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ABA] 문제행동 중재의 모범사례 : 솔루션 회의

정유진님

0

6426

2017.08.23 06:50





"문제행동 중재의 모범사례 - 솔루션 회의"



요즘은 장애학생, 장애를 가진 성인과 관련된 어떤 교육현장, 복지현장을 가도 “문제행동의 중재”가 가장 뜨거운 이슈입니다.

소리 지르고 남을 때리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이 행동을 장애의 특성때문이라고 결론짓고 ABA적인 접근으로 중재하려는 노력 또한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학회발표, 워크샵, 관련자들의 스터디, 행동척도 및 매뉴얼 개발 등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현장, 특히 특수학교에서는 이런 바람직하고 교과서적인 접근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오히려 일반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방침을 곧이곧대로 적용하면서 많은 폐단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물을 파손하는 행동이 반복되는 경우 선생님들이 선도위원회를 열어 (해당학생이 기물파손, 교사폭행 등의 행동을 지속할 때 소집) 특별교육 이수 등의 징계를 내립니다. 특히 피해를 입은 상대가 학생일 경우 요청에 의해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립니다. 여기에서는 분명하게 폭력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되어 징계조치가 내려집니다.


발달장애 학생의 폭력적 행동을,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폭력”으로 간주할 것인가, 현재의 해결책은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질문에 그 누구도 그렇다, 아니다로 단순하게 답할 수 없는것이 현실입니다.


이 무거운 주제 앞에 모범사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문제행동의 결과보다는 배경에 집중하라


이 첫 번째 단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문제행동이 일어났을 때 선도위원회나 학폭위 대신 제3의 회의 (제가 학부모로 있는 학교에서는 이를 “솔루션 회의”로 부르고 있습니다)를 열어야 합니다. 문제행동의 결과가 초래한 참담한 상황에 대해 해당 학생에게 어떤 벌칙을 내릴 것인가 보다는 왜 그 행동이 일어났는지를 살피고자 하였습니다.


2) 당사자가 모두 모여라


이 솔루션회의에는, 왜 문제행동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해당학생을 만나는 모든 어른사람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담임, 부담임, 전담 사회복무요원, 활동보조인, 부모, 방과후 프로그램 제공기관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문제행동의 양상과 각자의 대처방법에 대해 공유하였습니다. 문제행동의 발생이 그 학생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이에 대한 대처가 어려운 것 역시 어른사람들의 실패나 무능력 때문이 아닙니다. (설령 그렇다고 하여도... 이 좌절감과 무기력함, 죄책감을 같이 나누는 것부터 서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3) 전문가의 컨설팅을 포함시켜라


단순히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찮더라도 해결책을 도출해내기 위한 솔루션회의이기 때문에 이 적절한 방향과 기술을 가이드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반드시 이 회의에 배석해야 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전문가는 행동분석 전문가입니다. 이 전문가의 가이드에 따라 문제행동의 기능을 분석하고 수행 가능한 중재방법을, 각 환경조건 내에서 디테일하게 계획해야 합니다.


4) 학교 솔루션회의의 리더는 담임교사이다


학령기 학생의 생활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학교, 학급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를 무수하게 들이대고 싶으시겠지만 ^^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당연히 솔루션회의에서 정해진 중재의 효과와 사후의 정보는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취합되어야 합니다. 어렵게 모인 솔루션회의에서 이 부분을 반드시 짚고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예를 들어 소개하고 싶으나 개인정보 노출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하하 저희 학교에서는 이 솔루션회의가 총 3회 열렸고 운좋게도 저는 학부모회 대표 또는 전문가의 자격으로 이 세 번의 회의에 모두 참석하였습니다.


사례 1)

가정과 학교, 외부기관에서 각자 품고 있던 오해를 풀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엄마는, 학교는, 복지관은 도대체 왜 손놓고 있는 거냐던 자세에서, 다같이 작은 것부터 바꾸어 보자는 자세로 바뀌었습니다. 학생의 행동도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당연히.


사례 2)

솔루션회의를 통해 해당학생의 부모가 무기력함을 다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덩치가 큰 자식의 문제행동을 어찌할 수 없어 마냥 손놓고 있던 태도였는데 회의를 통해서 학교 내 사태의 심각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고, 학교에서도 문제행동의 기능으로 작용하던 환경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사례 3)

학교에서 해주었으면 하는 엄마의 요구를 (이성적으로, 침착하게요 하하) 공유하였고 학교와 학급환경에서는 어떻게 융통성있게 적용하면 될지를 논의하였습니다. 우리 아이가 공격행동이 있으니까 다른 친구들이 가까이 못 오게 해주세요.. 라는 무리한(무리하게 들릴 수 있는) 버전의 요구가, 자리배치와 이동시 자연스럽게 해당학생을 몇걸음 분리하여 둠으로써 실제로 시도해보니 별로 어렵지 않게 해결되더라는 뿌듯한 버전으로 튜닝되었습니다.


솔루션회의에서 도출된 중재방법을 적용하였을 때 학생의 문제행동이 드라마틱하게 감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회의를 통해 당사자 간 불신의 벽을 많이 허물 수 있게 되었고 또다시 문제행동이 발생하더라도 선도위원회나 학폭위가 열릴 거라는 두려움 대신, 솔루션회의를 통해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가 보자는 협업의 마인드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희학교 학부모회에서는 이 솔루션회의를 정례화해주기를 학교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학생의 문제행동, 특히 학교에서 발생하는 행동과 이에 대한 행정적 조치의 개선을 희망하시는 교사와 부모님들, 전문가분들이 이 좋은 사례를 많이 적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twitter facebook googl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