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치료사의 눈으로 본 상담과 협력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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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08:18



치료사의 눈으로 본 상담과 협력



짧은 상담, 주 단위로 반복되는 치료를 쳇바퀴 돌 듯 바삐 하다보면 아이 앞에 놓인 무수한 과제를 지금 당장 할 수 있느냐/없느냐 에 매몰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퍼즐 5조각 맞추기는 어려워 했구요, 세 단어를 연결해서 문장으로 말할 수는 없었구요, 네/아니오로 묻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구요, 매일 하던 율동을 오늘은 웬일인지 하지 않았어요...


치료사인 제가 가장 경계하는 상담의 유형이예요 ㅜㅜ 아이가 좋아질 수 있는지, 이 장애를 극복하고 멀쩡해질 수 있는지 절박하게 묻는 부모님들에게 이런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의 상담은 오히려 부모님들을 불안하게 흔들 뿐이지요... 


“좋아지냐? 좋아진다”는 대화가 오가는 상담이 개별의 활동이나 놀이의 가능/불가능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나의 활동을 통해서도 여러 발달영역을 아우르는 진전을 기대할 수 있고 다른 치료실과 동일한 활동을 하더라도 이 치료환경에서 설정된 치료목표까지 다른 치료실의 것과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아이의 현재 수준만을 놓고도 개별활동에 대해 부모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이렇게 풍부한데,  아이의 미래까지 내다보는 시간의 차원까지 더해진다면 치료후 상담의 중요성은 더 커질테지요. 


지금은 말 따라하기 활동을 하고 있어도 좀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대체의 의사소통 수단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부모님께 안내해 드리는 상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만한 아이의 집중시간이 다소 짧아 걱정하는 부모님께 “아이가 역시나 산만하네요”라는 일차원적 공유를 넘어 그 아이가 다시 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의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장애가족이 궁극적으로 이 사회에서 건강한 주체로 삶을 영위하는 데 치료사가 제공하는 정보 하나하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들이 좋은 치료와 교육과 정책과 체계를 꿈꾸는 것처럼, 치료사인 저도 이상적인 상담과 협력을 꿈꾸곤 합니다. 

가능할까요?




- 정유진 :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행동분석가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교육위원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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