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과 학습


교사와 학생 모두를 위한 시간



글 : 김재영 (서울나래학교)



동료 장학을 위한 수업공개 주간이었다. 순회교사들은 동료에게 수업을 공개하기 어려워 수업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와 함께 보기로 했다. ‘가을’ 주제에 맞추어 일일활동주제는 가을꽃과 나뭇잎, 주요 학습 내용은 ‘가을꽃을 탐색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기’이다.


준비한 코스모스를 흔들며 “빨개졌어요” 노래를 부르며 주의집중을 유도했다. 국화꽃을 색깔별로 준비해서 꽃잎도 만져보고, 향기도 맡아보았다. 한 송이씩 꽃병에 꽂아보며 수세기도 했다. 꽃병에 담긴 국화꽃을 감상하고 캔버스에 물감 찍기로 국화꽃 색깔을 표현해보았다. 신문을 찢어 구겨 동그랗게 만들어 손에 쥐기 쉽게 만들었고 물감을 찍어 캔버스에 두드려 표현했다. 신문지의 구겨진 질감이 켄버스에 찍히면서 꽤 훌륭한 미술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의 손을 잡고 파스텟으로 화병과 테이블 색을 쓱쓱 문지르고 물휴지로 닦아냈다.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고 박수를 치며 수업을 마쳤다. 비교적 쉽게 완성되는 미술 활동이고 완성된 후 아이들이 느끼는 성취감이 크기에 가을이면 꼭 한 번씩 하는 활동이다.





**이는 카메라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오늘따라 유난히 더 친절한 선생님에게 홀려 평소와 다르게 중간 휴식 시간 없이 40분의 수업을 따라왔다. 평상시 같으면 활동을 잠깐 멈추고 좋아하는 간식을 먹거나 바닥에 누워 체조를 하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동영상을 한 번에 찍고 싶었고, 작품도 완성해서 부모님과 다른 선생님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학교로 돌아와 동영상을 확인하며 누구를 위한 수업이었나! 자문해보았다.


교수학습활동은 교사가 가르치는 것과 학생의 배움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교사가 준비한 수업이 아무리 훌륭하고 중요한 내용이어도 학습자가 학습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면 의미없는 시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동영상 속 **이는 선생님을 바라보고, 꽃의 향기도 맡아보고, 꽃송이를 화병에 꽂으며 교사와 눈 맞춤을 하고 사물을 향해 손을 내밀며 흥미를 표현하고 있었다. 신문지를 탐색하고 구겨보는 활동에서는 즐거운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십분이 지난 후 **이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실 수업을 하면서도 알고 있었다. **는 칭얼거리는 소리로도, 머리를 잡아당기는 행동으로도, 손가락을 자꾸 입에 넣어 빨거나 물려는 행동을 보이며 나에게 “힘들어요. 쉬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순회교육을 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무 말 없이 두 시간의 시간 동안 아이와 눈을 맞추며 집중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동자의 작은 움직임도, 손끝의 떨림으로도 상황에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사가 계획한 시공간에 아이를 끼워 맞추지 말고 학생이 요구와 주도에 반응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을 위해 오늘은 뼈아픈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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