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여가
글 : 백미옥 /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조력인
2021년 5월 22일(토)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내 딸의 결혼식이 있었고 그 결혼식장에서 일생의 <첫경험>이라는 의식을 다수의 발달장애인이 함께 치룬 날이었다. 그 특별한 의식의 중심에는 자조모임 <별에서 온 그녀>가 있었다.
친인척의 결혼식에서조차 배제되었던 그녀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혼식은 달랐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참석한 행사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참석한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별그녀에게 있어서 이 자리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날인 것이다.
그녀들과 함께 왕성하게 활동할 때 그녀들이 다짐했던 공통의 목표가 있었다. 회원들의 결혼식에 초대되어 축하해주기, 회원의 아기 돐 잔치에 참석해서 이모 되어 주기, 나이 먹어서도 함께 여행 다니기, 죽을 때까지 모임 함께하기.
비록 조력인이었지만 회원의 일원으로 인정받은 나였기에 딸의 결혼식에 기꺼이 참석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조모임 회원들에게 회원으로의 동등한 자격으로 인정받았다 생각하니 자만해지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서둘러 왔더라면 신부대기실에서 신부와 함께 멋진 포즈로 거창한 사진 한 판 남길 수 있었을텐데.... 식장의 코로나로 인한 인원 제한으로 신랑, 신부가 등장한 예식의 장면까지는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그렇지만 정말 오랜만에 식당에 모든 일행이 둘러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식사할 수 있었다.
힐끗거리며 쳐다 본들 어떠하랴!
우리는 정식 초대 받고 온 귀한 손님인데!
예식이 끝나자마자 식당에 가장 먼저 달려가 그녀들을 챙겼다. 오랜만의 상봉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어느 하객들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가장 큰 기쁨이 되었다.
사실, 이 가슴 뭉클한 상봉은 한 회원의 전화 한 통이 아니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혼식 며칠 전에 소문 들었는지 한 회원이 거하게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었다.
"선생님, 보고 싶어요. 우리가 너무 힘들게 해서 선생님 그만두신 거예요? 다시 오세요. 그리고 선생님 딸 결혼식 한다면서요! 축하드려요!“
그 말이 나에게는 '결혼식에 가고 싶어요!' 하는 소리로 가슴에 와 닿았다.
"고마워요. 전화해줘서. 여러분이 나를 힘들게 한 일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 얼마나 즐거웠었는데요. 우리 2박3일 해외여행도 신나게 다녀왔잖아요! 우리 너무 너무 좋았어요. 여러분은 이제 다른 조력인과도 모임을 훌륭하게 잘 해내고 있어요. 저는 여러분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다른 청년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하필이면 여러분들과 모이는 날이 같아서 할 수 없이 그 모임에 가게 되었어요. 미안해요. 여러분들에게 물어보고 허락받았어야 하는데 급하게 움직이느라 그렇게 됐어요. 그 팀도 여러분들처럼 모임을 잘하게 될 때까지는 아무래도 제가 여러분들과 계속 함께 모일 수는 없지만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우리 함께 만나요.“
"아! 그렇군요! 선생님 우리가 오해 했었나봐요."
"22일 토요일에 우리 딸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은데 그 날 와 줄 수 있을까요?"
"정말요? 그래도 돼요? 애들한테 말해서 함께 갈게요!“
별그녀를 결혼식장에 초대하고 싶다는 의향을 딸에게 물으니, "뭐가 어때? 당연하지!"하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딸의 답을 듣자마자 당장 별그녀들의 총괄하시는 국장님께 연락해 함께 와 주실 수 있으실까 문의했고 국장님은 흔쾌히 공지 올리겠노라 답해주셨다. 일은 이렇게 성사된 것이었다.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아니다. 그 단어가 난 참으로 불편하다.
그냥 누구나 일생 동안 당연히 누리며 사는 평범한 모임이길 원한다.
왜 우리들의 모임엔 이런저런 거창한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지 못마땅하다.
친목회!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10년, 20년 그 후로도 쭉 만남이 이어지는 일상의 모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