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과 일


협동조합은 기업체인가 결사체인가?



“협동조합은 지옥에서 피어난 연꽃이었다”


협동조합은 영국 산업혁명을 거치며 기존의 시장구조로는 빈부격차, 고용불안, 경기침체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정부역할에 한계를 시민들 스스로가 해결하고자 생겨나기 시작했다.


1세대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로버트 오언이 세운 뉴라나크 방적공장에서 시작되었고, 1840년대 산업혁명기 후반에 로치데일 소비조합의 탄생과 확대로 2세대 협동조합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 후로 협동조합은 고리대금업자들에게 혈세를 뜯기는 상황을 끝내고자 라이파이젠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고, 프랑스 금세공 장인들과 다양한 업종에 장인들(모자공, 제빵공, 액세사리 장인등...)도 공동작업장을 만들어 운영하며 노동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는 노동자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독일과 덴마크에서는 수확한 농민들이 중간상인들에게 터무니없는 유통 마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생산자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다.


그 후로도 사회적 약자들은 지속적으로 기존 시장경제 구조로 해결되지 않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료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이는 “협동조합은 목마른 사람들이 판 우물이다”라는 말을 만들었다.


이렇게 1세대, 2세대 협동조합의 역사를 거치며 현재는 3세대 협동조합으로 환경문제해결을 위해 모든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물건을 파는 생활협동조합이 부상했고,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이 만들어 졌으며 고용,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자 협동조합이 시도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볼로냐, 퀘벡, 몬드라곤 같은 도시는 지역사회를 통한 모델구축을 튼튼히 한 대표 도시들로 협동조합이 차치하는 시장경제 비중이 높은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역사를 토대로 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하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많은 나라가 산업혁명 이후와 비슷하게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세계인들이여! 협동조합에게 배우자!”라고 이야기 하게 되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때 처음으로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졌고 올해로 십년을 맞이하였다. 불과 십년.... 아직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은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기 단계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협동보다는 경쟁적인 관점이 팽배한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은 또다시 우후죽순 숫자만 늘어가고 있다.


2018년 7월 통계로 보면 전국에 14,000여개에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중 7,000곳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고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뜻), 5,000곳은 전화만 받고 있고, 불과 2,000곳만 전화도 받고 사업도 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말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양적인 증가에 더불어 1세대 협동조합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우리는 협동조합을 기업체로 볼 것인가 아니면 결사체로 볼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쟁을 해왔다.

이에 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협동조합은 기업이면서 결사체이다! 라고 정의하며 100여년 이상 진행된 논재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다! 협동조합은 기업체이면서 결사체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운동만으로 협동조합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반대로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이용하여 그럴싸한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는 허울뿐인 스타 사회적기업가만 양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많은 장애아의 부모님들이 국가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 세계 협동조합에 역사를 짧게 서술했지만 역사적인 관점으로 볼 때도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협동조합을 만들려 하는 많은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협동조합은 기업체이면서 결사체이기에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추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내 아이가 갈 곳이 없어서, 만들면 지원을 해준다니까’ 라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기업체이면서 결사체인 협동조합의 미래!!!

이것은 더 전문적이고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조직임에는 분명하다.


- 임신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사회적경제 컨설턴트/자폐성장애 남매의 엄마)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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