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모든 관계의 시작은 가정으로부터

김선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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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8 18:14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길 사람은 모든 인간관계의 틀을 가정 안에서 배우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즉, 사회에 나가서 만나게 되는 동료, 친구와의 관계는 형제, 자매 관계에서 그 틀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며, 선배, 상사에 대한 관계는 부모와의 관계가 그 기초가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결혼 후의 부부관계는 아버지 어머니의 관계를 보고 배운다는 것이죠.

따라서 가정안에서의 모든 인간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가정 내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적용되는 부분이며, 최근 제가 경험한 사례를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딸이 5(가명:선미)인데, 현재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선미를 잘 따르는 남자아이가 있는데, 언어발달이 더뎌 친구들 사이에 놀림도 당하고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유독 선미가 그 아이의 말을 잘 알아듣고 챙겨주다 보니 둘사이는 급격하게 가까워졌습니다그래서 어린이집 하원 후에 저희집으로 종종 놀러오게 되었습니다. 그 횟수가 점점 잦아지다 못해 저녁식사는 물론이고, 삼남매처럼 저희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그 아이를 저와 제 아내가 관찰 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 아이 아빠는 잦은 야근과 외박으로 인해 엄마 혼자 아이를 보기가 너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관찰 결과 그 아이의 인지, 언어발달의 지연이 보였습니다.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 발달검사를 한번 받아보면 어떻겠냐 제안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 아이의 엄마는 안그래도 말이 느려 걱정이 많았다며 흔쾌히 승낙을 하였습니다.

 

발달검사를 받아 본 결과 그 아이의 인지, 언어발달이 느린 이유는 한가지가 아니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갑상선수치가 정상범위가 아니였으며, 1세가 훨씬 지난 후에야 갑상선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주치의의 말에 의하면 약을 늦게 복용한 만큼 발달지연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는군요. 아이의 상태를 줄곧 이야기 했었지만,아빠에게서 돌아온 답은 항상 "제대로 태어난게 뭐가 있냐. 말도 느려, 행동도 느려, 갑상선수치 높지, 탈주고환이지. 제대로 된게 하나 없네였다고 합니다. 그럴때마다 부부간의 갈등만 생기는것 같아 엄마 혼자서 육아를 전담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부부간의 지속적인 바람직한 대화로 해결책을 찾아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제때에 약을 복용하고, 풍부한 언어자극 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긍정적인 정서 유대감을 키우며 자랐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는 갈수록 본인의 부모보다도 저와 제 아내를 찾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수시로 저희에게 영상통화를 걸거나, 아빠 엄마가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에 제 아내에게 해결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그 아이의 아빠는 가족 보다 제일 중요한건 본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아이에 관한 건 엄마에게 책임전가를 했다고 합니다평소 아들과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으며,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방법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늘 엄마에게만 네가 알아서 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아이 상황에 대한 파악을 전혀 못하는 아빠였던 것이죠


하루는 아이와 킥보드를 타고 오라는 미션을 주고, 두 부자를 밖으로 내보냈다고 합니다. 나간 지 십분만에 아빠는 화가난 표정으로, 아들은 엉엉 울면서 들어오더랍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가 킥보드를 탈줄 몰라서!" 였다고 합니다. 4돌도 안된 아이가 킥보드를 잘 못타는건 당연한일입니다. 그러기에 아빠에게 가르쳐주라는 미션을 준 것이겠지요. 뒤로 나자빠지며 자지러진 그 아이는 "선미아빠! 선미아빠한테가!"라며 울더랍니다. 본인 아빠와는 욕구 해소가 안되니, 평소 상냥하고 본인의 요구를 잘 들어주던 저를 찾았던 것입니다. 며칠 뒤 저녁때 집앞 놀이터에서 만났는데, 저에게서 킥보드와 자전거를 배우며 한없이 맑은 웃음을 선사하고 셀카까지 찍더니 집으로 갔습니다. 아직도 그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엄마도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법을 잘 모르고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아이가 못하면 무조건 대신 해주려는 성향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그래도 엄마는 아들의 언어발달을 위해 언어치료를 시작하여 현재 꾸준히 다니고 있으며, 아빠는 주말에 한두시간이라도 의무적으로 시간을 마련하여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위 가족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정말 부모가 되어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아이의 경우 가정 내 부모의 지속적인 언어자극 부족과 또래 친구들과의 상호작용 부족, 다양한 외부활동 경험의 부족이 발달지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부모가 준비가 된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지만,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빠는 아빠의 역할, 엄마는 엄마의 역할이라고 구분짓기 보다는 서로 소통을 통한 양육이 필요한데, 누구 하나 소홀해서는 안되는 부분입니다.

 

가정에서는 먼저 부부간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며, 상호간의 존중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결혼 생활과 가족을 소중하게 만들고 유지시킬 수 있는 근원이 될 것입니다.


 하루가 끝날 때, 소중한 가족 덕분에, 오늘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을 모두 잊어줄 수 있다.” 마크 V. 올센


 

김선형 / 직업재활사 / 평택대 재활상담학과 겸임교수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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