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 ICT
유니버설디자인의 반쪽을 찾습니다.
환경 개선의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면서 ‘유니버설디자인’ ‘무장애시설’ ‘장애인 편의시설’ ‘배리어프리’ 등등의 단어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유니버설디자인은 어렵고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다. 16세기 베네치아 여인들이 거리의 오물을 피해 다니기 위해 신었다는 하이힐도 유니버설디자인이고 손빨래가 잘 되도록 요철이 있는 빨래판에도 유니버설디자인이 스며들어있다.
대단한 발명품이라고 생각은 안하지만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때밀이 타월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때밀이 타월을 이태리 사람이 만들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이것이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며 사용한 사람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초록색의 네모반듯한 때밀이 타월이 자꾸 벗겨지는 불편함이 생기자 벙어리 장갑모양이 생겼고, 등을 밀 때 손이 닿지 않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긴 때밀이 타월을 비롯해 등을 밀어주는 기계까지 등장했다. 불편함을 개선하여 보다 나은 삶의 질을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 유니버설디자인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1970년에 로널드 메이스가 사용하면서 새로운 역사가 쓰여 지게 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는 직접 불편함을 느끼고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에게도 편리한 디자인의 건축을 하게 되었다. 불편함을 경험하고 불편함을 관찰하고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고민하면 누구나 유니버설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필자는 2015년 종로구 세종마을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조사를 한 경험이 있다. 당시 수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휠체어 장애인의 불편함은 무엇인지 경험해 보았다. 실제로 갈 수 있는 곳이나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세종마을의 인도는 울퉁불퉁 하여 똑바로 인도를 통과하기가 힘들고 인도의 폭은 좁고 관광객으로 북적이다보니 이동이 어려웠다. 건널목을 건널 때도 인도와 차도의 턱이 심해서 팔도 아프고 휠체어를 조종하기에 상당히 힘들었다. 물론 경사로를 통과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장애인 편의시설의 경사로 규정은 3°(1/18), 5°(1/12), 7°(1/8)인데 규정에 적합한 곳은 1%도 안 되었다. 규정이 있는데 왜 이런 걸까? 보도블록을 까는데 어떤 사람도 불편함을 체험하지도 않았고, 불편함을 관찰하거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노력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사전적 정의는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도구, 시설, 설비를 설계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사전적 정의에서도 문제점이 있다.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반세기 가량의 연구가 계속 되어온 유니버설 디자인은 그동안 휠체어를 타는 지체 장애인의 편의시설만을 얘기해 왔다.
예를 들면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권이 안전 확보가 되면 유모차를 끄는 부모도, 손수레를 끄는 사람도, 앞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도 누구나 편리하다는 내용으로 연구를 했다 하지만 분명 장애인에는 신체가 불편한 지체 장애인도 있지만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정신적장애인도 있는데 정신적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은 무엇이 있는가? 감각적으로 예민하거나 둔감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관찰 또는 해결하고자 노력을 해본 적이 없다.
유니버설의 반쪽을 찾기 위해서는 휠체어체험, 시각장애 체험처럼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체험하기 위해서 발달장애인 체험관이 필요하고 체험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이해와 그들이 편리하게 세상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관찰하고 문제 해결을 하고자 한다면 유니버설디자인의 완성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각적으로 예민하거나 둔감한 성향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정상 범주에 들기 때문에 장애라고 안 할뿐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감각적으로 예민한 성향을 가진 사람, 둔감한 성향을 가진 사람, 누구에게나 편안한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조명민 :부모 / (주)밀리그램디자인 대표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