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발달장애는 우리의 거울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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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9 16:13



  

글 : 김선형 / 평택대 재활상담학과 겸임교수 / 굿컴퍼니 대표 / 장애인재활상담사발달



발달장애인들이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가장 큰 어려움을 꼽으라면, 자기 자신을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조기술에는 식사하기, 대소변 처리하기, 옷 입고 벗기, 세수·양치하기, 몸단장하기 등의 기술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개별적인 활동이 아니라 운동성, 감각, 인지, 언어, 사회성 등 여러 기능들의 통합을 요하는 기술들로 적절한 대인 관계 및 사회 활동의 바탕이 됩니다.


이처럼 여러 하위영역이 총합되어 습득할 수 있는 자조기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발달장애인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많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자조기술능력이 미숙하다보니 자기관리가 어려워지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관리하는 자조기술능력을 터득한 발달장애인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인지기능에 제한이 많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이 영역에서 특히 외부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하며 기술 습득에도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뇌의 인지적 기능이 만 4세 이전에 80%, 나머지 20%는 만 15세까지 서서히 완성된다고 합니다. 개인마다 차이를 보이는 인지기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인 영향에서도 비롯되지만, 후천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지기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선 영유아기 때 다양한 자극과 경험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렇게 발달된 인지기능이 자기관리기술 습득의 핵심요소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발달장애아동들은 자기관리기술 습득의 핵심이 되는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을까요? 최근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대의 발달장애 아동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많은데, 이들의 자조기술능력의 수준과 보호자의 태도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발달은 일상생활의 규칙적인 활동을 긍정적이고 일관성 있게 돕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 노력과 지원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도, 적다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모든 과제를 대신하거나 도와주려 해서도 안 되고, 아직 능숙함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에게 무조건 혼자 해보라는 식도 어리석은 짓입니다. 지나치게 쉬운 단계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에만 맴돌아서도 안 되고, 필요하다는 명분만으로 어려운 과제에 덤벼드는 것도 당연히 피해야 할 자세입니다. 


우리의 능력이란 1년 365일 언제나 동일하게 발휘되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울적하거나 뭔지 모를 이유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우리의 능력치는 평소만큼 발휘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마감까지 최대한 미루다가 코앞에 닥쳐야 헐레벌떡 일에 쫓기는 모습은 저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발달장애 아동을 상대할 때면, 이런 당연한 상식을 망각한 채 평소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닦달하거나 갑작스런 퇴행이 왔을까 싶어 덜컥 겁을 내기도 합니다. 조금만 이상적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되는 일이거늘, 자녀가 발달장애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올바른 판단이나 이해의 마음을 잃고 맙니다. 어려운 자조활동을 무리해서 강조하며 반복시키는 것은 인권보호의 원칙에도 어긋난 일입니다.  


발달장애아동이 다다르지 못할 한계를 허물로 보기보다는 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투영하여 이들의 가능성을 함께 찾아가는 여유가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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