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작업


감각통합중재는 필수일까?

지석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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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21:55





감각통합 중재는 어떻게 생성되었나?

감각통합은 미국의 작업치료사인 진 에어스(Jean Ayres) 박사 1960년대에 학습장애인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개발한 하나의 중재방법이다. 에어즈 박사는 교육심리학으로 학위를 하고 UCLA의 신경학 연구소에서 학습장애인의 뇌에 대한 연구를 박사후과정에 지속하였다. 1988년 사망하는 순간까지 그녀의 연구를 통해 감각통합 기능과 기능장애를 비교 평가하는 방법이 개발되는 등, 에어즈 박사의 감각통합에 대한 공은 역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신경학적으로 감각을 이해하자면 감각은 신경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조 중 하나이며, 몸 안팎의 정보를 뇌라는 정보처리중추로 전달하는 입력(input)의 기능을 한다. 이 입력기능을 통해 정보가 뇌에 전달되면, 뇌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거르고 전달하는 조직화 과정을 거쳐서 출력(output) 기능을 하는 운동신경을 통해 반응하는 행동을 내보낸다. 처음에 감각통합중재이론을 발견한 계기는, 학습장애인의 경우, 지능은 정상범주에 있는 사람들이 읽거나 쓰거나 계산하는 출력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는데, 읽고 쓰고 계산하는 출력과정을 반복하거나 지각적인 훈련의 효과가 적은 대신 특정한 감각입력활동을 하고 난 다음 쓰기나 읽기의 오류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분야의 감각통합이나 감각처리접근과 같은 중재들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온 것일까? 처음 이 중재이론의 시작은 학업이나 일상생활에 감각통합기능이 특징적으로 연관이 되었는지 추론되는 경우에 적용되었고, 이 추론을 증명하기 위해 197-80년대에는 학습장애인을 위주로 감각통합 기능을 감각계가 영향을 주는 반사, 반응, 운동, 지각, 양측 협응과 같은 신체반응적인 내용을 우선적으로 평가하면서, 90년대 이후부터는 자폐성향의 인구에게 나타나는 감각과민 등의 현상을 알아내고자 감각조절과 감각처리를 알아보기 위한 내용으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현대의 뇌과학을 통한 발견으로 감각과민함, 둔감함, 감각추구 등의 증상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면서 감각통합치료나 감각처리중재 등으로 명칭과 중재 내용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감각통합치료는 자폐성장애인에게 필수인가?


감각통합의 문제가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발달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면, , 개인의 삶의 활동과 작업을 제한하는 이유라면 감각통합기능을 개선하거나, 감각통합기능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중재가 필요하다. 중재는 그 사람을 바꾸는 치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기능을 바꾸고 향상시키기보다 환경을 바꾸고 과제를 조정하고 주변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자폐성 장애인에게 감각통합중재가 필요한지는 알 수 없다. 감각통합기능의 어려움이 일상생활과 사회적 참여를 방해하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그 방해 정도가 개인이 개선될 수준인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환경조정을 해야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전제되어야 할 것은 감각통합치료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현재 수준과 앞으로 하게 되는 잠재적인 경험을 우선시하고, 그에 연관된 개인-환경-활동의 요인을 파악하는 포괄적인 평가이다.


좋은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감각처리나 감각통합기능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수행적인평가를 해야하며,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최대한 동원되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일상생활을 수행하고, 발달하는 적응행동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둘째, 일상생활의 방식과 특성을 알고 영향이 되는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셋째, 보호자나 양육자와 면담을 하는 내용과 더불어, 실제 생활수행을 관찰해야 한다.

넷째, 감각신경의 신경생리적 반응을 임상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물론 기계적인 파악을 하면 더 좋겠지만, 현장에서 기계적, 물리적 파악이 어려운 경우, 구조화된 방법이나 표준화된 방법의 신경행동평가와 관찰을 함께 시행한다.

다섯째, 질문지 작성으로 평가하는 경우, 결과와 작성상황, 작성자, 맥락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섯째, 면담과 직접관찰, 질문작성, 평가도구를 통한 결과는 이론모델에 따라 분석한 뒤에 해석하는 추론을 시행한다.

일곱째, 수행적인 평가에 정답은 없다. 혼자서 단독으로 하는 평가보다는 팀으로 협력해서 하는 평가가 더 논리적이고 타당한 경우가 많으며, 이 팀 안에는 당사자가 가능한한 포함되도록 언어적, 비언어적 방식을 동원해야 한다.


생활 우선 감각 해석 나중


예를 들어보자. ‘우리 아이는 전정감각이 어렵대요.’라는 이야기를 부모님이 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에게 그렇게 들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반드시 생활의 예를 통해 판단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전정감각은 평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감각이다. 그렇지만, 전정감각이 어렵다는 말로 일상생활을 추론하는 방식은 사람의 발달이 일어나는 생활을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대신, (1) 머리를 감을 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어렵다, (2) 놀이터에서 또래들보다 몸을 움직여 노는 도구를 무서워한다, (3) 오르막 내리막길을 다닐 때 몸이 비틀거린다 등등 생활에서 균형과 관련 있는 듯한 내용이 먼저 모여서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머리를 감을 때 고개 숙이는 것이 어려운 것은 무조건 전정계의 어려움이 아닐 수 있다. 등과 허벅지 근육길이가 짧아서일 수도 있고, 서서 머리를 감는 습관이 오래되서 숙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제서야 (1), (2), (3) 등의 상황정보들을 모아서 환경 때문인지, 다른 기능 때문인지를 파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이 아닐 때 감각처리적인 평가를 하고 해석한 내용을 토대로 중재를 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타당한 감각통합중재의 순서이다.

마치 발달장애, 자폐성장애라고 하면 감각통합중재가 기본 메뉴인 듯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감각통합중재가 우선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전반적인 발달과 생활의 참여, 수행정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파악하도록 돕는 포괄적인 관점을 가진 전문가가 더 많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리고, 감각통합중재만이 아니라, 포괄적 중재가 아닌 대부분의 개인기능위주의 향상에 초점을 두어 고안된 중재들도 같은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지석연 - 작업치료사 /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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