾌활한 정서를 나타내며, 일정한 패턴에서 예기치 못한 이탈과 해결이 일어날 때 다양한 정서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일정한 기대감에서 벗어나는 찰나에 집중을 유도하고 곧이어 본래의 패턴으로 이어지는 해결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음악적 리듬의 효과를 이용한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
익숙한 4/4박자의 동요 ‘곰 세 마리’의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엄마-’에서 멈추면 일정한 패턴을 편안하게 기대하며 듣고 있던 아동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 이름을 불러도 잘 쳐다보지 않던 발달장애 아동은 부모나 교사를 힐끗 보거나, 다가와서 빨리 그 다음 가사를 이어부르라고 손으로 엄마의 입을 건드리기도 한다. 발화가 가능하고, 평소에 이 노래를 익히 알던 아동이라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곰” 하고 다음 가사를 이어 부를 것이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
“너라”
“이리 날아---?”
“오너라!”
대체로 아동들은 명사를 먼저 익히므로 노래 가사 속에서도 ‘나비’, ‘꽃’, ‘참새’ 등은 잘 외워도 ‘이리’나 ‘오너라’ 등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의미도 파악하지 못하고 따라 부르다가 잊어버리는 수가 많다. 그럴 때 리듬의 변화기법으로 아동을 자극해 ‘오너라’를 인상적으로 표현하게 하며, 그 의미까지 관심을 끌어 인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


동요들 중에는 의도적으로 가사의 포인트를 전달하기 위해 리듬을 매치한 곡들이 많은데, 김성균 곡 ‘참 재미있었지’의 악보 일부분을 보면, 반 박자의 반복으로 빠르게 진행되던 리듬이 ‘산’ 부분에서 한 박으로 갑자기 걸음을 멈추듯 강조되었고, 셋째마디에서도 ‘무얼’ 부분만 점4분음표로 길게 늘임이 강조되었다. 즉 ‘어디’로 갔는지와 ‘무얼’ 보았는지를 묻는 가사의 의도가 잘 표현된 것이다.



<악보> ‘참 재미있었지’ 악곡 중 1∼4마디



이 외에도 악보 상 음표의 길이는 큰 차이가 없지만, 스타카토와 레가토 등 악상기법을 이용해 음과 음 사이를 짧게 끊어주거나, 부드럽게 이어주는 표현의 변화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모방의 욕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음표의 길이 변화 뿐 아니라, 쉼표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아동으로 하여금 주의를 끌고 집중을 유도할 수 있다.


필자가 작사작곡한 곡 ‘모양 찾기 놀이’를 살펴 보면 첫째단과 셋째단은 반복되는 리듬과 가사로 즐겁고 편안한 기대감을 유지시키다가, 둘째단에서는 주변의 사물 중에서 동그랗거나 세모나거나 네모난 것들을 집중하여 찾아내도록 두 박자 음표 후에 두 박자 쉼표로 멈추는 시간을 강조하고 있다. 즉 ‘안경’을 말한 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또 무슨 사물이 있을까 생각에 몰두하도록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배정해놓은 것이다.






아동과 노래를 주고 받으며 리듬에 변화를 주거나, 중간에 멈추어 아동의 흥미를 유발하거나 표현을 유도하고자 할 때,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의 정도는 꽤 중요하다. 너무 길게 멈추거나 기다리면 아동의 생각이 노래를 떠나 전혀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릴 수 있다. 그리고, 너무 짧은 시간에 답을 재촉하다 보면 생각의 흐름이 느린 아동의 경우 좌절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대체로 노래를 멈추고 집중을 이끌기에는 2~3초 정도가 적당하다. 3초가 지나도 아동이 답을 맞추지 못한다면 부모나 교사가 자연스럽게 다음 소절로 노래를 이어가며, 아동의 답답함과 당황스러움을 해소하여 주고 즐겁게 참여를 지속시키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 글쓴이: 김석주(자폐청년의 부모/ 음악치료사/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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