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과 언어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덜 말하기 -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지도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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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 16:19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자폐인들은 우리의 상호작용의 80%를 구성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읽어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들은 단어들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며, 관점, 의미, 표현 뒤에 숨어있는 의도들을 드러내주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느낍니다. 사실 우리들 대부분의 생각, 감정, 관점을 나누는 과정의 상당부분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어른들은 말을 가르치는 일에 많이 집중합니다. 이에 따라 많은 아이들은 능률적으로 그들의 욕구, 생각, 관점을 말하고 언어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상대의 마음을 보는 법은 쉽게 배우지 못합니다. 사실 유아들은 말하는 것을 배우기 전에 비언어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부모와 의사소통을 하면서 아이는 목소리(톤이나 억양), 얼굴 표정, 시선, 손짓 그밖의 다른 비언어적 행동들과 부모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연관짓는 법을 깨달아 갑니다. 아이는 우리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우리의 표정과 목소리나 억양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 어떻게 이런 비언어적 요소들과 의사표현을 관련지을 수 있는지를 먼저 배웁니다. 사실 비언어적인 표현들을 통해 의사소통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이러한 동기는 말을 배우기 위한 강력한 유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읽어내는 일은 대부분의 자폐인들에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폐인들에게 비언어적 요소들을 의미나 맥락과 관련짓는 것을 배우기 전에 말하는 법을 먼저 가르칩니다. 단어 뒤에 숨어있는 숨겨진 의미나 의도나 감정을 읽는 방법보다는 단어를 먼저 가르칩니다. 때로는 이런 비언어적 측면은 아예 가르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발화된 단어에 속박되고 그것들을 언어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에만 머무르게 됩니다. 불행히도 우리가 발화한 단어들은 거의 대부분 글처럼 언어적으로만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종종 이미 알고 있는 단어들이라 해도 다른 상대와 다른 맥락에서 그 발화들을 접하면 적절히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게 됩니다.


비언어적 의사표현들을 효율적으로 읽어 내기 위해 어떻게 표정과 제스처들을 참고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일은 의사소통의 중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상대의 얼굴표정을 참조하는 방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발화된 언어적 자극이나 정보에만 묶여있게 되면 상대가 하는 말을 듣는 것과 상대를 살펴보는 것을 동시에 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자폐아들은 상대의 말에 집중하는 동안 동시에 상대의 비언어적 메시지를 보는 것이 힘들어 집니다. 이들에게는 동시에 두 가지 채널의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 전형적인 신경발달을 보이는 아이들보다 더 어렵습니다.


시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각 정보 처리에 취약한 이들은 상대가 말하는 것을 잘 파악하기 위해 말을 하는 동안 그 말소리에 집중하고 상대의 입을 바라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동시에 그가 보여주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행위들을 읽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소통의 과정에 담겨진 숨겨진 비언어적 정보들을 놓치지 않고 파악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아이들에게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요소들을 읽는 법을 습득하도록 가르치기 위해서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말은 줄이고 비언어적 표현들을 사용해 의사소통해야 합니다.


우리가 발화를 덜 사용하고 비언어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려 할 때는 자연히 더 많은 얼굴 표정과 손짓들을 사용하게 됩니다. 단어들을 덜 사용하고 좀 더 뚜렷하고 생기있는 얼굴 표정들과 다양하고 과장된 손짓이나 제스처들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맞춤과 같은 행동들은 재촉하지 말고 우리가 그것을 다양하고 뚜렷하게 사용함으로써 그것을 해석할 필요가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나를 쳐다볼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고 나를 쳐다보도록 해줍니다. 말을 하지 않고 비언어적인 신호와 행동들을 사용하면 어떤 식으로든 상호작용을 시도하려는 아이는 그 행동들에 관심을 가지고 탐색하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말을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말을 줄이고 아이가 나의 얼굴에서 참조해야 할 지점을 찾고 그 정보와 의미 전달을 위한 행동들을 알아챌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면 필요한 것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는 상대의 비언어적 표현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에게 말로 지시하거나 말로 표현하는 방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을 줄이고 비언어적 요소를 많이 사용해서 아이에게 표현해 주는 일은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아이가 비언어적 표현들을 읽고 표현하도록 가르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대화 장면에서 아래와 같은 방법들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1. 말을 줄이고 표정이나 손짓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더 많이 의사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2. 당신의 비언어적 언어를 강조하기 위해 활력 있는 얼굴표정, 과장된 몸짓들, 좀더 격앙된 목소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3. 말을 비언어적 표현을 늘리기 위한 부차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비언어적 표현을 늘리기 위해 아이에게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당신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참조할 수 있게 해주세요.


4. 함께 하는 활동을 할 때 아이에게 언어적으로 지시하거나 재촉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고 누구의 차례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제 해야 하는지의 신호를 보내는 방법으로 머리를 젓는 것, 손짓, 얼굴표정 등을 더 많이 사용해 보세요. 예를 들어, 자기 차례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아이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흔들며 ‘맞아 너야!’ 라는 의미를 말없이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던지, 보드게임같은 것을 할 때 아이가 잘못된 것을 선택했거나 하면 검지손가락을 가로로 까딱거리거나 고개를 가로젓는 행동 같은 표현으로 그 사실을 알려 줍니다.


5. 애착이나 애정을 가진 사람이 이러한 다양한 비언어적 소통 행위들의 주체라는 점 자체가 의미파악을 위한 가장 큰 동기유발 요인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아이에게 감정의 공유를 강조해 주는 것입니다.

6. 처음에는 아이가 당신의 비언어적 행위들을 참조하거나 파악하려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살피지 않고 그냥 반응하거나 말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행동을 멈추고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전에 다시 아이가 당신을 바라보고 표정이나 몸짓 등을 보도록 기다려 줍니다. 이것은 처음에는 아이를 답답하게 만들거나 짜증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말대신 또는 말과 함께 비언어적 표현들을 시도해야 합니다.


7. 일과 중에 상호작용이 필요한 구체적인 활동(예, 놀이나 간식시간)을 함께 하는 동안 상호작용의 속도를 낮추고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언제 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강조하기 위한 손짓들과 얼굴 표정을 더 많이 사용하는 일에 익숙해 지셔야 하고, 아이가 그것을 제대로 알아차리고 행동하면 많이 칭찬해 주고 축하해 주세요.

비언어적인 방식의 이러한 소통은 쉽게 하기 힘들고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말을 하려는 욕구를 줄이고 비언어적 표현들을 먼저 끄집어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말로 지시하거나 알려 주지 말고 먼저 좀 더 쉽고 간단한 손짓이나 제스처들을 많이 사용해 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말을 늘려가는 것은 그 다음 단계에서 진행해도 되고 그 몸짓과 표정들에 의미를 더하거나 구체적인 것을 추가할 필요가 있을 때 단어를 추가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엔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행동들은 자연스러워 질 수 있고 때로는 서로에게 즐거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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