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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2: 통합유치원에서의 일화 기록

정병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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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7 23:58

회상2: 통합유치원에서의 일화 기록

   오늘 우연히 지환이가 어렸을 때 받았던 여러 개의 진단용 검사 결과지, 통합유치원에서의 일상을 서술한 기록지 및 개별화교육프로그램(IEP), 특수체육 프로그램 계획 및 활동지, 장애아동통합지원 프로그램 활동기록 등의 뭉치를 발견하였습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불과 3년 사이에 지능검사 및 사회성 등을 포함해서 무려 9번이나 검사를 했네요. 검사받은 곳도 장애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이대발달장애아동센터, 통합유치원, 소아정신과 병원으로 아주 다채롭습니다. 이 때만 해도 한 3년 빡쎄게 노력하면 장애가 치료되는 건 줄 알고 시간과 돈과 에너지와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읽어보니 지금의 지환이와 완전히 다른 모습도 있고, 지금까지도 남아있어 끌탕치게 만드는 모습도 있고, 매일매일 깊은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던 힘든 상황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 싶은 기록이 있어서 공개하려고 합니다. 2003년 7살의 지환이가 통합유치원에 다녔을 때의 일입니다. 특수학급 선생님께서 1년동안 세심한 관찰로 일상의 행동을 기록해 주셔서 조금이나마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록입니다. 지환이 때문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죄송스러운 마음과 함께 잘 지도해 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내용을 옮겨봅니다. 기록 항목은 크게 등원(인사하기), 자유선택활동, 정리정돈 및 화장실 가기, 간식, 집단활동(이야기 나누기, 노래, 동극, 신체활동), 귀가, 비고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등원, 자유선택활동, 집단활동, 귀가만 공개하겠습니다.


1. 3월부터 4월까지의 기록


1) 등원: 등원하여 1층 복도에 게시된 각반 담임 선생님 및 교직원의 이름을 하나하나 모두 부르고 살펴본 뒤 2층으로 올라옴. 3월 초 바뀐 신발장을 살펴보지 않고 작년 자리에 놓은 경우가 자주 있었으나 4월부터는 실수가 거의 없음. 작년 통합학급 담임교사에게 먼저 인사하고 올해 특수학급 및 통합학급 교사에게 인사함. 인사법에 맞추어 인사하나 눈맞춤이 잘 되지 않음.


2) 자유선택활동: 주로 쌓기 영역에서 활동함. 종이블록과 유니트블록을 이용하여 집을 구성하는데, 다 만든 후에 와르르 무너뜨리는 행동이 매일 관찰됨. 친구와 장남감을 나누기가 안되며, 다른 친구가 만들어 놓은 것을 허락없이 부수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말을 안하고 쑥 빼와서 친구들이 화를 많이 냄. 교사 중재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고, 친구들이 말을 걸거나 화를 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음. 컴퓨터 활동을 좋아함. 주로 00복지재단에서 장애아동용으로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함. 프로그램을 실행해주면 스스로 마우스 조작이 가능함.





3) 집단활동: 통합학급에서 완전통합을 실시하는데 노래나 신체활동은 즐겁게 참여하나, 이야기 나누기 때에는(이야기 주제를 50% 정도 이애하는 것 같음) 의자 장난을 치거나 손장난을 하는 등 집중력이 떨어짐. 주말 지낸 이야기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그려와 발표하는데 처음엔 단어 위주로 대답하다가 4월 들어 한 문장으로 표현(지환이가 산에 갔어)하는 것이 늘어남.


4) 귀가: 줄을 서서 나갈 때 앞뒤 친구를 잘 밀쳐냄. 줄서서 이동할 때 마음대로 운동장이나 유치원 건물 뒤로 뛰어다님.


2. 5월부터 8월까지의 기록


1) 등원: 등원하여 각반 담임 선생님 및 교직원의 이름을 모두 부르고 살펴보고 종일반 교실에 들어가 치아 모형을 가지고 놀이한 후 교실로 들어와 늦게 오는 경우가 많음. 학급우유를 들고 옴. 가방정리를 하지 않고 곧장 교실로 들어옴. 인사를 잘 하나 스스로 하기보다는 교사나 엄마의 말을 듣고 인사함. 인사법에 맞추어 인사하나 눈맞춤이 잘 되지 않음.


2) 자유선택활동: 주로 쌓기 영역에서 활동함. 종이블록과 유니트블록을 이용하여 집을 구성하는데, 다 만든 후에 와르르 무너뜨리는 행동이 자주 관찰됨(일주일에 4회 이상).​ 친구와 장남감을 나누기가 안되며, 다른 친구가 만들어 놓은 것을 허락없이 부수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말을 안하고 쑥 빼와서 친구들이 화를 많이 냄. 교사 중재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고, 친구들이 말을 걸거나 화를 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음.​ 역할놀이 중 병원놀이에 관심을 보였고 놀이에 필요한 의료보험증, 약봉투를 스스로 만들어 옴. 주로 약국에서 약 만들고 받아가는 과정에 참여함. 여러 영역에 자발적으로 참여함.


3) 집단활동: 의자 장난과 양말 장난이 심해져 교사의 지적을 많이 받음. 그만하라고 하면 "할래요"하고 대답하기도 함. 주말 지낸 이야기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그려와 발표하는데 누가, 어디서, 무엇을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대답함.





4) 귀가: 줄을 서서 나갈 때 앞뒤 친구를 잘 미쳐냄. 줄서서 이동할 때 마음대로 운동장이나 유치원 건물 뒤로 뛰어다님.


3. 9월부터 10월까지의 기록


1) 등원: 특수학급 교사를 만나면 통합학급 교사에게 인사한다며 '김00선생님한테 인사할래요"라고 말하며 그냥 지나치려고 함. 먼저 만난 선생님께 먼저 인사하게 하면 눈맞춤 없이 고개만 숙이며 인사하려고 하여 2~3회 다시 시키면 제대로 인사함. 가방 정리를 하지 않고 곧장 교실로 들어옴. 가방을 정리하고 옷을 옷걸이에 거는 것을 할 수 있으나 하기 싫어하고 일부러 느릿느릿 정리하거나 옷을 옷걸이에 걸지 않고 가방 안에 구겨 넣음.


2) 자유선택활동: 주료 쌓기 영역에서 활동함. 쌓기 놀이를 하고 있는데 교사가 조형활동이나 다른 활동을 유도하면 "싫어. 쌓기놀이 하래"라고 표현함. 스스로 다른 놀이를 할 경우 역할 영역이나 수조작 영역에서 활동하나, 놀이감을 아무말 없이 또래에게서 빼앗아 문제상황이 자주 발생됨. 쌓기놀이의 경우 비슷한 패턴으로만 만드는 것이 반복되어, 교사가 잠자리나 킥보드 등 주제와 관련된 모형을 만든 것을 보여주고 다시 분리하여 재구성하도록 지도하면 거의 비슷하게 만들고,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표현하여 자신의 작품이나 쌓기놀이의 구성물 등이 사진으로 전시되는 것을 잘 감상하며 "지환이가 했어요. 엄마 보여줄래요" 등의 의사를 표현함. 


3) 집단활동: 주말 지낸 이야기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그려와 발표하는데 누가, 어디서, 무엇을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대답함. 의자 장난이 시작되어 교사가 "방해된다"고 이야기 하면 곧 행동을 멈춤.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완전히 집중하지 못하면 소매를 당겨 입에 물거나 손가락을 넣어 빠는 등의 행동을 보임. 노래부르는 시간을 좋아하여 잘 참여하고 게임이나 신체표현을 흥겨워하나 게임규칙이나 약속을 완전히 지켜 활동하지는 못함.


4) 귀가: 줄을 서서 나깔때 앞뒤 친구를 밀고 교사에게 인사 안하고 곧장 놀이터로 달려가 주차해 놓은 교사의 자동차에 모래를 던지거나, 귀가지도를 위해 학부모가 데려운 동생들이 서 있으면 밀거나 모래를 던짐. 교사와 귀가 전 인사하고 "선생님 놀아도 되요?" 물어보고 허락 후 놀기로 약속하고, 놀면서 부적절한 행동이 나타나면 바로 놀이를 중단시키고 교실로 데리고 들어오면서 행동을 조절 중에 있으나 거의 매일 놀이 중간에 교실로 들어옴. 


4. 11월부터 2월까지의 기록


1) 등원: 가방을 맨 채로 교실로 들어가 돌아다녀 엄마나 교사가 가방 정리와 옷정리를 요구하면 할 수 있으나 잘 하지 않으려고 함. 여자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다정스럽게 인사함(00야, 잘 지냈니? 반가워 등)


2) 자유선택활동: 유니트 블록을 연결하여 도로나 경사로 등을 만든 후 자동차를 굴리며 확장하며 놀이함. 무너뜨리는 행동은 거의 나타나지 않음. 쌓기놀이 영역에서 주변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놀이하지만 친구들이 (무너뜨릴까봐, 혹은 방해를 할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간혹 놀이에 끼워주지 않기도 하여 교사 중재가 필요할 때가 있음. 조형놀이나 수조작 놀이로 유도하면 기꺼이 활동에 참여하며, 특별히 조형활동에서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감상하기를 좋아하고 성취감을 나타냄.



          (맨 오른쪽에서 있는 아동이 지환이입니다) 


3) 집단활동: 통합학급에서 완전통합을 실시하는데, 노래나 신체활동은 즐겁게 참여하며 이야기 나누기 때에 방해행동이 거의 없으나 자신이 참여하는 부분이 적어지면 심심해져서 소매를 잡아당겨 빨거나 물고 있는 행동을 보임. 자신의 경험을 친구들에게 적절하게 표현하고 친구들의 질문에 간단하게 스스로 대답함.


4) 귀가: 줄에서 이탈하여 멀리 도망가는 행동은 거의 나타나지 않으나 줄을 서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거나 기다려야 하면 끝까지 서 있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며 제자리를 지키지 못함.


   위의 기록지에 묘사된 지환이는 충동성이 있고, 규칙을 지키는 것을 힘들어할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않으며, 공격적인 행동으로 타인에게 민폐를 끼지는 행동도 발견됩니다. 선생님께 일부러 반항하거나 청개구리 같은 짓을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의 적절하고 일관되고 지속적인 교육, 주위 사람들의 이해와 포용력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오늘날 의젓한 청년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또한 벌써 7살 때부터 여자친구에게는 다정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이놈이!!). 일화 기록 중에서, 주말에 지낸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은 제가 특별히 선생님들께 부탁드렸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주말에 있었던 일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에 이왕이면 지환이가 발표했으면 좋겠다고 청했습니다. 제가 그림을 그려주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지환이가 발표할 수 있도록 연습시켰습니다. 


   1년간의 유치원 생활에 대한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환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뜨입니다. 실제로도 유치원에서 실시한 아동행동조사를 보면 1년 사이에 소근육운동, 인지/학습, 언어, 사회성에서 발달연령점수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아동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아이가 손톱만큼 자란다는 어느 특수교육학과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정병은 /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 발달장애청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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