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과 일


자립의 출발점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품안의 자식'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품안에 있을 때나 내 자식이니 내 품을 떠나고 나면, 부모 자신이 그랬듯 결국 어른이 되어 부모와 상관없이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야 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결혼을 해서 독립을 하던 미혼 혹은 비혼의 상태로 독립을 하던 관계없이, 나이가 차면 독립을 하는 것을 전제로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을 키우고 준비시키게 됩니다.


요즘은 결혼 연령이 30대를 넘는 것이 보통이므로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라도 30대부터는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혼자 또는 형제 또는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장애가 있는 자녀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부모들도 언젠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겠지만, 모든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자신이 죽을 때까지 돌보다가 자신이 죽으면 다른 비장애 형제나 친한 친적이 계속 돌봐주기를 바라거나 믿을 만한 거주 시설에서 돌봐주기를 바라는 부모님들도 분명히 계십니다. 또한 발달장애가 있는 당사자의 의견이나 생각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당사자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살기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부모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그 시기가 오면 부모가 원하든 원치 않던 당사자가 원하든 원치 않던 상관없이 부모없이 살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그런 상황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 늦어도 발달장애 자녀가 서른 살 정도가 될 시점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부모와 떨어져 살 수 있도록 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현실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독립시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척박한 현실 때문에 아직 성년기 이전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에게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져다줍니다. 이 두려움과 불안감이 현실과 무관하지는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독립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부모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감입니다.


대다수의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사회적인 여건이 충분치 않고, 제도나 정책, 복지 서비스 등이 열악하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도 발달장애인은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사회적인 상황만이 이 두려움의 유일한 이유는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아직 건강하고 힘이 있는 상황에서라면 이 여건과 무관하게 돈을 들여서라도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살 수 있는 여건을 어느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모도 있을 것인데, 이들조차도 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를 서른 살에 독립시키려면 언제부터 그 준비를 해야 하는지, 부모로서 나는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고, 관련된 정보나 방법을 찾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막연하게 느껴지고 두려울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5년 후 또는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정책이나 시스템이 갖춰질 수도 있는데 그 때를 위해 지금 현재 아직 미성년인 내 아이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본적이 없다면 그리고 관련 정보가 거의 없다면 당연히 불안하고 두려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모든 두려움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준비과정이 철저하고 구체적일수록 이 두려움은 감소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 자신의 노후의 인생 설계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제도개선과 상관없이, 우선 부모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모든 정보나 자원을 동원히 실질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를 현실화할 구체적인 방법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과 자녀의 성인기 이후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준비해 나가는 것이 언제든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이 5년이 걸릴 지 10년이 걸릴지 혹은 20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고 그 성과가 완전한 독립으로까지 달성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준비과정이 철저하면 할수록 당연히 부모와 아이는 서로 독립적인 존재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 집니다.


그 준비과정의 첫 단추는 멀지 않은 미래에 닥쳐올 부모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를 갖는 일입니다. 용기를 갖게 되면 그 다음은 구체적으로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그 행동이 얼마나 성과로 이어질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히 일찍 시작하고 오래 준비한다면 아무런 성과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발달장애 부모님들과 발달장애인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김성남 / 특수교육학 박사 / 소통과 지원 연구소 대표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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