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과 언어


의사소통의 목적을 깨닫도록 가르치기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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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0 18:45



교사와 학생들이 테이블에 둘러 않아 과자나 음료수 등의 간식을 먹는 시간을 생각해 봅시다. 학생들은 보통 먹을 것을 받기 전에 적절한 방식으로(예, 손가락으로 지적하기, 말로 원하는 것을 말하기, 기호나 그림으로 표현하기 등)원하는 것을 요구하도록 교사에게 요청받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절차에는 잘못된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지도할 때 그 학생은 의사소통에 관해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활동에서 그들은 음식의 이름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기는 합니다. 즉 원하는 사물의 이름을 뜻하는 정확한 단어를 선택하여 사용하는 것을 배우거나, 단어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경우라면, 그림이나 제스처(손가락으로 가리키기)를 사용해서 그 상황에서 필요한 특정 형태의 의사소통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연습하고 실행해 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절차는 그 학생이 진정한 의미에서 의사소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즉, 의사소통의 형태인 언어 또는 비언어적인 표현수단을 익히는 것일 뿐이지 의사소통의 기능중에 요구하기 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그 상황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그 특정한 그 상황과 묶여진 특정한 행동 수단의 형식일 뿐이며, 이럴 경우 어떤 아이는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사소통의 목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라면, 아이는 테이블 밑에서 손으로 신호를 하거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속삭이거나 상대가 듣는지 듣지 않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마치 '벽에다 말을 하듯이' 또는 '혼자서 책을 읽듯이'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간식을 먹고 싶을 때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은 어떤 간식을 달라고 표현하기 전에 먼저 손을 뻗어 그 간식을 집어가려고 합니다. 언어가 아닌 '의사소통'의 지도과정에서 대부분의 실수들처럼, 이것은 실제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큰 단서가 됩니다. 의사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간식이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이 상황에서 '요구'를 표현하지 않고 바로 간식을 집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금 자신의 앞에 간식이 놓여있는 그 상황은 '요구'나 '요청'이라는 의사소통의 기능을 시도할 이유(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저 팔만 뻗으면 원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그냥 간식을 집어 가지 못하도록 하고서는 먼저 그 단어를 말하거나 손으로 가리키거나 그림카드로 표현하는 '의례적인 행동'을 먼저 거치도록 가르치는 것은 의사소통에 관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간식의 이름을 가르치거나, 간식시간에 지켜야 하는 행동 규칙의 준수, 예의바른 행동, 차례를 지키기 등과 같은 것을 가르치는 것일 뿐입니다. 물론 이러한 행동이나 표현들은 유용한 기술이기도 하고 가르쳐야 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의사소통이라는 것과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표현하고 전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짐으로서 '요구'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려면, 부모나 교사는 우선 그 간식에 대한 분명한 통제를 유지함으로써 학생들이 그들의 요구를 교사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도록 해야 하고, 이런 요구를 해야하는 필요가 있는 상황을 아이가 확실하게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의사소통의 목적(기능)이 무엇이든, 교사나 부모가 다양한 의사소통의 목적을 아이가 이해하도록 가르치려면 그 목적을 위해 의사소통이 필요한 상황을 창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의사소통의 기능을 가르치려면, 무엇인가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과 맥락에서 그 기능을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누군가를 부르는 '호명하기'라는 기능을 가르치려면 누군가를 불러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그 사람을 부르도록 지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 그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자주 반복해서발생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상황을 창출해야 하는데 이것은 교사나 부모의 연출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단순히 표현 형식(말이나 그림, 제스처 등)만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어렵지만,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아이는 의사소통의 수단은 많이 배울 수 있을지 모르나 그 수단을 목적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는 법은 배우기 어렵기때문입니다.



김성남 / 특수교육학 박사 / 나사렛대학교 재활자립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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