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행동중재모델 PTR – 예방하고 가르치고 강화하고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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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20:56



글 : 정유진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국제행동분석가)

요즘 문제행동 또는 도전적 행동의 중재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개념은 '긍정적 행동지원' 입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은 행동이 발생하는 환경과 주변요소를 살펴서 후속적인 조치보다는 예방적 차원의 대비를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부모교육이나 교사연수, 종사자교육에서도 긍정적 행동지원을 소개하는 강의가 줄을 잇고 있으며 다양한 자료와 매뉴얼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집중적인 행동지원을 필요로 하는 아동, 청소년 등을 위해 가정, 학교, 지역사회 등 현장에서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들이 단계별로 구축된 모델이 PTR (Prevent-Teach-Reinforce)입니다.


PTR 모델의 실행과정은 ① 팀 구성, ② 목표 설정, ③ 행동평가, ④ 행동중재 및 ⑤ 중재의 평가입니다. 팀 구성은 PTR 모델에서 가장 강조되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행동분석가나 행동지원을 계획할 수 있는 경륜을 가진 전문가(학교심리전문가 등)를 포함하여 현장의 담당과 부모, 그 밖의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PTR 팀에 포함시킬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목표 설정의 단계에서는 감소시켜야 할 행동과 증가시켜야 할 행동을 모두 고려합니다. 기존의 긍정적 행동지원 접근과 마찬가지로 두 행동은 측정과 관찰이 가능하도록 기술되며 팀원들의 합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행동평가의 단계에서는 감소시켜야 할 행동과 증가시켜야 할 행동이 어떤 환경이나 조건,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지를 알아보는 단계입니다. PTR 모델에서 제공하는 설문양식을 작성하면서 행동의 맥락과 기능을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행동평가의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되는 행동중재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마련됩니다.

- <예방하기> : 문제행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시간대, 특정 활동, 특정사람, 특정상황, 물리적 환경을 변화시키고 자리나 동선을 변경하거나 과제의 난이도를 조정하여 문제행동이 발생할 여지를 줄여나가게 됩니다.

- <가르치기> : 도전적 행동을 대신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나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이나 휴식을 요청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등의 문제해결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 <강화하기> : 문제행동으로 얻었던 결과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더욱 격려하여 동일한 결과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계획합니다.

위의 중재계획을 실천하는 주체는 학교의 교사, 가정의 부모, 지역사회기관의 종사자들이며 전문가들은 적절한 팀웍과 리더십을 발휘하여 이들을 지원하는 코칭과 자문을 제공합니다. 즉 교사, 부모, 종사자들과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계획한 중재안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시범, 근접한 지원 및 원격지원 등을 제공합니다.


중재의 평가를 거쳐 중재가 종결되기도 하고 새로운 중재전략이 계획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계획이 제대로 실천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충실도의 체크리스트를 활용하게 됩니다.


문제행동 중재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PTR 모델이 특히 강조하고 있는 팀접근과 코칭체계는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행동중재의 첫 단계부터 현장의 담당자와 보호자, 전문가가 팀을 형성하기 때문에 문제행동이 벌어진 상황을 장애인 당사자의 탓이나 교육자/양육자/서비스제공자의 잘못으로 떠넘겨버리는 폐단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과오를 밝히고 처벌을 결정하는 기존의 행정적 절차가 아니라 행동지원의 솔루션을 함께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교사, 부모, 기관의 종사자를 문제해결의 주체로 인정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계획한 중재전략을 현장에서 실천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코칭받는 과정을 중요시하여 행동중재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코칭을 받고 다시 시도해보고 또다시 코칭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실행단계가 여러 회기에 걸쳐 유지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긍정적 행동지원 사업은 지나치게 비대해진 외부 자문단의 미팅시간을 잡는 데에만 한 달을 넘게 낭비하고 실제의 컨설팅을 한 번 나가고 나면 곧바로 여름방학을 맞이하며 상반기를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구색 맞추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실질적인 자문을 받아야 하는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기란 불가능해집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을 위한 안정적이고 상시적인 체계를 아직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단발적인 사업의 테두리에서만 행동지원을 다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체계를 갖추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인력을 수급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 요원한 기다림의 시간동안 진행될 사업에서만이라도 PTR 모델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진정한 ‘긍정적 행동지원’의 가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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