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문자사용이 급증하는 디지털 문화는 또하나의 장벽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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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22:43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텍스트를 사용하게 만든다. 친구와 말보다 문자로 더 많은 대화를 하는 날도 있는 요즘 아이들... 이들에게 문자메시지와 SNS는 새롭지 않은 일상적인 의사소통의 방식이고, 자신에게 맞는 사적인 의미들을 구성하는 학습도구이며, 손쉽게 필요한 질문을 하고 답을 얻어내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습득하는 만능에 가까운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의사소통과 정보습득에 사용되는 미디어의 유형은 말보다 이미지보다 텍스트일 때가 많다. 때로는 어른들은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문자언어까지 만들어가며 그것을 아날로그 시대의 편지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문자를 사용해 대화를 주고 받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기초 기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문자를 학습하고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 학생들과 비장애 학생들과의 삶의 격차는 자연스럽게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이것은 단순히 교육의 격차를 넘어서는 일상생활의 격차로 확대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같은 또래의 비장애 학생들은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일을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을 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지적장애 학생이나 읽기 및 쓰기 장애가 있는 장애아동은 그것으로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하고 있는지 상상해 보면, 그 격차는 종이 위에 손으로 쓴 느린 글과 말이 의사소통과 학습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시대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사실, 민간부문에서는 거의 없었지만), 그동안 장애인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정책과 사업들의 주된 대상에 감각장애와 지체장애가 아닌 글을 읽거나 쓰기 어려운 학습장애와 지적장애인들이 포함된 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조차 직접 조사에 응하기 어려운 이들은 배제되어 있다. 이들의 정보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음에도 거의 방치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부문, 민간부문, 언론 할 것 없이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모바일 기기와 SMS, SNS와 같은 문자중심의 의사소통이 일상화되는 속도가 가히 빛의 속도인 지금의 상황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비장애의 또래들만큼은 아닐지라도 지적장애와 한글학습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문자가 아닌 다른 미디어(예컨대, 사진이나 음성이나 동영상)로 가족과 주변사람들과 모바일 기기 혹은 웹을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 가능성을 미국의 Voicethread 같은 서비스에서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조속히 개발되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이러한 미국의 서비스를 활용하여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라도 습득시킬 수 있는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이라도 개발되어 제공되어야 한다. Voicethread는 문자중심의 서비스가 아니기에 발달장애인들에게도 그 사용법을 익히기 위한 훈련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나의 전공이 지적장애아 교육이라서, 내 주관심사가 디지털과 특수교육이라서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게 아니다. 매일매일 내 눈에 보이는 비장애 아이들의 삶과 비교해 보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저절로 눈에 보일만큼 여기 저기 산재해 있음을 너무 쉽게 느끼기 때문이다. 가끔은 어느 것부터 바꿔야 하는 건지 우선순위조차 매기기 힘들만큼 발달장애와 지적장애아들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물론, 그들에게 자립하고 홀로 설 수 있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이겠지만, 이 디지털 격차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가까운 미래에는 이들에게 결국 자립생활도 취업도 지금보다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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