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작업


발달과 발달장애의 개념 - 복잡하지만, 짚고 넘어갑시다.

지석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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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3 00:12




1. 발달의 개념


발달장애를 이해하기 전에, 우리는 우선 발달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발달은 태내 - 태아기부터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계속되는 변화를 의미한다. 발달은 '생애에 걸친 변화'라는 것. 이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 변화가 연령상 보편적이면 정상이라고 하고, 연령 수준에서 격차가 나면 발달의 차이, 지연,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상과 장애를 구분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선 이 구분에서는 첫째 '생물학적 측면'을 다루며, 둘째 '신체적(여기에서는 신체와 정신을 포함해서 모두 신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정신기능은 뇌기능으로써 신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인 측면을 다루고', 셋째 '사회적 측면'을 다루어왔다. 영문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기로는 bio-physico-psyco-social (생물-신체-심리-사회)적인 연결로 보아 왔다.


21 세기에 들어, 사람의 발달이나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런 계층적이고 단계적인 관점이 아니라 각 요인들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역동적인 측면'으로 발전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전에는 생물학적인 요인이 사람의 운동이나 인지, 심리 기능에 영향을 주었고, 이로 인해서 생활과 사회적인 불리함이 있다고 봤었는데, 이 단계가 들어맞지 않고, 불리함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함이 되기도 하고, 유리함이 역으로 불리한 요인이 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발달을 살펴보자. 우선, 발달은 '키, 몸무게'와 같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측면이 있고, '운동, 인지, 지각, 언어기능'과 같이 역량에 해당하는 측면이 있으며, '놀이, 일상생활, 학습활동, 직업활동' 등과 같이 수행에 해당하는 측면이 있다.


2. 발달장애의 개념을 발달의 차원에서 생각해보며


발달장애의 개념을 정리하려고 하니, 생각이 복잡해진다. 발달장애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생애주기에 걸쳐 계속되는 변화에 장애가 생긴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첫째, 생물학적 측면의 원인으로 생애주기의 변화에 장애가 생긴 경우를 이해해야 한다. 미토콘드리아병이나, 유전자적인 이유로 인한 다양한 손상을 입은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취약하게 태어나서 발달의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엄밀히 말해 발달장애의 가장 취약한 사람에 속하며, 의학적인 처치를 매우 집중적으로 필요로 하지만, 때문에 병원 안에서 삶을 경험하는 기회를 얻을 수 없다면 병원에서 이뤄지는 행위만으로 삶이 제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생과 감염관리를 잘 한다면 부모와 친척, 건전하고 좋은 교사와 또래가 병원이라는 공간에 생물학적으로 취약한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면서 함께 하는 활동이 늘어날 수 있다면, 생물학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가능한 삶의 발달은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두번째 경우를 생각해보자. 신체정신적인 발달장애. 척추이분증, 뇌성마비, 자폐증 등등, 그래도 현대의 기술을 동원하고 연구를 통해 신체기능과 정신기능(뇌기능)의 손상이나 문제로 인해 생애주기에 걸쳐 계속되는 변화에 장애가 생긴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법'에서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에 한하여 발달장애를 규정하거나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법률을 지정하는 데 있어서 의학적인 장애와 진단기준이 정확히 공유되지 않는 이유를 아직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단지, 이 첫번째와 두번째의 요인인 유전과 신체와 정신기능으로 인한 발달장애는 WHO를 통해 공유된 국제진단분류기준에 해당하는 것이라야 장애에 대한 기준을 공통화 할 수 있으며, 이것이 법률과 통해야 건강과 정책이 맞물릴 수 있는데, 우리의 의료와 법률이, 그리고 교육과 교육정책의 규정과 기준, 복지 기준은 제각각이다. 그렇게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서라도, 전문성이 보편적인 목적을 이뤄내지 못하며, 보편적이지 못한 각 제도와 영역은 이 때문에 전문적이거나 통합적이기 어렵다. 장애에 관한 법률은, 장애를 진단하고 정의하고 분류하는 건강과 의료측면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세번째 전반적인 발달장애의 측면을 이제 이야기하고자 한다. 법과 의료가 따로 노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발달의 사회적인 측면, 또는 환경적인 측면. 아니면 생애적으로 때에 맞는 삶의 활동에 변화가 어려운 사람들이다. 삶의 활동. 살아가면서 해야 하고 하게 되는 목적있고 의미있는 활동들이다.


유전이나 신체정신기능의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태어난 이후 이런 삶의 활동, 즉 '의사소통, 이동, 학습, 일상생활, 자립적인 가정생활, 대인관계, 지역활동, 직업활동'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신체만 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 신체를 돕는 환경도구를 이용하면 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몸과 정신에 전혀 장애가 없어도 한번도 살아본 적이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외국에서 삶의 활동이 어려운 사람이 된다. 발달장애인이 서울에 살 때 지하철의 안내방송을 그대로 기억해서 말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렇다면, 같은 정도의 신체/정신기능을 가진 발달장애인이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 가서 살고 지하철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면 지하철 안내방송을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삶의 활동은 신체정신의 기능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에서는 삶의 활동 수준이 신체정신 기능과 일치한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도 연구에 의한 사실이다.


3. 우리는 생애주기에 맞게 변화하는 발달을 이루고 있는가


누가 나를 지금 러시아에 보낸 다음, 러시아에서 러시아어로 학생들에게 작업치료를 가르치라고 한다면, 나는 그 목적하는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나의 신체, 정신기능의 발달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와 러시아어의 능력과 그 능력을 위한 나의 경험 때문이다. 그런데, 작업치료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면서 왜 이 학생들을 못 가르치냐고 누군가가 다그친다면, 그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게 당장 변하게 할 수 없는 (변화가 발달이므로) 러시아어라는 능력이 활동수준에 못미치기 때문이되, 그 능력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나의 탓이 아니라 내게 러시아어로 가르치라고 한 그 사람의 문제가 된다.


운동발달, 특히 균형발달의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계단 있는 2층의 교실을 사용하라고 한다면, 이것은 교실접근을 막는 물리적 장벽을 신체기능수준과 맞춰 조정하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가 된다. 사회적 상호작용 발달, 감각처리능력의 발달. 사람과 소통하려 하기 이전에, 느껴지는 느낌 자체가 너무 달라서 싫고 좋음이 너무 다른 사람들에게 남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라고 하고, 싫어하지 않으니 싫어하지 말라고 하는 것, 남들이 참을 수 있으니 참으라고 하는 것. 그러면서 남들과 소통하기를 훈련하는 것은 어떨까. 규칙을 지키라고 다가가지만, 그 사람이 지킬 수 있고 함께 이해할 만한 규칙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소통하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소통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을 바꾸려는 행위와 노력이 상대에 맞지 않는 문제가 된다.


발달장애의 개념. 쉽지 않지만, 생애의 변화 자체를 겪고 발달하는 우리 모두는 이 부분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생애주기적으로 기대되는 변화를 잘 해서 발달과업을 성취하고 있는가? 에릭슨의 심리사회발달에 의하면, 청년기에는 친밀성을 이룩하고, 중년기에는 생산성을 이루고, 노년기에는 통합성을 이루는 것이라 했는데, 그 시기에 신체와 정신기능의 문제가 없이 사회에 살아가면서도, 이 과업을 이뤄내지 못하는 어른이야말로 엄밀히 발달장애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발달은, 자기의 신체, 정신기능수준에 맞는 적절한 정도의 기능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십분 발휘하여 가능한 활동을 수행하면서 아주 작은 변화라도 꾸준히 이뤄내는 것이라 결론내려본다. 신체정신기능이 어느 수준인지는, 사실은 삶의 활동을 충분히 경험하면서 파악하지 않으면 엄밀하고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지석연(발달장애지원 전문가포럼/작업치료사/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


※ 위 글은 <함께웃는재단> 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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