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과 사회성


자폐아의 사회적 특성 이해하기

더스페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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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0 23:01




1. 다른 사람에 대한 반응과 대인관계


자폐아들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위축되어 있는, 비교적 장애가 심한 아이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다가갈 때 수동적인 방식으로 반응을 하지만 상호작용을 자발적으로 시도하지는 않는 정도의 장애를 보이는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 다른 사람의 주의나 관심을 끌려고는 하지만, 막상 그런 주의나 관심을 받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회적으로)'적극적이지만 미숙한' 아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러한 사회적 특성들은 연령에 따른 스펙트럼(연속선)상에 순서대로 위치해 있게 됩니다. 즉, 고립되고 외로운 유아기에서 적극적이지만 미숙한 십대로 발달해 가게 됩니다.


흔히 생각하듯이 자폐아들이 상대방에 대해 완전히 무반응인 것만은 아닙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그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시도하고, 그러한 시도가 간단하고 분명한 것이라면 아이도 그에 대해 잘 반응을 하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조금 더 모호하거나 복잡할 수 있는 내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상대의 행동에는 적절히 반응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자폐아들은 상대와 함께 사물이나 사건에 주의를 기울이는 동시 주의집중(joint attention)* 행동을 보이지 않습니다. 자폐아들은 장애가 없는 아이들과 달리, 장난감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해 그 사람의 시선을 장난감쪽으로 이끌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고, 물건을 동시에 같이 쓰거나 그것을 요구할 때 이외에는 물건을 가리키는 행동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흥미있어 하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것인지 또는 누군가 자신에게 흥미로운 물건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지 잘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자폐아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힘든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들은 물건들을 자녀와 함께 사용하려고 하나 자폐증이 있는 자녀들에게서는 사물에 대한 관심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려는 행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혹여 그런 행동을 보인다 해도 아주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도 부모에게 정서적인 '애착'을 갖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일부 아이들은 정상적인 발달 시기인 생후 6주 쯤에 '사회적인 것으로 보이는 미소'를 보이기도 하며,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계속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과 부모와의 관계가 사회·정서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 그 학교를 떠났을 때, 왜 그 선생님이 떠나셨는지 되풀이해서 물었고, 심지어는 선생님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반응은 단지 정해진 일과에 변화가 생김으로 인해 나타난 것이지 엄밀한 의미의 사회적, 정서적인 관계 때문은 아닙니다. 그 아이가 자신에게 '친구'가 있다고 말할 때도, 그 '친구'란 그저 한 두 번 만났던 알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지 어떤 유대가 깊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2. 눈맞춤 또는 시선의 사용


흔히, 자폐아동들은 타인과 눈맞춤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자폐아들은 단지 모든 것에 아주 짧은 순간 동안 눈길을 주는 것뿐이지, 특별히 타인의 눈을 쳐다보지 않거나 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또한 자기 보고가 가능한 자폐인 당사자에 따르면, 이들이 더 오래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 것은 시각적으로 얼굴이 매우 자극적인 이미지로 느껴지곤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이렇듯 이것은 실제로는 고의로 그러는 것이 아닌데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눈맞춤을 '피한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어쨌든 그들의 시선이 장애가 없는 아이들과는 뭔가 다른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 아이들은 '말없이' 의사 소통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기 위해서 얼굴의 어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종종 자폐인들이 다른 비장애인들에게 있어서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눈짓이나 시선을 주고 받지 못할 수 있음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또 자폐인들은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눈과 얼굴을 살펴 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비장애인 어린 아이들도 보이는 행동인데 흔히 우리가 눈치를 살핀다고 표현하는 행동입니다.


3.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고려하기(마음의 이해 theory of mind)


자폐아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고려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어느 곳을 보고 있는지) 파악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을 보입니다. 자폐아들은 타인의 생각을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도를 모른채 이루어지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들이 모두 매우 혼란스럽고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대로, 의도나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데 자폐아들은 그것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경우 사람들의 행동이 이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폐아들이 적절하고 적합한 사회적 행동을 보이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사회·인지적인 결함은 그들이 말을 특이하게 사용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답니다. 즉 자폐아는 자기와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또는 자기가 말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계속 자기 말만을 해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상대방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자기 말에 대해 어떤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하려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상대방의 반응이나 답변에 맞춰 대화를 조절하는 것은 화용(pragmatics) 능력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대화를 하는 동안 수시로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고 고려할 수 있는 이런 사회·인지적 능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보통 타인의 생각이나 마음을 느끼고 파악하는 능력은 일반적으로 생의 초기(연구에 따르면, 약 3세에서 4세경)부터 발달한다고 합니다. 비장애 아동들과 성인들은 이러한 원초적인 능력을 이용하여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과 그에 따른 반응(피드백)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폐인들은 사회 생활에서 혹은 동화나 소설같은 이야기 속에서 일어나는 속임수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혹은 사람들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가 의도한 대로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나 술수를 부린다는 사실을 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마음의 개념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어떤 학자는 자폐아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잘 보거나 느끼지 못한다는 뜻에서 마음의 맹(盲),Mind Blindness 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참고문헌:Rita Jordan & Stuart Powell​(1995)"Understanding and Teaching Children with Autism"


김성남 / 특수교육학 박사 / 나사렛대학교 재활자립학과 겸임교수



*동시 주의집중 또는 공동 주의집중(joint attention)이란, 예를 들어 상대와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이 나를 보지 않고 계속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도 그 상대가 보는 그 방향, 그곳을 보게 된다. 이것은 상대의 시선을 탐지하고 상대가 지금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는지를 탐지해서 나도 함께 그곳에 주의를 집중하는 행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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