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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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7 21:50



글 : 김재영(서울정애학교 교사)


4월 20일은 제39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매년 각급 학교에서는 장애 이해 퀴즈 대회, 장애 차별 포스터 그리기, 장애 인식개선 글짓기 대회 등으로 이날을 기념한다. 특히 전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는 장애이해교육 방송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 올바른 이해와 인식개선을 목적으로 마련된 ‘대한민국 1교시’를 시청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유치원에서 시행되는 장애이해교육이 ‘장애를 가진 내 친구’를 이해하고, 함께 생활하며 친구가 되는데 도움이 되고 있을까?


유아기는 언어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로 새로운 단어를 접하면 호기심을 가지고 단어의 뜻을 물어보기도 하고, 반복해서 사용해보면서 개념화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유아들에게 장애이해교육을 제대로 못하면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되고 “선생님 그럼 00이는 장애인이에요?” 라고 물어보며 자기가 배우고 알게 된 개념을 확인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특수교사는 유아기에 장애이해교육을 별도로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장애이해교육이 ‘내 친구’를 ‘장애인’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으려면 장애이해교육의 방향과 실제는 어떡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장애인의 날’ 말고 ‘친구’ 주제로 접근하자.


“선생님, 00이는 왜 말을 못 해요?”

“00이가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구나!”

“네! 내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거든요”

“네가 말을 걸었을 때 대답을 하지 않아서 00이가 말을 못 한다고 생각했구나! 물어봐 줘서 고마워. 다른 친구들도 궁금할 수 있겠다. 00이가 너에게 왜 대답을 하지 않았는지 선생님이 00이 이야기를 들려줘야겠구나. 우리 반 친구들 모두 함께 이야기 나누자. 내일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니?”


3월 중순이 되면 내 곁에 조용히 찾아와 물어보는 친구들이 생긴다. 그럼 나는 적당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통합학급 담임 선생님과 미리 이야기해 놓은 생활 주제 “우리 반 친구들은 모두 다 달라요”를 시작한다. 00이를 시작으로 우리 반 친구들 모두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친구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장애인의 날’이 아닌 ‘우리 반 내 친구’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2. 교육의 목표는 ‘지식’이 아닌 ‘기술과 태도’로 접근하자.


“선생님, 제가 00이를 이해시키고 싶어서 동화책을 읽어줬는데, 동화책 주인공은 주인공일 뿐 00이와 동일시하지는 못하네요.” 라고 장애이해교육 수업의 어려움을 고백했던 후배 교사가 한 말이다.


장애이해교육을 할 때 주요 개념은 다음과 같다.

● 모든 사람은 다르지만 같은 점을 가지고 있다.

● 사람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별하다.

● 사람들의 서로 다른 점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 나는 소중한 존재이다.

● 내가 소중한 것처럼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

● 사람들은 모두 다양한 특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다.

● 친구들 도와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 함께 놀이하면 즐겁다.

●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친구이해교육은 “모든 사람은 다르지만 같은 거야. 그래서 00이는 특별하단다. 알겠지? 이제 잘 도와주자!”라고 말로 전달하는 수업의 결과는 “네”로 끝나버린다. 교실에서 00이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친구들은 계속 00이에 대해 물어볼 것이다.


교육의 결과는 교실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변화를 가져오려면 개념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친구와 놀이할 때 필요한 기술, 친구의 행동 언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형성되어야 한다.


유아기 친구이해교육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교사의 말과 행동이다. 친구와 함께 놀기 기술, 친구의 의사소통 행동 이해하기 기술, 친구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친구에게 말하는 기술, 친구에게 다가서는 기술,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태도, 친절하게 말하는 태도, 늦더라도 기다려주는 태도, 친구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유를 물어보는 교사의 태도를 보며, 아이들은 배우고 자연스럽게 모방하게 된다. 유치원 교실에서 교사는 최고의 교수 자료이고 모델이다. 그래서 교사의 장애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사가 아는 만큼 바르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승호이해교육 사례(교사 저널 중 일부 발췌)






“어떤 그림이니?” “왜 물었을까?”

“장난감을 뺏어서 화가 나서요”,먼저 때렸을 것 같아요, 놀렸을 것 같아요.”

“그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 그런 것처럼 승호의 행동에도 이유가 있단다. (중략~)

“ 눈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단다. 그러면 마음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아이들의 입에서 놀라운 대답이 나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다.

“마음은 마음으로 볼 수 있어요.”

“ 그렇구나! 마음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볼 수 있구나! 마음은 생각과 느낌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어. 우리는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말을 해요. 편지를 써요. 울어요. 화를 내요.”


“우리가 승호의 마음을 몰라 줘서 그렇지 승호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울음으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선생님은 승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기분일까?’를 알기 위해 마음의 눈으로 승호의 마음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보면 승호 마음의 소리가 선생님에게 전달 될 것 같거든. 그러면 선생님이 승호를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거야. 너희들도 승호가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승호는 어떤 생각을 말하고 싶을 걸까? 어떤 느낌일까? 같이 생각해 주겠니? 너희가 먼저 승호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면 선생님에게 꼭 알려주렴. 승호의 마음을 알면 우리가 승호와 더 잘 놀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들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시가 많아/ 우리들이 자라나면/ 세상은 아름답게 변할 거예요. 우리들의 머릿속에/ 아주 좋은 생각 많아/ 우리들이 자라나면/ 세상은 아주 좋게 변할 거예요 (김진영 작사·곡)


이해교육을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다. 나는 노래의 힘을 믿는다. 또 경험의 힘을 믿는다. 긍정적인 친구이해교육은 친구와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변화를 경험한 아이들이 만드는 미래는 지금과는 다를 것임을 믿는다.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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