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지능의 의미와 지적장애아 교육의 방향

더스페셜님

0

4453

2016.03.15 16:47



생물학자이자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피아제는 지능을 "유기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수단의 예" 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IQ로 표현되는 지능에 대한 관점과는 사뭇 다른 것입니다.

지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문제는 낮은 지능으로 규정되는 지적장애를 바라보는 관점과 직결됩니다. 지적장애인을 진단하고 정의내리는 기준의 첫 번째 요소인 낮은 지능이라고 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적응행동이나 실제적 기술이라는 개념들이 도입된 것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교육은 지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학업성취도 즉 성적이라는 것도 통계적으로도 지능과는 전혀 비례하지 않습니다. 지능을 환경에 적응하는 수단으로서 인간이 가지게 된 능력이라고 본다면, 지적장애를 교육하고 치료하는 주요 목적의 하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20세기 들어 감성지능, 다중지능, 성공지능, 실용지능이라는 다양한 변종 지능들이 등장하게 된 것도 근본적으로는 지능을 삶에 필요한 기능이자 기술로 보고자 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지적장애 아동들을 위한 우리의 특수교육과 재활치료 시스템은 그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나요? 여전히 학교에서의 성공에 두고 있지는 않은가요? 우리 사회의 지적장애아들에 대한 교육은 소위 3R(읽기, 쓰기, 셈하기)의 습득과 그것을 통한 다양한 교과 학습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지는 않은가요? 물론 그렇지 않은 교육을 수행하는 분들도 있고, 학교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적으로 가장 많은 지적장애와 학습장애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특수학급의 주요 시간표들은 통합학급의 일반교육과정의 수업시수에 따라 이들이 비장애 학생과 같은 수준과 내용으로 학습할 수 없는 국어와 수학시간으로 시간표가 가득 채워져 있고, 나머지 활동들은 부가적인 활동들로 치부되곤 합니다.
 
중복장애나 중등도 이상의 장애가 아닌 경도의 지적장애나 학습장애아들에게 이러한 교과학습에 대한 치우침은 더 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혹자는 경도장애 학생들을  '6시간 장애' 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학교에 등교해서 있는 동안만 장애라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표현으로 경도장애 학생들을 'Street Wise' 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학교를 나와 거리나 지역사회에서는 보통아이들만큼은 현명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지나치게 학문학습에 치우친 교육현장을 비꼬는 표현들입니다.
 
학교 교육과정과 학급교육과정 심지어 개별화교육과정까지 근본적으로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벗어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삶을 위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관점에서 읽기, 쓰기, 수학도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과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특수교사의 경우 IEP라는 것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노력하기에 따라서 이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구요.
 
학교밖에서 혹은 졸업 후에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을 연구하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특수교사라면 몸은 학교안에 있을 지 몰라도 늘 학교 밖의 세상과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경험하고 그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고 미래이니까요. 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들은 그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김성남 / 특수교육학 박사

twitter facebook googl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