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예방적 집단격리? 인권 없이 건강도 없다.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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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0 10:59



 

 

글 : 김석주(자폐청년의 부모/ 음악치료사/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교육위원)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으로 전세계적인 불안이 만연한 요즘이다. 우리나라도 감염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한 달이 넘도록 학교와 복지시설 등 전면 휴업 중이고, 여전히 진정세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 국민이 종일 마스크를 쓰고, 꼭 필요한 업무 외의 만남이나 이동을 자제하여 상가의 많은 수가 문을 닫고, 대중교통은 텅텅 비고, 국제선은 여러 경로가 막혀 버렸다. 감염자 중 노약자나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이 주로 사망했지만,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하고 돌연변이로 강해질 우려가 있어 자연스레 개인들은 물리적 거리두기로 고립의 양상이 되고 있다.

 

이 와중에 몇몇 지자체에서는 장애인시설과 노인요양원 등에 예방 목적의 집단격리를 강제 조치하였다. 일반시민들이라면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 가족이나 동료를 격리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아직 감염자가 발생하지도 않은 복지시설에 장애 당사자들과 현장종사자들의 상황이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일괄 몇 주간이나 격리시키는 상황은 안전을 앞세운 인권의 차별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장애인 거주시설에는 대부분 발달장애 아동과 성인들이 거주하는데, 이들이 비장애인들보다 평소 위생관리가 안된다거나 지역사회 이동경로가 불확실하다는 근거도 없다. 오히려 일반 가정보다 거주시설의 종사자들은 더 엄격하게 위생관리하고 장애인들의 일과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지원한다. 고위험군이라는 분류로만 판단한다면, 일반 가정에 거주하는 장애인들까지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비장애인들 가운데 기저질환을 가진 대부분의 성인들을 모두 강제 격리해야할 것이다.

 

현재 유럽과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가격리를 권고하였다. 국민들은 현 상황의 위급성을 정확히 이해하였고, 생존과 안전을 위한 상호간의 합의로서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다른 국가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선별진료와 투명한 확진통계 및 이동경로 공개, 그리고 전 국민의 질서의식으로 강제조치가 없이도 직장과 상가, 그리고 각 가정에서 철저히 자율적 위생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복지시설만 차별적으로 격리조치한 것은 평소에 장애인을 개별 인격을 가진 자율적 주체로 보지 않고 별개의 집단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위험한 인간관을 드러낸 행위이다.

 

최근 제주에서는 발달장애 모자가 동반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학교 휴업으로 종일 자녀를 돌봐야하는 상황에서 감염에 대한 불안 뿐 아니라, 일상의 패턴이 깨어졌을 때 나타나는 부적응행동 문제들로 쉼없이 씨름했을 상황이 눈에 선하다. 발달장애인의 많은 수가 매일의 일정이 예고 없이 어긋났을 때 심한 불안감을 표출한다. 평범한 비장애인들도 일상이 멈춰진 상태가 여러날 지속되면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발달장애인들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어렵기에 더욱 불안감이 증대하며, 게다가 좁은 집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나 놀이가 없을 때 매일매일은 무인도에 남겨진 것처럼 막연하고 공포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더 활동적인 일과를 유지하도록 철저히 지원해주어야 한다. 학교나 복지관 등 집단활동은 당연히 피해야겠지만, 개별적으로 보호자와 함께 동네 산책하기, 숲이나 바다 등 자연 속에서 놀이하기, 가족단위의 드라이브 하기 그리고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를 한 상태에서 생필품 구입하기 등 세심하고 촘촘한 스케줄을 재구성해서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을 경험케 해야 한다.

 

제주의 사건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발달장애 가정에서 자녀의 부적응행동으로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들이 계속 들려온다. 그나마 짧은 외출이라도 가능한 가정들조차 이렇게 힘든데, 한 방에 여러 명 같이 먹고 자야하는 거주시설에 종일 격리 당해 옥상에 올라가서야 겨우 햇볕을 쬘 수 있는 환경에서 장애당사자와 종사자들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2월 청도대남병원의 정신과 폐쇄병동에 장기간 입원해있던 환자들은 거의 전원에 가까운 백여 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고 십여 명이 사망하였는데, 코호트격리치료로 우선대응하려는 비인권적인 처사에 여론의 비난을 받은 후, 개별적 치료지원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여 회복이 되고 있다. 이 때 몸무게가 40kg밖에 되지 않는 환자를 보며 국민들은 격리와 폐쇄의 공간이 얼마나 처참해질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보호와 치료라는 명목으로 평범한 일상의 활동들을 중단시키고, 만나고 싶은 가족과 지인들의 관계를 끊게 하고, 좁은 공간에서 환자들끼리만 거주하며 약물로 연명해야 하는 몇 날, 몇 달, 몇 년의 삶은 감옥인가, 병원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호인가?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것은 이 사회 가장 취약한 이들의 소외된 삶이다. 전염병이 유행하기 전부터 격리되어 개개의 인격체로서 삶의 선택권과 발언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정신적 장애인의 삶이다. 위급할수록 더욱 개별적인 공간과 활동, 섬세한 의사소통의 지원을 받아야할 장애인들을 간단히 집단화 해버리는 사회적 인식의 바닥을 드러내었다.

 

이제는 전염병보다 더 위험하고 깊이 병든 비인권적 사회, 그 인식의 뿌리부터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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