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과 학습


신설학교, 나에게 남겨진 과제



글 : 김재영(서울나래학교 교사)



17년 만에 서울에 공립특수학교가 세워졌다. 개교식에서 학교가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상자료를 보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개교식을 준비하며 몇 번이나 봤던 영상이었는데, 새삼스럽게 고이는 눈물은 그동안 어려웠던 과정들을 공감해주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분위기에 취한 탓일 것이다.


출근길 정문에서 바라보는 학교는 참 예쁘다. 구룡산이 감싸 안고 있는 듯한 모습도 그렇고, 교실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면 잡힐 것만 같이 선명한 구름을 봐도 그렇다. 넓게 탁 트인 건물 중앙의 홀도, 지체장애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건물 외곽으로 연결된 비상 대피로마저도 마치 테라스 같아 보기 좋다.


여름방학 내내 개교 업무에 참여하며 다른 여러 선진 학교들을 견학하면서, 기존 학교들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되도록 고민해보자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특색 있는 교육 공간을 머릿속에 수없이 그려보기도 했고, 교실에 넣을 의자나 책상 하나까지도 여러 선생님과 의논해야했던 시간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하루하루 달라지는 학교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과 신설되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로서의 다짐과 기대가 있었기에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수학교가 세워지기 위해 부모들은 함께 살아가던 지역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고, 학생들은 1시간이 넘는 통학 거리에 있는 학교라도 다닐 수 있음을 감사해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장애 학생 부모님의 요구와 별개로 특수학교의 신설과 확대를 두고 생애별 맞춤형 통합교육을 통해 통합된 사회로 가기 위한 특수교육의 방향성을 재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나는 특수학교의 신설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이 서로 다른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수학교, 순회학급, 특수학급, 일반학급 등의 특수교육 전달 체계가 특수교육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장소로만 취급되어 통합이 아니면 분리밖에 없다는 이분법적 논쟁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각각의 학교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적 지원의 다양성 측면으로 고려되었으면 좋겠다.


통합교육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과 학교 구성원 간의 협력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수교육 전달 체계는 학생과 보호자의 요구와 필요를 고려하여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에 갈 수 없어서 가야 하는 곳이 아닌, 필요와 요구에 따라 학생이 원하는 곳에서 적절한 지원을 받기 위한 선택의 문제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제 남겨진 과제는 교사인 나의 몫이다. 22년간 다양한 학교 현장에서 특수교육을 실천하면서, 단 한 명도 같은 요구와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없었다. 유치원에서 통합교육을 지원할 때도,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학교와 학부모, 선생님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할 때도,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며 가정으로 순회교육을 지원하러 갔을 때도, 늘 새로운 도전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를 잘 해내기 위해 오늘도 특수교사로 열심히 살아보고자 한다.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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