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과 학습


유치원에 특수교사가 없다면?




글 : 김재영 (서울나래학교)



“자폐성장애로 복지카드를 발급받은 주영이는 유치원이 처음이에요. 글자를 유난히 좋아하고 책에 관심이 많아 세 살 때부터 책을 읽었어요. ‘잠깐의 치료를 받으면 초등학교에 가기 전 주영이가 가진 장애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그동안 언어 및 놀이치료에 전념했어요. 7살이 되어 내년에는 초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자주 만나는 사촌과도, 동네 놀이터에서도 또래와 ‘함께 어울리기’가 어렵네요. 특수학급이 있는 유치원은 집에서 다니기 먼 거리이고, 이 유치원에 특수학급은 없지만 집에서 가까워서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올라간다면 주영이의 초등학교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어요. 주영이가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에 ‘친구와 놀기’를 희망해요.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과의 상담 내용 중)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함께 입학하기 위해 선택한 유치원에 특수교사가 없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내가 사는 집 인근에 있는 유치원에 항상 특수학급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아동이 특수학급이 있는 유치원에 배치되는 것을 ‘우선 배치’라고 하는데 이게 대단한 특혜인양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유아기의 특수교육은 장애가 없었더라면 자연스럽게 누리게 될 삶의 현장인 가정,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시작되고 지원되어야 합니다.


순회교육은 장애로 인해 학교에 통학할 수 없어 교육권 밖에 놓여 있는 학생들과, 일반학급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특수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지원 체제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특수교육대상자에게 교육기회에 대한 보장 및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특수교육 서비스 체제인 것이지요. 순회교육은 크게 가정방문형과 학교방문형으로 나뉩니다.


가정방문형이란 중도·중복장애아동의 가정에 교사가 직접 찾아가는 형태이고, 학교방문형이란 특수학급이 설치되지 않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을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가정방문형 순회교육은 특수학교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담당하는 순회교육은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학교에 완전통합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교육형 순회교육으로 분류됩니다.


만약 순회교육을 희망한다면 보호자가 유치원에 요청해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사가 유치원을 방문하여 유아 및 담임교사를 지원하게 됩니다.

“자폐성장애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한 것보다 주영이가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모이는 시간에 앉아있는 것은 비교적 잘하는 편이에요. 제가 주영이를 대하기 어려운 부분은 놀이시간이에요. 자유놀이 시간이 되면 복도를 배회하거나 교실에서 계속 왔다 갔다 뛰는 행동을 보일 때가 많아요. 제가 부르면 잠깐 멈추기도 하지만 다시 반복돼요. 때로는 놀이시간에 아무 말 없이 교실 밖으로 나가 신체활동실에서 혼자 뛰고 있는 걸 친구들이 발견하기도 했어요. 제가 어떤 놀이를 제안해도 관심을 두지 않아요. 자폐성장애라서 그런 걸까요? 자유놀이시간에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놔두어야 할까요? 아니면 제가 억지로 놀이를 시켜야 할까요?”

(담임교사와의 상담 내용 중)

통합교육을 지원하는 특수교사의 입장에서는 함께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담임교사와 수시로 대화하고 협의하고 의논할 시간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하물며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담임교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요? 담임교사는 자신이 맡게 되는 특수교육대상유아의 장애 종류나 발달 정도와 상관없이 「특수교육대상으로 선정, 배치」받은 유아에게 개별적으로 무엇을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며,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염려되어 교사로서의 효능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순회교사라면 이러한 담임교사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려는 마음이 무엇보다 우선 준비되어야 하겠지요.


자폐성장애를 가진 7살 남자아이, 주영이.

주영이를 위한 교육은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까?

주영이가 보이는 자폐성장애는 고치거나 극복해야 하는 질병일까? 아니면 이해되어야 하는 정체성의 일부분일까? 주영이가 속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주영이가 성장하고 발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과정은 주영이의 자연스러운 일상이고 삶이며, 그 속에서 보이는 주영이의 성향은 존중받아야 한다. 주영이가 장애인이 아닌 유아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또래와 놀이가 있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순회교사의 일지 중)

2019 개정누리과정은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입니다. 유아를 교사가 계획한 놀이를 수행하는 존재로 대하기보다는, 스스로가 놀이를 주도하며 환경,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사와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바라보고자 하는 접근입니다. 교육과정이 변해도 교사가 변하지 않으면 교육 현장의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개정된 누리과정 실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시각과 교수방법의 변화입니다.


자, 이제 주영이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1. 주영이의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주영이의 일상을 기록하는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놀이상황 속에서 보여주었던 주영이의 행동, 교사 또는 친구와 나누는 주영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영이의 성장과 발달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다음번 순회지원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지 않는 순회교사의 특성상 담임 선생님과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점에 대한 대안으로 주영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지원한 내용을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면 협력을 위한 소통에 도움이 됩니다. 일지를 전달하고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수업 후 전화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담임교사는 순회교사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됩니다. 담임교사는 일지를 통해 주영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순회교사가 없을 때 자신감을 가지고 주영이와의 상호작용을 보다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2. 바람직한 상호작용의 모델이 됩니다.

순회교사의 말과 행동은 담임교사도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관심거리입니다. 순회교사의 상호작용 방식은 또래와 담임교사에게 모델링이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주영이의 행동에서 주영이의 마음을 읽어 주는 교사의 반응(불편했구나!, 불안하구나!, 낯설었구나!, 싫었구나!, 정말 좋아하는구나!, 함께 하고 싶구나!, 혼자 있고 싶구나!)을 통해 친구들은 같은 마음으로 주영이를 이해하고 대하게 됩니다.


3. 자연스러운 놀이 시작 상황을 만들어줍니다.

자연스럽게 놀이를 시작하게 하려면 주영이가 선호하는 놀이, 선호하는 친구로부터 고려되어야 합니다. 주영이의 시선이 멈추는 곳, 반복해서 뛰다가 멈출 때 무엇을 선택하는지, 어떤 친구가 다가올 때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지를 관찰하여 놀이에 반영합니다. 이렇게 놀이 공간, 놀이 도구, 또래와 함께 놀이를 지원하면 주영이가 머무르는 공간에 친구가 함께 있기 시작합니다. 점차 놀이감을 공유하게 되고, 친구들과 같은 주제의 놀이에 참여하는 놀이가 진행되면 주영이도 더 이상 뛰거나 반복해서 글자를 쓰거나 교실 밖으로 나가는 행동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똑같은 아이는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법으로 놀이할 필요도 없습니다. 교사가 서로 협력하고 아동을 능동적인 주인공으로 인정할 때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또 같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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