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학교교육] 우리의 특수교육은 미흡하다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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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14:26

우리나라의 장애아동 교육은 여전히 답답한 모습이다. 특수학급에 재학중인 아이들의 상당수는 특수교육을 받지 않고 완전히 일반학급에 통합되어 교육 받아도 되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장애가 일반 학급으로부터 따로 분리되어 교육을 받아야할만큼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아이들처럼 장애가 가벼운 아이들은 장애때문이 아니라 또래 친구와 다른 학부모들, 심지어 교육자들의 편견이나 차별 때문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따돌림이나 무시를 받지 않는다면 그리고 일반교사들이 특수교육과 관련된 약간의 전문성만 더 있다면 충분히 완전통합이 가능한 아이들이라 본다. 도움반에 와서 수업을 받는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편의상 도움반에라도 가는게 낫다고 판단을 당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장애가 가볍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특수교육이 질적으로 더 부실하게 되는 원인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장애가 심해도 가급적 특수학교로 분리시키지 않고 적어도 일반학교내 도움반에라도 남아있으려면 이 부분에 여력이 더 생겨야 하는데 학습부진이나 학습장애 아이들이 모르긴 몰라도 특수학급의 2, 30%는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에게 특수교육이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분리된 교실에서의 특수교육은 이들에게 맞지 않고 적어도 이들은 완전통합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가 심할수록 더 많은 도움과 더 특별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며 그 만큼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장애 정도나 개인적인 지원요구의 강도와 무관하게 동일한 기준으로 특수교사들과 보조원을 배치한다. 즉 학급당 인원수를 그 반에 장애가 아무리 심한 아이가 있어도, 장애가 가벼운 아이들만 있어도 동일한 기준에 맞춰두고 있을 뿐이다.

장애가 중등도 이상으로 심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서 또 다른 문제는 교육과정의 문제다. 교육과정을 일반교육과정 그대로 따라가도 될 정도의 아이들은 특수학급에 많다. 교수적 수정을 통해 일반 교육과정을 적용해도 될 아이들은 통합된 일반학급에서든 특수학급에서든 교육이라는 걸, 수업이라는 걸 그나마 받는 것처럼 보인다. 교안수정이나 적합화만 특수교사가 일반교사를 써포트해 주는 것만으로도 수업이 가능한 아이들이 많다는 거다.

문제는 그보다 장애가 심하면 일반교육과정을 수정하는 정도로 절대 배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비유하면, 유치원생한테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적용하려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되는 샘인데, 그게 교수적 수정을 아무리잘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특수학급에든 특수학교에든 지적 연령이 3, 4세 이상을 넘을 수 없는 심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본교육과정이라는 걸 만들어서 운영하지만 이 기본 교육과정이라는 것도 모두 영유아교육이나 초등 저학년의 학습내용을 짜집기 한 정도의 교육과정이라 발달장애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제적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어줍짢게 교과교육이라는 일반교육의 큰 틀을 흉내내려 해왔기 때문이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학문 중심의 교과교육을 장애가 심한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그보다 이들에게는 성인기 이후의 삶을 대비할 수 있는 행동관리, 기능적 읽기, 언어습득, 기능적 수학, 의사소통 훈련, 자기조절, 사회적 기술, 자립생활기술 훈련, 직업적응 및 전환교육등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학문적 academic 교과중심의 지식 습득과 전수라는 일반교육과정의 방향성을 그대로 따라가야하고 그럴 수 있을만큼 장애가 가벼운 아이들은 일반교사와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약간의 관심과 노력만으로 충분히 자립에까지 이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정도로 일반 교과학습을 따라가기는 도저히 불가능하거나 필요하지도, 맞지도 않는 아이들이 발달장애아, 중복장애아들 대부분이다. 일반교과를 적용할 수 있는 아이들은 학습부진이나 학습장애아 정도일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발달장애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이들은 처음부터 다시 모든 것을 배워야 한다. 신변처리, 자립생활기술, 지역사회 적응, 실제 생활에 주로 관련된 기능적인 읽기와 쓰기, 보완대체 의사소통의 활용, 대인관계기술... 등등 무수히 많은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수교육을 12년을 받았음에도.

우리의 특수교육은 여전히 겉보기에는 무언가 발달장애아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성인이 된 그가 최소한의 삶의 질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것은 거의 가르쳐 준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선생님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고 생각하든 아니든 그와는 무관하게 그는 홀로설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을 거의 갖추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예외적이라고 불러야 할만큼 소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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