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과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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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떠나 영유아의 삶을 향유하기





김재영(서울나래학교)


유명한 소아정신과에서 자녀가 자폐성 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특수교육지원센터를 방문했던 두 돌 막 지난 영아 어머니와의 상담이 기억난다. 진단받은 병원 소속 ABA 치료센터에 등록 가능한 치료 수업은 오후 1시 30분에 시 작하는 시간밖에 없었다. 치료시간이 자녀의 낮잠 시간이랑 겹쳐 늘 졸린 아이를 깨워 치료실에 들여보내는데 울다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어머니는 ‘재워야한다’와 ‘치료해야한다’를 선택해야 하는 갈등이 마음속에서 요동친다고 했다.


영유아기의 수면은 깨어있는 시간 동안의 여러 감각 경험과 환경 자극 가운데 뇌가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필요 없는 것은 정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영유아기에는 움직이고 휴식하는 동안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성장하고 발달한다. 어머니와 두 돌 아이의 일과를 이야기하며 영아기에 충분히 자고, 잘 먹고, 성인의 보호 아래 많이 움직이며 스스로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향유한다’는 말은 자기의 것을 가지어 누린다는 뜻이다. 영유아기의 삶을 향유한다는 것은 영유아기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존중받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의 삶의 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놀이’이다.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마다 ‘놀이’라는 이름을 넣어 운동놀이, 감각놀이, 탐색놀이, 역할놀이, 상상놀이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발달놀이, 치료놀이, 학습놀이까지 성장과 발달을 위해 접근하는 방식에도 ‘놀이’를 붙인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교육과정도 ‘유아’가 중심이 되고 ‘놀이’가 핵심이다. 아이들의 모든 표현과 움직임은 ‘놀이’이다.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놀기 위해 배우거나 발달을 위해 놀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방식으로 그냥 논다. 아이들이 놀이하는 방식을 존중해주고 따라가 주면 아이들은 발달한다. 하지만 장애가 의심되거나 장애를 진단받은 아이들에게는 ‘놀이’보다 ‘발달’이 훨씬 중요해진다. 아이들의 방식이 아닌 성인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놀이’하도록 끊임없이 지시받고 요구받는다. 심지어 놀고 싶은 시간이나 좋아하는 장난감마저도 ‘발달해야 하기 때문에’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함께 바라보려는 노력이나 존중 없이 성인이 아이의 놀이를 이끄는 방식으로는 아이는 배우지 못한다. 아이에게 부모나 교사, 치료사인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가르치기 위해 나의 세계로 이끌기보다, 아이가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먼저 이해하고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려고 마음으로 아이에게 다가갈 때 아이는 장애를 떠나 자신의 삶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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