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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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언어-3. 정서를 깨움

전기생리학적 기록이나 영상기법 등으로 뇌의 활성화를 분석하는 인지신경과학 실험 연구들에 의하면 대체로 음악이 우반구, 언어가 좌반구로 차이는 있지만 처리하는 신경경로가 오버랩되며 상호 간섭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음악이 주는 정서적 자극은 아동의 언어능력에 점화효과를 일으키는 매개체가 되는데(Koelsch, 2005), 일정하고 반복적인 선율의 진행은 곡의 흐름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시켜주며 그것의 이탈 또는 해결의 부분에서는 뇌파, 피부전도, 심장박동 및 변연계와 주변의 구조물들에서 다양한 정서적 변화가 측정되어진다(이지영, 2006).


눈맞춤 등 의사소통의 시발점을 형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에게 이와 같은 음악적 접근은 상호관계적 흥미를 유발하고 지속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며, 특히 노래 부르기는 언어의 음운, 의미, 구문, 화용 영역까지 직접적인 대체효과를 가진다.


음운 영역에서 노래 부르기는 호흡의 길이와 강도를 조절하고 구강근육을 적절하게 움직이도록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으며, 스타카토와 레가토, 악센트나 크레센도 등 흥미로운 악상표현은 보다 적극적으로 발성과 발음을 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의미 영역에서는 시처럼 운율이 가미된 노랫말과 반복적인 의성어, 의태어 등 사물의 특징을 독특하게 과장함으로써 낱말 간의 의미를 연결지어 파악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구문 영역에서는 어휘의 음절과 어절, 구와 문장의 형태와 어울리도록 리듬과 가락, 악상 기법을 매치하고 호흡의 장단과 발성의 강세, 길이, 고저, 반복 등을 강조하여 노래를 들려주고 함께 부름으로써 자연스럽게 구문 형태의 규칙성을 경험할 수 있다. 화용 영역에서는 노래에 대한 흥미를 지속하는 동안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모방 등 소통의 욕구를 일으키며, 한 소절씩 주고받기 등의 경험으로 타인의 감정과 의도에 맞게 반응하는 태도를 형성케 할 수 있다.







의미 영역에 효과적인 악곡의 예로는, 김성균 작사 작곡의 ‘건너가는 길’을 들 수 있다. 이 곡은 교통질서와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아동에게 신호등의 의미와 용도를 가르치기에 적합하다. 우선 4/4박자의 안정된 진행 중에 ‘빨간불’, ‘노란불’ 부분에서만 셋잇단음표의 독특한 리듬과 곧 이어지는 쉼표의 변화가 나옴으로써 관심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안돼요’ 부분에서 6도 음정의 급격한 도약 진행은 긴장감과 함께 불안하고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한다. 대신에 ‘초록불이 되야죠’는 완만하고 안정된 선율로 다시 돌아와 편안하고 긍정적인 이완의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이 노래에 대한 지속적인 기대감과 다양한 정서적 변화를 자극하도록 음색과 악상을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빨강, 노랑, 초록 표지판 등 시각적인 도구를 함께 활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평소에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반복하여 가사를 익히게 한 후, 실제 횡단보도에서 일, 이 분조차도 기다리기 어려운 아동에게 노래와 동시에 신호등을 가리키거나 만져보게 한다면 어느 순간, 상황의 연관성과 의미를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주고받는 노래로써 부모나 교사가 ‘빨간불’ 하고 멈추면 아동이 ‘안돼요’를 답하는 등의 문답형 패턴으로 확장시킬 수도 있다. 처음에는 노래를 듣거나 부르기에만 반응을 보이겠지만, 이후 익숙하게 가사 주고받기가 된다면 점차적으로 음악적 선율과 리듬을 빼고 평범한 일상적 억양으로 바꾸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 “빨간불이 켜지면?” “안돼요” “찻길에서 달리면?” “안돼요” 등의 대화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악곡의 진행 중에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만 리듬이나 음정, 음색의 변화를 독특하게 주어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이 음악의 점화효과적 기법이다. 그리고 응용과 확장 면에서 시각적 자료 등 간접경험의 형태로 평소에 충분히 가사를 익히게 하는 반복의 시간들 후에, 실제상황에서 실물을 보여주고 만지게 함으로써 가사의 의미를 인지케 할수 있다. 후속작업으로 놀이처럼 가사 주고받기를 하다가 일상적 억양의 언어로 점점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의사소통을 위한 음악의 도구 역할은 충분히 다한 셈이다.



< 참고 문헌 >

이지영(2006). 뇌 연구방법론을 통해 살펴본 음악처리과정 연구- 음악과 언어, 음악과 정서를 중심으로. 계간 낭만음악 71호, 69-146.
Koelsch S(2005). Neural substrates of processing syntax and semantics in music. Current Opinion in Neurobiology, 15, 1-6.



- 글쓴이: 김석주(자폐청년의 부모/ 음악치료사/ 칼럼니스트)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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