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과 일


생애주기별 장애인가족지원 제안(1) - 사각지대에 정보전달부터



생애주기별 장애인가족지원 제안(1) -사각지대에 정보전달부터


글쓴이: 김석주(자폐청년의 부모/ 음악치료사/ 칼럼니스트)



현장에서 온몸으로 씨름하시는 부모, 교사, 복지사분들이 서로 만났을 때

“왜 저 교사는 나와 다른 말을 할까, 왜 저 부모님은 내 마음을 이해 못하실까?”

각자의 환경에서 처한 경험과 의견의 차이에서 오는 소통의 불편함, 어려움들이 있으셨을 겁니다. 모두가 바라는 궁극적인 바람은 같기에 정책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고 어떤 제도들은 매우 선진적이기도 한데, 실상 현장 당사자들의 피부에 잘 와닿지 못하고 열악한 곳일수록 더 소외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것은 정책의 그림자입니다. 요구하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 간의 갭이 큽니다. 경제적 빈부 격차처럼, 장애인 가족들 간에도 경제 뿐 아니라 정보와 경험의 격차가 큽니다. 게다가 그림자인 사각지대는 너무 넓습니다.


1. 정책의 그림자– 사각지대


소외된 사각지대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첫번째 가족은, 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에 우울증도 있어서 직업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자녀는 20대 지적장애 딸과 발달장애 아들이 있습니다. 누나가 표준사업장에 다니면서 생계를 책임지는데, 가정 안으로 들어가보니 예전에 어머니가 동생을 학대한 이력이 있었고, 여성쉼터로 가족 전체가 전전하는 등 경제적, 심리적, 환경적 문제가 여러 가지로 얽혀 있었습니다. 두 번째 가족은 성인기의 삼형제가 모두 발달장애를 가졌습니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불편한 상태이고요. 어머니 혼자서 4명의 장애인가족을 돌보는 상황인데, 자녀 중 한 명이 불장난에 집착합니다.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 아들을 찾으러 나가는 동안, 다른 자녀들이 집을 나가버리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다장애 가족 외에도, 자녀가 장애인데 어머니도 언어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가족, 그리고 생계와 양육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 가족, 조부모 가족 등이 많이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고 자녀를 지원할 수 있는 가정은 오히려 적고, 소외된 사각지대의 범위는 넓습니다. 정작 가장 절실히 필요한 대상에게는 혜택은커녕 정보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신청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서비스 신청우선주의’ 제도의 무책임함이 그림자의 주요원인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민센터의 복지담당 공무원들도 수시로 직책이 바뀌면서 해마다 새로 생기는 제도를 모른다는 겁니다.


제 아들이 복지관의 주간활동서비스를 새로 신청하려고 주민센터에 방문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제게 되물었습니다.

“주간보호센터 아닌가요, 주간활동서비스가 뭐예요?”

이용자로 찾아간 제가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사업안내를 설명하고, 복지관의 담당자를 연결시키고 나서야 신청서 작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기존 복지기관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집에서 자녀와 종일 씨름하거나 생계현장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다른 장애인가족들은 어떻게 서비스를 찾을 수 있을까요? ‘복지서비스 신청 우선주의’는 마치 망망대해에 보물들을 던져놓고, 각자 바다 속에 헤엄쳐 들어가 찾아 보라는 것처럼 무책임합니다.


2. 실시간 정보공유 시스템의 필요


제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던 ‘장애인 보호자 지원체계 구축 기초 연구’(2021,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전국, 전연령, 전장애유형 대상으로 가족지원의 필요와 욕구를 조사했습니다.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해 아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인터뷰 대상자들이 장애인지원과 가족지원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지원의 예시를 듣고 나서는,

“제대로 받은 적은 없지만 꼭 필요하겠다. 그렇지만 정보나 서비스 받는 방법을 모르겠다.”

라고 말하며, 대부분 주변 부모 동료들을 통해 입소문으로 정보를 얻거나, 자녀가 속한 기관의 홍보물을 통해 알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장애진단 검사비도 줘요?”

“발달재활 치료비는 어떻게 받아요?”

“가족심리상담이랑 휴식지원도 있어요?”그나마 이런 질문들은 동료모임에 참여하고 활동하는 분들이 하였습니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소외된 가정에서는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복지부에서는 ‘복지로’ 사이트에 복지서비스 정보를 열어놓았고, 교육부에서는 ‘온맘’ 사이트로 장애학부모들에게 정보를 열어놓았습니다. 그러나, 흩어져 헤매는 부모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복지로가 뭐에요?”


이 연구는 교육부에서 성인기 평생교육까지 포함하게 되면서 전생애주기별 가족지원의 현황과 욕구를 알기 위한 것이었는데,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새로운 서비스의 추가보다 이미 있는 것들을 사각지대에 전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가족지원의 법적 의무가 있는 정부 부처는 교육부와 복지부, 고용노동부 외에도 국토교통부(교통비, 주차료 감면), 행정안전부(세금, 정보화교육), 법무부(무료 법률), 산업통상자원부(자동차, 가스요금), 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신요금), 문화체육관광부(문화활동비), 환경부(수도요금), 중소벤처기업부(창업, 기업지원) 등 많지만, 정작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은 몰라서 못챙기는 서비스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각 정부부처의 서비스들을 통합적으로 연결하여, 각 장애인가족마다 어떤 서비스를 받고 있고 어떤 서비스가 더 필요한지 실시간 확인하고, 기관과 당사자 간 쌍방향 알림할 수 있는 정보플랫폼의 설치를 연구의 결론으로 제안하였습니다. 특히 보건복지부에 설치된 ‘행복e음(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이미 전국의 장애인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타 부처와 연결하여 상호호환적으로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정보를 전달하도록 기술을 활용해야할 것입니다. 어플리케이션 알림 뿐 아니라 문자, 전화, 그러고도 누락이 되면 찾아가는 방문서비스까지 전달 확인이 필요합니다.


3. 생애주기별 가족지원 목록


이처럼 사각지대 없이 모든 장애인가족에게 공정하게 정보가 전달되고, 자율적으로 선택하거나 요구할 수 있을 때에야 가족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이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사자와 보호자, 종사자들 간에 오해와 갈등도 많은 부분 해소될 것이고요. 이와 같은 전제 하에 생애주기별, 장애유형별로 다수가 필요로 하는 지원 목록을 아래에 간략히 전합니다. 전 생애에 걸친 가족지원의 공통 욕구는 크게 교육, 심리정서, 법률의료, 일상사회활동의 4가지 영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애주기는 영유아기, 아동청소년기, 성인전환기, 성인기로 나눠집니다.


영유아기에는 장애 선별 및 진단검사, 조기중재교육, 성장 및 발달 정보교육을 주로 원했고, 아동청소년기에는 도전적행동중재, 성교육, 보호자 미래설계, 보호자 건강검진, 보호자 취업창업 지원 등으로 나왔습니다. 이 두 시기의 공통 목록으로는 양육기술, 의사소통기술, 개별화교육계획, 부모역량강화, 형제자매와 조부모 지원, 문화여가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성인전환기에는 고등교육정보, 자립 및 권리옹호의 필요가 있었고, 성인기에는 성결혼, 주거정보, 성인후견제, 보호자 대상 노후 설계 지원을 원했습니다. 두 시기 공통 목록으로는 직업재활, 평생교육, 보호자 미래설계와 건강검진 등이 있었습니다.


장애유형별로는 보조공학기기 등만 특성별 보급을 원했고, 생애주기별 지원 욕구는 거의 같았습니다. 그리고 발달장애유형의 경우 생애 전영역에서 필요한 것이 도전적 행동중재 교육이었습니다. 이는 의사소통과 감각, 감정, 인지 전반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주변인의 장애이해와 물리적 환경까지를 포함하는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기초 연구를 통해 추출된 목록과 결론은 학교나 기관, 정부에 장애인 가족들의 필요와 요구들을 알릴 때 개개인의 말보다 크고 힘 있는 다수의 소리이자 객관적 근거로서 유용할 것입니다. 각 처소에서 생애주기마다 적절하고 촘촘한 지원을 함께 소리내어 만들고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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