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발달장애인과 부모의 세대 차이, 클수록 좋다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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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12:19



글 : 김 성 남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



세대 차이는 경험한 시대의 차이, 혹은 사회구조의 차이를 반영한다. 예컨대 '386세대'에서 8은 80년대라는 시대상황을 의미한다. 80년대에 청년의 시기를 살아온 세대를 뜻하는 말이고 그들의 아동기와 청년기와 중년기는 70년대부터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걸쳐있다. 현재 20대인 세대와 10대인 세대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사회구조의 큰 변화를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그들과 4, 50대는 사회변화가 매우 큰 시기에 걸쳐있기 때문에 그 세대 차이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세대 차이가 곧 일상의 차이를 가져오기도 한다.


발달에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수의 자녀들은 부모와의 세대 차이가 있다 해도 그들 자신의 삶이 그것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기에 나름의 방법으로 그 차이를 극복하거나 수용하면서 자신이 속한 세대의 삶을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기옹호나 자기주장을 함에 있어 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들은 부모 세대의 행동 양식과 일상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자기 세대의 문화와 일상속의 행동 양식을 습득하며 사회화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있는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종종 이런 질문을 드린다.


“자녀분이 혼자서든 다른 사람하고 함께든 동전노래방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는 경우 손 한 번 들어봐 주세요.”


그러면 대략 10명중에 2, 3명 정도의 부모님들만이 손을 드신다. 자녀분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물어보면 대략 절반 정도의 부모님들만 그렇다고 답을 하신다. 물론 자녀가 아직 어린 30대에서 40대 초반의 부모님들은 그렇다고 답하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 


동전 노래방이나 카카오톡은 요즘 십대와 이십대들에게는 매우 흔한 일상적인 문화이다. 그런데 왜 발달장애인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는 이것이 일상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장애 때문에 그렇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오해이다. 발달장애가 있어도 동전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대부분 가능한 일이며, 카카오톡 또한 글자를 몰라도 화면을 터치하고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찾을 수만 있으면 이모티콘과 사진을 주고 받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젊은 세대들의 일상적인 경험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일까?


부모와 자녀간의 30년 정도의 나이차를 감안해 볼 때, 발달장애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부모들은 40대 중반에서 5, 60대의 연령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전노래방이나 스마트폰은 젊은 세대와 달리 이 연령대의 부모들에게는 익숙한 여가 활동이 아니다. 실제로 부모님들 본인에게 동전노래방을 가보신 분이 계신가 물어보면 한 번도 안 가봤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도 중년이후 세대와 지금 십대의 사용방식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강의중에 여러 부모님들이 명함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 명함이 부족해 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은 내 연락처를 폰에다 적거나 필기를 하신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그냥 다른 사람이 받은 명함을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찰칵 찍어간다. 부모나 선생님들이 그 방법을 몰라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익숙한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VJ 특공대]와 [생생정보통]을 보며 그곳에 나온 맛집을 찾아가지만 십대들은 ‘배민’ 앱을 열어 리뷰를 읽어보고 주문을 한다(배민이 무엇의 줄임말인지 모르는 분들은 공부를 하시기 바란다).


한편, 동전 노래방이나 인형뽑기, 카카오톡, 음식배달 앱 등의 사용법에는 익숙하지 않은 발달장애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바자회나 미술작품 전시회나 발달장애가 있는 동료들의 클래식 공연이나 1박2일 캠프는 매년 경험하는 익숙한 일상이 되기도 한다. 2019년의 비장애 청소년과 이십대 청년들에게 이런 행사는 평생 한 번 참가할 일도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SNS에서 이루어지는 클라우드 펀딩이나 유튜브나 아프리카 TV에서 이루어지는 라이브 방송이 훨씬 더 익숙할 것이다.

 

이렇듯 발달장애인은 그들의 부모 세대의 문화와 행동양식에 영향을 매우 크게 받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동세대의 문화보다 부모 세대의 문화와 일상에 더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부모 세대의 문화가 이들에게 좋지 않다거나 맞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문화로부터 멀어지고 그 일상이 큰 차이와 격차를 보이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수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상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요인들을 다 변경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교사와 조력자들의 노력은 필요하다. 


부모가 젊은 자녀 세대와 같은 일상과 문화를 가지도록 노력하며 20년 쯤 젊게 살아간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책임을 부모에게 떠맡기는 것은 좋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적어도 학령기에는 최대한 통합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 같은 또래의 친구들을 소수라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주고 그것이 일상 속에 포함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부모든 교사든 조력자들이든 조금은 더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등 젊은 세대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와 기술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면 돈을 들여서라도 배워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것을 도구로 자녀와 소통하고 상호작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실 스마트폰에는, 언어와 인지와 문해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어떤 도구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능들이 적지 않다. 글자를 읽고 쓸 줄 몰라도 소통하는 방법이 이미 스마트폰에는 내장이 되어 있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말과 글보다 훨씬 더 쉽고 편하게 소통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제안해 드리자면, 개인미디어로 활용되기도 하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 채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나 손안의 작은 기계로 영상을 찍고 공유하고 시청할 수 있는 이러한 매체는 발달장애인에게도 쉽게 익숙해 질 수 있는 매우 시각화되어 있고 루틴화 되어 있는 매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뿐만 아니라 지금은 초등학생부터 중년 세대까지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이미지와 비디오 형식의 정보를 모두 손쉽게 이용 중이다. 그 문화와 일상 속에 발달장애인도 함께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물리적인 공간에서의 통합만 통합이 아니다. 밀레니엄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일상과 문화는 인터넷 공간 속에 있고 그 문화에도 통합이 되어야 동세대의 문화와 일상을 누릴 수 있다. 발달장애인도 유튜버가 될 권리가 있고 그런 욕구는 이미 충분하다.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 세대가 그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자. 스마트폰은 단순히 문자 메시지가 되는 전화기가 아니다. 그것이 폰 밖의 우리 생활과 문화를 바꾸어 놓기 시작한지 이미 10여 년이 되었다.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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