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과 학습


아동에게 맞춰주기




글 : 김재영(서울나래학교)



유치원을 의미하는 “kindergarden”은 독일의 “kinder-Garten”에서 유래한 말로 식물이나 화초를 기르는 정원이나 화원처럼 “어린이들의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는 정원 혹은 화원”과 같은 곳을 의미한다. 나는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다. 정원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준비되지 않은 씨앗을 억지로 싹을 틔울 수는 없다.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정성으로 돌아보는 수고로움이 있을 때 식물은 자라고 꽃은 핀다.





좋은 교사가 된다는 것은 배움과 자람에 대한 아동의 요구를 잘 맞춰주는 것이다. 영유아기의 특성상 논리적인 언어로 자신의 감정이나 요구를 표현하기 어려운 시기이므로 아이들은 온 몸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특별히 발달지연으로 인해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유치원 교사는 더욱 아이의 비언어적인 형태의 의사소통 시도를 이해하고 아이의 요구를 잘 맞춰줄 때 아이와 상호 간에 신뢰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


교사가 아동에게 잘 맞춰주려고 할 때 비로소 교사는 아이를 알 수 있는 순간을 경험하고, 아동의 경험을 함께 나누게 된다. 이해받고 인정받은 아이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며 이 순간 아동은 긍정적인 배움의 시간이 시작된다.


아동을 잘 맞춰준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잘 맞춰주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영아교실을 운영할 때 뇌병변을 가진 아이가 26개월이 지나 혼자 앉은 자세를 유지하게 되었다. 함께 수업에 참여했던 엄마는 아이의 앞에 놓여진 낮은 책상에 장난감을 올려놓으며 “여기 봐. 이것 좀 봐”하며 놀이를 유도했지만, 아이는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여 책상 밑을 바라보았다. 나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엎드린 자세로 책상 밑을 함께 바라보았다. 아이의 행동을 모방하며 아이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보는 순간 아이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고 미소를 지지었다. 이때다 싶어 책상 위에 장난감을 책상 아래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장난감에 손을 뻗어 잡아당겨 이리 저리 돌리며 탐색을 시작했다. 26개월 동안 아이의 시선은 책상 밑을 향해 있었다. 탐색을 위한 공간은 아이에게 익숙한 바닥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다.


1. 관찰하기

잘 맞춰준다는 것은 교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아동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아동이 이끄는 대로 가기 위해서는 아동이 관심을 가지는 것과 느끼는 것에 대해 관찰해야 한다. 관찰을 위해서는 아동이 바라보는 것을 같이 바라봐 줄 때 이루어진다. 내가 제시하는 것을 보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아동이 쳐다보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또, 피하고 있는지 즐기고 있는지 아동의 얼굴 표정과 몸짓을 지켜보는 것으로 아동의 마음을 읽어볼 때 진정한 관찰이 이루어진다.


2. 기다리기

기다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는 도와주거나 명확하게 지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너무 자주 도와주거나 지시내리기만 한다면 아동은 스스로 학습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조금 기다려준다면 아동은 스스로 시도할 시간을 갖게 된다. 배움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 시도할 때 이루어진다. 지시하기 보다는 선택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3. 배움의 순간을 공유하기

아동이 배움을 시도하는 순간을 공유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아동은 교사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교사의 말이나 행동에도 관심을 보이게 된다. 이후로 교사와 아동은 서로 더 가깝게 느끼게 되고 즐겁게 놀 수 있게 된다. 아동의 배움의 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 아동이 내는 소리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다. 아동의 소리나 행동을 교사가 따라 하면 아동은 자신의 행동이나 말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 아동이 하고 싶은 말을 해준다. 아동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간단하게 언급해 주면 아동은 교사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마주보며 주고받는 놀이를 한다. 아동의 소리, 미소, 웃음, 행동 등 아주 작은 움직임일지라도 자신을 표현하는 기회를 주고받는 기회를 통해 배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력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아동에게 잘 맞춰준다는 것은 아동이 그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동은 그 순간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게 되며, 아동에게 배움의 기회는 더 자주 찾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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