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과 학습


개별화교육계획(IEP)과 교육의 책무성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개별화교육(이하 IEP)이란 “각급학교의 장이 특수교육대상자 개인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장애유형 및 장애특성에 적합한 교육목표·교육방법·교육내용·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등이 포함된 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또한 법에 의해 특수교육대상자에게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보호자, 특수교육교원, 일반교육교원, 진로 및 직업교육 담당 교원,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담당 인력 등으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수교육법 시행규칙은 개별화교육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으며, 매학기 IEP에 따른 특수교육대상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특수교육대상자 또는 보호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지속되어 왔다. 개별화교육의 수립과 그 실행과정이 실효성 있게 교육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이들의 지적이 있어왔다.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중에 하나는 IEP에 따른 성취도 평가의 객관성이나 타당성이 거의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개별화 교육의 목표, 교육내용이나 방법에 관한 사항들만 형식적으로 기록되고 실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학생들의 개인차와 장애에 따른 특성 때문에 개별화교육을 실시하면서 그것을 빌미로 학생들의 성취도에 대한 평가조차 개별적이고 주관적으로 교사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 또한 특수교육법에도 개별화교육안에 작성되어야 할 항목들은 적시하고 있지만, 교사의 교육에 따른 성과, 즉 학생들의 성취나 진전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라는 내용은 전혀 언급이 없으며, 이를 위한 교육부 또는 시도교육청의 구체적인 지침 또는 운영방침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교육에서 수행평가가 도입되기 훨씬 전부터 특수교육은 오로지 교사의 정성적인 수행평가밖에는 평가방법이 없었고, 그것은 흔히 볼 수 있듯 과목별로 교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몇 줄 적는 것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식이다. 목표수립부터 객관적인 기준치나 일반교육의 교육과정에서 공표하고 있는 표준화된 학업성취도 기준 같은 것을 장애학생의 개별화교육에서는 참고할 수가 없고, 개별화교육의 연간 목표 또는 단기 목표수립의 작성시에도 교사들은 힘들게 이런 저런 자료를 뒤져 교사 개인이 임의 대로 목표를 설정한다. 물론 그 참고 자료들이 전혀 객관성이나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어떤 특수교사가 가르치든 동일하게 비교할 수 있는 교육의 성과를 검증할 기준이 그 평가방식과 절차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교육과정 자체가 장애학생들의 특성과 요구를 모두 담보하지 못하는 문제도 원인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렇다 하여도 현재의 평가방식(이라고 말하기도 힘든)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주관적이며, 객관적인 근거는 전혀 없이 특수교사 개인에게 거의 모든 것을 맡기는 처사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교육의 책무성을 교사 스스로가 아닌 전문가(예, 교육청의 담당 교육전문직 또는 특수교육위원회, 학교 관리자 등)나 학부모들이 묻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이미 90년대 말 통과된 NCLB 법안과 2004년 개정된 IDEA(장애인교육법) 개정안 이후 더욱 더 장애학생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평가의 실시가 강화되었다. 모든 학교는 일반 학생들의 성취도 평가(우리식으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장애학생들에게도 적용하되,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그 시험문항을 수정하도록 하고, 그 수정된 평가문항과 방법은 교육청에 의해 타당성을 검증받은 후에 일반 학생들에게 시험이 갖는 효력과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여 이를 학년 승급의 기준으로 삼도록 강제하고 있다.


장애가 심하여 단순히 문항 수정만으로 힘들 경우, 아예 별도의 평가를 실시하도록 허용하는데, 이 때에도 타당한 근거 자료와 새로 만들어진 평가 도구(시험)를 교육청에 제출하고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 1년단위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요컨대, 일반 비장애학생과 똑같이 시험보고, 점수받고, 석차도 나오고, 낙제점을 받거나 승급을 할 수도 있다. 낙제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한다 해도, 아무런 객관적 평가를 하지 않거나 일반학생과 전혀 무관한 교사 임의의 주관적 평가밖에 실시하지 않는 것은 학생과 부모 입장에서는 엄연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수십 년간 통합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 경증의 장애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험에서 열외시키거나 시험을 봐도 반평균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등의 비정상적이고 차별적인 일이 비일비재하다.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인 특수학교는 대부분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정기적인 평가는 실시하지 않고 IEP에 교과영역별로 몇 줄 적는 것으로 평가를 대신한다. 측정가능한 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글자그대로 교사의 주관에 기대어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를 아무리 요구한다 한들, 제대로 교육을 받았는지 아닌지 평가하지 않는 시스템에서는 누구도 객관적으로 그것을 검증할 수 없다. 그저 교사의 성실한 태도나 역량,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에 대한 부모의 정서적 만족 이외에, 아이가 어떤 교육을 어떻게 받아서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 습득되고 발전한 것인지에 대해서 검증된 구체적이고 정량화된 측정가능하고 비교가능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교사들에게 개별 장애학생들의 장애정도와 특성, 행동과 기능영역, 교과영역을 함께 고려한 성취 기준과 그것을 평가하는 방법과 절차를 교육부 및 지역교육청 수준에서 개발하여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 성취도 평가 기준과 항목들은 당연히 학부모들도 모두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와 개발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며 방대한 작업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특수교사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장애학생들의 개인차와 개인내차의 범위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장애학생들의 장애를 고려한 성취도 기준들과 그 평가방법 또는 문항은 문제은행식으로 개발하여 제공하고 지필이 아닌 형식의 평가방법은 프로토콜로 만들어 특수교사들에게 제공하고 영역과 기능과 대상 학생의 학령에 따라 평가가 가능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개별화교육의 수립단계부터 적용가능한 준거이자 목표항목이 될 수도 있다.


사실상 특수교사 개개인의 능력에 모든 것이 달려있는 이런 무책임한 교육 시스템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교육의 책무성을 물을 수 없는 현재 우리의 특수교육 체제는 부모에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 가장 중요한 학교 또는 학급 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교육당국과 책임있는 관계자들, 그리고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교육의 대상자인 학부모들은 모두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 김성남 / 특수교육학 박사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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