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과 학습


특수교사의 역할 : 통합교육 지원을 위한 해석가




글 : 김재영 (서울정애학교 교사)



나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통합학급의 담임교사로 근무하다가 특수교사가 되었기 때문에 통합학급을 운영하면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가능하고, 특수교사가 되어서는 다양한 통합학급 담임교사와 협력하면서 담임교사가 장애나 발달상 지연이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수용할 때 교실에 미치는 영향력도 경험할 수 있었기에, 통합학급 담임교사가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특수교사의 자문을 요청하는 곳이 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컨설팅의 주된 내용은 아동의 장애나 행동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자신의 교수 방법이나 상호작용이 맞는지에 대한 염려나,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의 어려움 때문에 또래 간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중재할 때 또래에게 장애가 있는 아이를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특수교사는 아동이 사용하는 행동 언어를 담임교사에게 설명해 주는 아동 사용 언어 해석가가 되어야 한다. 아동의 행동은 아동이 가진 장애나 현재 발달수준과 관련되어 있으니 이를 진단해주고, 유치원에서 아동이 사용하는 행동의 의미를 설명해 주면서 선생님이 교실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수 전략 등을 소개하면 근심 가득했던 선생님의 얼굴에 편안함이 생기며 조심스러움을 버리고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 놓게 된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이라도 이때부터는 아동의 교육 방향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가 오고 가는 시간이 된다.


때로는 아동이 아니라 부모님과 상담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녀의 상황을 인식하거나 수용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에게 아동이 유치원에서의 부적절한 행동이나 적절한 참여가 어려운 상황을 말해줘도 되는지, 또는 아이가 또래 아이보다 지연되는 것 같은데 특수교육이나 치료를 권해도 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예를 들면,

“제가 보면 놀이치료를 받고 계신 것 같은데 저에게는 아무 말씀도 안 하세요. 아이가 유치원 대부분의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땐 장애가 있는 것 같은데 진단을 받아 적절한 지원이 필요해 보여요. 그런데 어머님은 단지 언어가 늦을 뿐 진단이나 다른 도움은 필요 없다고 하세요.”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없다.”는 부모님의 언어를 선생님에게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까? 나는 부모님들의 말 속에 들어있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볼 수 있도록 한다.


“선생님은 아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군요. 부모님이 자녀의 현재 발달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부모님이 자녀를 잘 수용해주었을 때 교육의 효과도 클텐데 이런 상황이 답답하고 걱정되시죠? 부모님은 어떤 마음인지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볼까요?


선생님은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나요? 혹시 친구 중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나요? 아니면 선생님의 주거 환경 가깝게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이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장애라는 말은 낯설고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선생님의 머릿속에 연상되는 장애의 이미지와 인식이 보편적인 우리나라 장애에 대한 인식입니다. 선생님의 자녀가 만약 장애가 의심되거나 장애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면 쉽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의 마음도 마찬가지겠지요. 부모님에게는 자녀의 장애나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도와주기 위해 자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까지는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이 정말 자녀의 어려움을 모르고 계실까요?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언어가 늦을 뿐”이라는 말은 언어의 발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늦다는 것은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부모님은 정말 언어만 늦어서 언어치료를 받고 아이가 정상화되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도움은 필요없다”고 말씀하시는 걸까요?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걸까요? 부모님은 자녀의 장애를 인식하게 되면서 가까운 가족과 지역사회 안에서 수많은 거부와 제한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특별한 아이는 특별한 교육기관에서’ 교육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니까요. 아마 선생님의 제안이 부모님에게는 “우리 유치원에 이런 아이는 다니기 어렵다. 특수교육기관으로 가시는 것이 좋겠다.”라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자녀를 방과 후에 치료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면, 특히 유치원에서는 보통의 아이로 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이야기는 아닐까요?


이렇게 설명드리면 부모님의 입장이나 태도를 더 잘 이해하고, 부모님을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고 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하기 훨씬 더 편안해진다. 나 역시 부모님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부모님의 마음을 쉽게 판단하고 결정하기보다 부모가 아동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임을 인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수교사뿐 아니라 아동을 담당하는 모든 선생님은 아동뿐 아니라 가족을 지원하는 마음으로 부모와 관계맺기를 시작하면 좋겠다. 부모님에게 아동에 대한 반복적인 행동이나 문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전달하기보다 아동의 발달정보를 제공하고, 아동의 유치원 활동 참여와 지원 부분에 대해 정기적으로 안내하고, 부모님의 마음의 언어를 읽는 공감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가 어려운 부분에 대해 상의하며 교육기관과 가정이 하나의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서로의 노력이 허공에 뿌려지지 않고 아동에게 전달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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