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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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언어- 2. 소통의 도구

음악과 언어는 소리를 청각적으로 인식하여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도구라는 공통성을 가지며, 한편으로는 인식과 습득의 과정에서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차이점을 가지기도 한다.


두 영역은 구성면에서도 공통적인 요소를 가지는데, 언어의 음소와 음절은 음악의 음고와 박, 언어의 음운은 음정과 음색, 언어의 통사는 음계, 조성, 가락, 화성, 리듬에 매치되고 언어적 의미와 억양은 음악적 가락과 화성의 진행, 셈여림, 빠르기에 해당되며 언어의 빠롤(상징성)과 랑그(상상성)는 음악의 장조와 단조에 빗댈 수 있다.


또한 언어전달 시 한 단어 내의 음소가 소음으로 대치되는 경우 듣는 이는 이전에 알고 있던 어휘들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하여 빠진 음소를 복원해내는 경향이 있는데, 음악에서도 익숙한 가락이나 규칙적인 조성의 진행에서 한 음이 잡음으로 바뀔 경우 그 음을 복원해내는 인지적 처리과정이 흡사하다.


‘소년이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올라가고 있었다.’와 ‘소녀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내려고가 있었다.’ 두 문장에서 차이점은 몇 가지일까? 속독한 이는 두 가지 차이만 발견했을 것이고, 꼼꼼히 읽은 이는 오타까지 찾았을 것이다. ‘소년이’와 ‘소녀가’, ‘올라가고’와 ‘내려고가’, 이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아직도 못찾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내려고가’의 오타는 첫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그리고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그다지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


오타는 의사소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무의식적 인지처리 본능에 의하면, 글로 된 문장을 읽을 때 뿐 아니라 말로 소리내는 문장의 흐름 내에서 한두 개 음소가 소음으로 대치되거나 생략되어도 의미전달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음악의 익숙한 가락에서 한 음이 잡음이나 무음으로 소실되어도 전체 가락을 인지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대화를 상호 간 생각과 느낌을 적절히 주고 받는 의사소통의 측면으로 정의할 때 자음과 모음의 낱음절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발음하느냐는 실상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방 사투리에서 '아'가 '오'로 흔히 대치되지만 의미전달에 별 어려움이 없는 것이 그와 같다. 음악에서도 선율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한 두 개 음이 다른 음으로 대치되어도 교감하고 소통하는 목적으로선 충분하며, 낱개의 ‘도’나 ‘미’, ‘파’나 ‘솔’ 등 각각의 음을 맥락 없이 강조한다면 오히려 전체적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원리로 볼 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가진 발달장애인 대상의 언어나 음악적 중재는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할까? 단순언어장애나 말장애로서 본인의 의지로 명료화된 발화를 원하는 경우에는 구강자극을 통한 조음형성이나 오류음운수정 등 직접적 교정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소통의 욕구나 동기부여, 사회적 의미 형성조차 미약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할 때는 낱개의 소리보다는 어휘의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인 관계와 상황 구성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비언어적인 몸짓이나 대체수단을 포함한 교류 활동, 다양한 감각적 자극과 흥미 유발을 통한 연결의 지속이 관건이며, 자연스런 일상 속 경험으로 일반화될 수 있도록 주변인들의 공동적 참여가 필요하다.


내가 기분이 좋아서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음정과 박자를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한다면 더 이상 노래 부르고 싶을까?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는 이라면, 보다 더 정확하고 신랄한 지도자의 지적과 가르침을 받기 원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성이 목표가 아니라 단지 즐기거나 교감하기 위해 노래할 뿐이다. 노래방기계에서 100점이 나오든, 80점이 나오든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다만 같은 공간의 타인들이 나를 주목하여 탬버린을 흔들어주거나 박수를 쳐주는 것만으로 목적은 완성된다.


낱개의 작은 점에 집착하다보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소통의 연결선을 끊어버릴 수 있다. 상대의 약점과 장애에만 집중하다보면, 오감으로 느끼고 표현하고 교감하는 상황들을 깨뜨려버릴 수 있다. 언어와 음악은 홀로든, 둘이든, 대중과 함께이든 궁극적으로 교감과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소리들이다. 그것은 소리의 파동 뒤에 숨어 흐르는 마음의 파동을 먼저 감지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


글쓴이: 김석주(음악치료사/ 칼럼니스트/ 자폐청년의 부모)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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