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과 학습


디지털 시대의 생생한 특수교육을 기대하며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내용은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그에 따라 함께 변화되어야 하고 모든 교육은 이러한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것은 교육이 학생들의 미래를 대비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맞닿아 있다. 변화속도가 매우 빠르고 변화의 범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의 상황에서 장애학생이 성인이 되었을 때, 이런 혁명적 변화 속에서도 적응하여 살아가도록 돕고자 한다면, 현재의 특수교육은 혁신되어야 한다. 학교와 교사가 그러한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특수교육의 당연한 과제이고, 당면한 과제이다.


불과 10년 전에 우리는 아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를 열어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보며 즐기는 장애 학생은 극소수였고 SNS를 통해 소통하는 부모와 교사는 소수였다. 이제 장애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이러한 기술이 일상화된 사회와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다. 물건을 구매하고, 목적지를 찾아 이동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심지어 자신의 집에 출입하는 방식조차 모두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당연히 우리가 장애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은 바뀌어야 한다.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어졌고, 카드를 사용하면서 거스름돈을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고,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업무와 관계된 일이 아니라면 종이에 인쇄를 해서 글을 읽을 일도 거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장애학생들에게 숫자를 가르치고, 화폐단위를 익혀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법을 가르치고, 글씨를 바르게 쓰도록 가르치고, 글을 읽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까지 전통적인 이러한 도구적 학습 기능들이 중요한 기술이긴 하지만 이런 소양을 익히지 못했다고 해서 물건을 살 수 없고, 글을 읽지 못하고, 원하는 곳을 갈 수 없고, 누군가에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학령기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전통적인 3R(읽기, 쓰기, 셈하기)을 습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이다. 이 때문에 일상에 필요한 기능을 하는데도 제약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한 기술과 도구덕분에 그런 기능을 익히지 못해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가족이 아닌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의 특수교육은 그러한 도구적 성격의 기능들을 교과교육의 주된 내용과 목표로 삼아 가르치고 있다.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의 격차는 지식의 격차나 학습능력의 격차보다 일상의 격차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요즘의 비장애 학생들은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일상에 필요한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도, 문화 콘텐츠를 찾아 향유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스마트 기술을 이용한 방식이 주된 방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장애 학생들과의 격차는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지능적인 디지털 기술은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이 벌어진 격차를 오히려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21세기 이후, 일반교육이든 특수교육이든 지식습득 위주의 전통적인 교과중심의 교육은 점차 그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고, 학교라는 제도를 이용한 집체식 교육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필요한 정보나 지식은 언제 어디서든 손안의 작은 단말기로도 찾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알 수 있느냐’이고 그렇게 알게 된 것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이제 특수교사에게 중요한 것은, 일반교육의 교육과정이나 특수교육의 교육과정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의 내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익히도록 할 것인가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 중심의 사회에서 이런 일상화된 기술을 통해 장애로 인한 제약을 보상하고 일상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장애 학생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으로 교육의 중심축을 옮기는 일이다.


자립이라 표현하든 적응이라 표현하든 중요한 것은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를 통해 장애 학생이 미래에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대비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교육과 장애 학생의 삶에 있어 기술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만 의미를 가진다. 역설적이게도 교사와 부모와 학생이 모두 새롭게 익혀야 하는 이러한 스마트한 기술은 장애학생들에게 전통적인 방식보다 더 접근하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기술이기도 하다. 지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의 논의에서 언급되는 많은 기술들은 사실상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의 일상에 더 큰 편익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이다.


이제 특수교육의 교육목표와 방법, 내용은 이러한 기술 중심의 사회 변화를 토대로 혁신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김성남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 / 소통과 지원 연구소 대표 / 나사렛대학교 재활자립학과 겸임교수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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